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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백’, 공영방송이 무너졌기에 필요했다”

기사승인 2016.07.30  19: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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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호 ‘뉴스타파’ PD, 한국PD연합회 주관 PD멘토링 강연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보도할 뿐 아니라, 국민들이 원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필요한, 정말 중요한 뉴스를 보도하는 게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지금 공영방송은 언론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상태가 됐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30일 오후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다큐 <자백>과 국가, 그리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주제로 PD멘토링 강연을 펼쳤다. 한국PD연합회와 ‘이상한 시장’ 기획단이 공동으로 마련한 이날 강연에서 최 PD는 현재 한국의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그 배경으로 언론인에게 ‘공정성’이라는 근로조건을 박탈하려 하고 있는 언론 상황을 지적했다.

“공영방송, 더 이상 언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날 최승호 PD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방송사에 노동조합이 생기며 공정성을 위해 싸울 수 있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언론인들이 노동자로서 근로조건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정성’이었다”고 말했다.

‘땡전뉴스’라는 조롱을 받을 만큼 공영방송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던 시절, 국민들이 ‘6월 항쟁’으로 열어준 기회로 언론인들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언론인들은 파업 등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노사 단체협약에 ‘공정방송 조항’을 만들고, 나아가 청와대로부터 내려온 사장이 아닌, 국장을 중심으로 방송이 보도될 수 있도록 하는 ‘국장책임제’를 마련했다.

▲ 30일 건국대학교에서 <뉴스타파> 최승호 PD가 '다큐 <자백>과 국가 그리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PD저널

최 PD는 2005년 MBC <PD수첩>의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조작’ 보도가 가능했던 건 바로 이런 제도적 장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PD는 “당시 황우석 박사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에 버금갈 정도로 국민적 영웅이었던 상황”이라며 “많이 두려웠다. 그리고 여러 곳에서 압박이 있었다. 심지어 국민들도 반대했다. 하지만 국장책임제가 있었기에 결국 보도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바로 이런 것이 언론사 노조의 힘이며, 공영방송의 힘이었다. 최 PD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방송할 뿐 아니라, 국민들이 원하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정말 중요한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랜 시간 쌓아온 언론인들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공영방송이 무너졌다. 최 PD 역시 2012년 MBC 파업 때 부당해고를 당했다. 그는 “공영방송이 (더 이상) 언론이라고 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버렸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가 가장 크게 드러난 것이 세월호 참사 때다. 최 PD는 “당시 목포MBC는 현장과 가까웠기에, 전원구조가 아니라는 상황을 빨리 깨달았다. 그래서 무려 네 번이나 이 같은 사실을 중앙(서울)에 전달했다”며 “하지만 당시 MBC 간부는 이를 무시했다. 그리고 행정안전부에서 잘못을 깨달은 4시 반에서야 MBC도 보도방향을 바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 PD는 “왜 그랬을까. 그게 그 간부로서는 가장 안전한 길이었기 때문”이라며 “설사 잘못된 보도라 하더라도, 청와대의 잘못이기에 자기 목에는 지장이 없었던 것이다. 이게 현재 공영방송 전체에 깔려있는 의식”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최 PD는 만약 MBC에 계속 있었다면 오히려 현재 <뉴스타파>에서 하는 보도들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다큐 영화 <자백>의 의미가 크다. 다큐 영화 <자백>은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주제로 하고 있다.

최 PD는 처음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접했을 당시, 생각보다 정말 많은 간첩조작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30년 전이 아닌 요즘 같은 세상에, 21세기에, 국정원이 간첩을 조작하고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하고 어떻게는 국정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자백>을 굳이 영화로 만들 필요도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 PD는 “예전과 같은 MBC였다면, 이걸 영화로 만들 필요가 없다. 지속적으로 <PD수첩>을 통해 문제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공영방송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으면 시민들이 안방에서 세상의 모든 정보를 편하게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열심히 찾아야지만 이런 뉴스를 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공영방송을 의심하고, 뉴스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국가에 대한, 사회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결국 사람 사이의 신뢰가 사라졌다며 결국 모든 사회적 문제들은 공영방송이 올바로 서야지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PD는 “국민들이 어떤 사안에 대한 합의가 안 이뤄진다”며 “세월호 사건만 해도, 정상적인 공영방송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구조가 엉망진창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이후의 국론 분열도 없었을 것이고, 그 분열을 정부가 이용하는 이런 일들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만 해도 어떤 식으로든 진상규명을 통해 하나씩 정리해나가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여기서 공영방송이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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