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임 사장에 김장겸…방문진, 각계 반대에도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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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신임 사장에 김장겸…방문진, 각계 반대에도 강행
'태극기 집회'가 지지하는 김장겸…과거 세월호 유족에 ‘깡패’ 발언 논란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7.02.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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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 ⓒMBC 화면캡처

MBC 신임 사장에 김장겸 현 MBC 보도본부장이 내정됐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가 23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통해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사장 내정자로 선정했다. 방문진은 이날 권재홍 MBC 부사장,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MBC 사장 등 사장 후보자 3인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 후 투표를 통해 사장 내정자를 확정했다. 사장 내정자는 이날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선임된다. 방문진은 27일 임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MBC 임원을 선임할 예정이다.

김장겸 사장 내정자는 1987년 MBC 보도국에 기자로 입사했다. 2011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보도국 정치부장, 2013년 보도국장을 역임했다. 안광한 사장 체제 하에서는 2015년부터 보도본부장을 맡았다. 새 사장의 임기는 2020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3년이다.

이날 방문진 이사회의 사장 선정 과정은 격론 끝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야권 추천 유기철, 이완기 이사 등이 “사장 선임 관련 사안 등은 국민들에게도 알려야 할 사실”이라며 회의 공개를 주장하고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다면 이사 이름을 명기한 속기록을 공개할 것”, “회의는 공개로 하되 경영상 기밀인 부분만 비공개로 할 것” 등 절충안을 내놨지만 고영주 이사장은 투표로 결정하자며 표결로 넘어갔다.

고 이사장을 제외하고도 수적으로 우세한 여권 추천 이사 다섯 명은 ‘무조건 비공개’를 주장해 회의는 비공개로 열렸다. 하지만 야권 추천 이사 두 명은 사장 후보자 3인 모두에 대해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며 퇴장했다. 유기철 이사는 "(후보자 3인 모두) 새 사장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니 셋 중 누가 돼도 인정안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사장 면접은 이사 두 명이 빠진 상태에서 그대로 진행됐다.

사장 내정자로 선정된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부터 방송계에서 ‘청와대가 낙점한 사장’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MBC 내부 구성원과 각계로부터 불공정 보도 등 여러 문제가 지적돼오고 있어 향후 논란이 더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2일 노보를 통해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을 여야간 공방으로 다루고, 청와대 해명 전달에 급급하며 의혹을 축소했다. 한미 FTA 반대 집회 보도를 누락하고, 장관 인사청문회 의혹은 축소했으며,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 통화 논란’에는 눈을 감았다”며 김 사장 내정자가 그동안 행한 불공정 보도 지시를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김 사장 내정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편집회의에서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며 세월호 유가족을 ‘깡패’에 비유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은 바 있다. 당시 김 사장 내정자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도 김 사장 내정자는 보도본부장으로서 ‘축소‧은폐’ 보도를 지시해 내부 반발이 심했다. 취재 현장에서 국민들이 MBC를 욕하고, 기자들이 내쫓기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이미 법원에서도 ‘최순실 것이 맞다’고 판정난 ‘JTBC 태블릿PC 보도’에 대해서도 <뉴스데스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거짓 의혹을 제기했다.

▲ 지난 1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MBC <뉴스데스크>

최근 김 사장 내정자는 ‘뉴스사유화’ 비판도 받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서 'MBC 경영진의 노조 탄압 청문회'를 의결하고 김 사장 내정자를 포함한 MBC 경영진을 증인으로 채택하자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MBC 청문회 의결 다음날인 지난 14일 <뉴스데스크>에서는 관련보도를 다섯 꼭지나 배치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MBC 내부 구성원들은 김장겸이 사장 내정자로 선정되기 전부터도 지속적으로 ‘사퇴’를 주장해왔다. MBC 기자들은 물론 PD, 아나운서, 기술직군 사원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암MBC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며 ‘김장겸 사퇴’를 외쳤다. 지난해 말에는 MBC 막내 기자들이 ‘반성 영상’을 올리며 ‘김장겸 사퇴’를 요구해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막내 기자들에 이어 선배 기자, 지역MBC 기자들 역시 영상에 동참했다.

애초 지난 2일 방문진이 사장 선임 일정을 의결한 후부터 언론 각계에서는 “현 상황에서 방문진이 차기 사장을 선임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해왔다. 언론계는 국회에 방문진법을 포함한 언론장악방지법이 계류 중이기 때문에 2월까지는 국회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과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박근혜 체제에서 선임된 현 방문진 이사들은 자격이 없다는 의견, 현재 MBC가 국민들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불공정 보도로 비난받는 상황에서 차기 사장을 선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 등을 내놨다.

방문진 야권 추천 이사 세 명 역시 강하게 반발했지만 수적으로 우세한 여권 추천 이사 여섯 명이 차기 사장 선임을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국면이 다가오며 MBC라도 현재 여권에 유리한 쪽으로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 MBC 구성원 23일 '분노의 날' 투쟁 ⓒ언론노조 MBC본부

한편 MBC 구성원들은 사장 선임에 크게 반발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날 정오 상암MBC에서는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개인별 이름이 새겨진 대형 사원증 1600여 개를 광장에 전시해 “‘공정방송’에 조합원 모두의 이름을 걸고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전했다.

방문진 임시 이사회가 열리기 전 오후 1시부터는 방문진이 자리한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사장 선임 규탄 집회’를 가졌다. 같은 시각 맞은편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사람들이 “탄핵무효”와 “깡패 노조 사장 선임 반대하지 마라”를 외치기도 했다.(▷관련기사 '“어차피 시한부"...MBC 차기 사장 선임 강행 규탄')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장 선임이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오후 6시 30분 이후부터는 상암MBC 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린다. 언론노조 MBC본부 전 조합원이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사장 선임을 규탄하고 ‘공정방송’을 외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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