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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01 02:11
  • 수정 2016.04.06 13:55

“세월호 이전부터 한국 사회는 뒤집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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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다운’ 김동빈 감독

“세월호에 대한 어설픈 추모나 애도를 제안하는 게 아니다. 한국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걸 생각해보자는 거다. 그냥 슬퍼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니까”

한국 사회가 뒤집혔다. 안전 체계가 뒤집혔고, 언론이 뒤집혔다. 또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삶이 뒤집혔다. 영화 <업사이드다운>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목격한 뒤집힌 한국 사회의 병폐를 16인의 전문가와 4인의 희생자 아버지의 목소리로 전하는 다큐멘터리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재난 보도 당시 언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편으로는 희생자 아버지 네 명의 목소리를 통해 ‘유가족 집단’이 아닌 유가족 개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해버렸는지를 조명한다.

▲ 영화 '업사이드다운'의 김동빈 감독 ⓒ시네마달

<업사이드다운>의 김동빈 감독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며 충격을 받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김 감독은 “미국에 있을 당시 인터넷 기사로 ‘전원 구조’라는 말을 봤는데 몇 분 후에 다시 보니 오보라고 했다. ‘그러면 내가 봤던 장면은 사람들이 죽고 있는 장면이었구나’ 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피해자를 배제한 언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고민하게 됐다”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한국에 연고가 없던 김 감독은 일단 4월 23일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그러자 이전까지 영화 제작 경험이 전무하던 사람들이 각계각층에서 모여들었다. 중학생에서부터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포기하고 뛰어든 기자 지망생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며 자동차를 내어준 회사원까지 뜻을 모았다. 그렇게 만난 25명의 시민들이 ‘프로젝트 투게더’ 팀을 결성하고 영화를 제작했다.

▲ 영화 '업사이드다운'의 촬영현장 ⓒ시네마달

김 감독은 미국에서 전문가 두 명의 인터뷰를 마치고 7월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는 가장 먼저 국회 앞으로 간 유가족을 만났다. 카메라를 들고 갔지만 그들을 찍기 전에 주변 쓰레기를 먼저 정리했다. 김 감독은 “미국에서 만났던 존 버간티노(뉴잉글랜드탐사보도센터 센터장) 교수가 취재를 할 때는 피해자와 인문학적인 교감을 하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에 정보를 얻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 언론처럼) 전자가 빠지고 후자만 일어나는 걸 처음 본다더라”며 “그래서 더 유가족 분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먼저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함께 국회 앞에서 동고동락 하다 보니 나중에는 부모님들이 먼저 ‘좀 찍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해줄 정도로 신뢰감이 쌓였다.

다른 ‘프로젝트 투게더’ 팀원들은 인터뷰를 요청할 전문가들을 구성했다. 여건상 촬영 일정이 한 달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16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하기 위해서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1박 2일 동안 서울, 대전, 여수, 부산 등을 돌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쉬운 점은 정부, 해양수산부, 여당, 해경, 청해진 해운 측의 입장도 함께 담고 싶었지만 담당자가 항상 해외연수를 가 있거나 답장을 해주지 않아 이들의 목소리는 전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촬영의 마지막 작업은 희생자 아버지 네 분을 인터뷰하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모습만을 담은 것에 대해 김 감독은 “어머니들은 초반에 말을 많이 하셨는데 아버지들은 한 마디, 한 마디 하시는 게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국회 앞에서 3-4시까지도 잠을 못 주무시다가 아침에는 6-7시에 일어나시더라. 자면 아이가 생각나니까. 그때 아버지 뒷모습에서 무거운 마음이 느껴졌다”며 “그들도 가정과 각자의 삶이 있었는데 이렇게 희생자와 안전을 위해 외치는 삶이 되어버린 거다. 유가족 집단이 아닌, 개인의 삶이 세월호를 통해 다 뒤집혔단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 영화 '업사이드다운' ⓒ시네마달

이렇게 촬영을 마치고 영상을 구성할 때 김 감독은 ‘영화가 울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는 “영화가 울면 관객들이 같이 울고 끝날 것 같았다. 그 대신 따박따박 이런 게 문제라는 걸 짚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어차피 세월호의 모든 것을 파헤칠 순 없기에, 또 다른 누군가가 다른 측면의 문제와 진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믿기에, 안전과 언론 문제, 그리고 유가족의 삶에 초점을 맞춘 최종 영상에 대해 아쉬운 건 없다고 했다. 그보다 변하지 않는 사회를 바라봐야만 했던 유가족과 그들 곁에서 제3자로서 느껴야 했던 무기력감, 너무 많은 걸 묻고 지나가려는 대중의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다큐를 본 후 관객들이 ‘공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김 감독은 “관객들이 쓸쓸함을 느끼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부터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본 후 ‘우리 집에 소화기는 있나, 스프링쿨러는 있나, 비상알람이 울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걸 하나둘씩 생각하길 바란다. 그래서 세월호에 대한 적대감 대신,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안전 불감증의 문제를 일상에서 느끼게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보다 권한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할 일을 잘 했으면 하는 것이다. 더불어 김 감독은 “언론인과 방송사들이 지금 빠트리고 있는 건 뭔지, 언론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건지, 언론인이 장사를 하는 사람인지 사회적 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서로 토론하고 자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영화 '업사이드다운' 포스터 ⓒ시네마달

영화는 오로지 시민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배급 역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준 돈으로 진행됐다. 김 감독은 “시민들이 모여 만들고 시민들의 힘으로 배급까지 온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뜻을 함께 할 때 한국 사회는 나아질 것”이라며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놓친 게 많다. 우리 사회가 순식간에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또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 곪지 않도록 천천히, 대신 올바르게 고쳐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업사이드다운>은 세월호 2주기를 앞둔 4월 14일에 개봉한다. 작년에는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제2회 안산노동인권영화제, 제4회 대구여성영화제, 제18회 강릉인권영화제, 제15회 전북독립영화제에 초청받아 좋은 평을 받았다. 이번 4월에는 보스턴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김 감독은 “한국 사회에서 잊으라고 하는 걸, 미국에서 그리고 국제영화제에서 기억하려는 거 같아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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