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협회, 잡 포스팅 강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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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들의 무덤! 선택권 없는 잡 포스팅, 당장 집어치워라”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KBS(한국방송공사) ⓒPD저널

KBS가 새로운 인사발령 시스템인 잡포스팅(Job Posting)에 따른 2차 매칭 결과를 발표한 점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명 ‘자율형 직무선택제’라고 불리는 잡 포스팅은 직무공고와 지원, 인력풀(매칭되지 않는 직원)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KBS PD협회(협회장 류지열)는 22일 오후 성명을 통해 “잡 포스팅은 시니어 PD들을 합법적으로 제거하는 수단에 불과했으며, PD의 전문성조차 철저히 유린당했다”고 비판하며 “공포가 일상을 지배하고 상사의 눈에 벗어나지 않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 난무할 조직에서 무슨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KBS 인사제도가 문제였다면, 이는 현재 ‘잡 포스팅’ 제도보다 나빴다기보단 오히려 ‘인사관리 시 간부들의 객관적이지 못한 업무평가와 정실(情實) 개입이 문제였음’을 지적하며 사측에 ”잡 포스팅이 필요하다면 문제점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대책을 세운 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KBS는 지난 10일, 잡 포스팅 시행에 따른 1차 매칭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비매칭자 대상자에는 기자 29명, PD 16명이 포함돼있었다. PD직군에서는 제작본부의 TV‧라디오 PD 12명, 심의실 PD 4명이 이에 해당했다. 이후 2차 매칭이 실시됐으며, 21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16명 중 7명의 PD가 비매칭됐다. KBS PD협회에 따르면, PD직군에서는 제작본부와 심의실 외 부서에서는 단 한 명도 비매칭자가 없었다.

KBS PD협회는 ”그나마 PD 직군에서 1차 비매칭 자가 16명에 그쳤던 것은 비매칭의 공포 때문에 PD들이 안정지원을 한 점과 잡 포스팅 문제점의 심각성을 공감한 간부들이 비매칭 숫자를 줄여보려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며 “2차에서도 PD들은 본래 직무능력이나 희망과 상관없이 안정지원을 했다”고 매칭 과정을 설명했다.

▲ KBS 사보 632호 (2017년 1월 6일 발행) 5면 ⓒKBS 사보

"시니어들의 무덤이 된 잡 포스팅! 선택권이 없는 잡 포스팅!"

먼저 KBS PD협회는 “잡 포스팅은 회사가 내세운 직무선택의 자율성, 직무만족도, 회사의 경쟁력 제고와는 아무 상관도 없이 그냥 나이 든 PD들의 합법적 제거 수단에 불과했다”며 “KBS는 몸으로 능력을 재는 프로스포츠구단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조직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배제된 시니어들을 희망업무에서 배제시킨다면 잡 포스팅 제도는 매년 배출될 시니어 그룹들의 떼무덤이 될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PD협회에 따르면, 2차 비매칭 PD들 대부분이 25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무자다. KBS PD협회는 “원래 심의실은 회사의 구조조정에 의해서 10% 인력감축부서로 지정되어, 4~5명의 인원이 나와야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하며 “전문성을 지닌 심의실 PD들은 잡 포스팅으로 내몰 대상이 아니라 그에 맞는 적절한 인사를 해야 할 인력들이다. 그런데도 무조건 잡 포스팅 시장에 내던져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갑자기 그 나이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라고 잡 포스팅 시장에 던져 놓고 선택당하지 않았으니 지방을 가라? 그 과정에서 느꼈을 인간적 모멸감과 자괴감을 어찌 감당하란 것인가? 명확하게 인격살인”이라고 비판했다.

▲ 2017년 고대영 KBS 사장의 신년사. KBS 사보 632호 (2017년 1월 6일 발행) 2면 ⓒKBS 사보

또한 잡 포스팅 매칭 과정에서 PD들의 선택권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도 지적했다. PD협회는 “잡 포스팅은 직원들의 직무선택의 폭을 넓게 하고 선택의 권한도 커지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지만, 1차에서 비매칭된 16명의 PD들이 제작부서를 지원했지만 선택할 제작부서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말하며 ”PD에게 방송제작관 관련된 일을 선택할 기회조차도 제대로 주지 않고 비매칭자라고 바늘귀 같은 선택권을 줬다”고 말했다.

KBS PD협회는 “이 과정에서 PD로서의 정체성은 철저히 무너졌다”며 “결국 지금의 잡 포스팅은 간부들이 선호하지 않는 PD들에게 지역 가서 제작할 것을 강요하는 제도일 뿐이다. 전체 900여 PD집단에서 7명뿐이라서 심각성을 못 느끼나? 이번에는 나는 살아남았지만 다음번에는 내가 당할 수 도 있다. 공포가 일상을 지배하고 상사의 눈에 벗어나지 않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 난무할 조직에서 무슨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KBS PD협회는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인격체이지 조직의 실험도구가 아니다. PD직군의 잡 포스팅 명확하게 실패했다”고 말하며 KBS 인사제도는 간부들의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업무평가와 정실(情實)이 개입된 인사관리로 인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먼저 그 문제를 시정만 해도 지금 잡 포스팅으로 얻으려고 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잡 포스팅 꼭 필요하다면 문제점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대책을 세운 후 시행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KBS가 지난해 10월 21일 혁신추진단 주도로 직원 대상 잡 포스팅 설명회를 열자 이에 대해 반발하며 KBS 10대협회는 성명을 통해 “사기업이 직원을 퇴출하는 방식은 직접적인 퇴직명령을 내려서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걸어나가게 유도하는 방식이다. 퇴직이 얼마남지 않은 시니어 선배일수록 이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 10대 협회에 따르면 KBS 사측은 당시 설명회에서 “본인 의사에 반해 지역을 달리할 수 있고 직종을 넘어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대협회는 “회사 설명대로 라면, 잡포스팅이 추구하는 조직은 위기 시대의 효율조직이 아니라 충성도 높은 기계적인 노동자만 양산하는 반시대적인 조직이다. 회사는 당장 잡 포스팅 인사제도 개악을 멈추고 원점에서 조직 구성원들과 소통하기 바란다. 힘 있다고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당신들도 ‘인력풀’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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