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흙길의 전철을 밟은 ‘꽃놀이패’
상태바
예능 흙길의 전철을 밟은 ‘꽃놀이패’
[김교석의 티적티적] 일요일 프라임타임 시청률 2% 종영
  •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7.03.21 10:1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애초 <꽃놀이패>의 핵심은 시청자들이 촬영 과정에 실시간 투표로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촬영 현장 일부를 실시간 중계하며 시청자 투표 현황을 반영한다는 콘셉트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랐다. ⓒ SBS

지난 19일 SBS 일요 예능 <꽃놀이패>가 종영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존폐의 기로에 설 때, 폐지라는 말 대신 시즌제를 예고하는 오늘날 공중파 예능의 트렌드에 따라 <꽃놀이패>도 시즌2를 기약했다. 예능 콘텐츠 제작으로도 영역을 확장한 YG가 본격 도전한 첫 예능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실시간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예능 형식을 내세우며 이슈를 생산했지만 설계에 걸맞은 시공 능력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결국 일요일 프라임타임에서 2주 연속 2%대 시청률을 연속 기록하며 막을 내리게 됐다.

 

<꽃놀이패>는 아류 버라이어티쇼들이 범하는 실수를 대부분 답습했다. 가장 먼저, 이 프로그램을 설명할 한 줄 요약 줄거리가 직관적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너무 많은 변화와 환승권 제도에 집착하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 점점 복잡해졌다. 게다가 뿌리가 내리지도 못하게, 분갈이도 너무 자주했다. 6개월여 동안 파일럿에서 시작해, 월요일 심야 예능으로 정규 편성된 후, 주말 예능으로 다시 개편되기까지 편성, 출연진 교체, 게임 형식의 변화가 거듭됐다. 오늘날 예능은 시청자들과 정서적인 유대 관계를 맺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그 흐름에 장애요소로 작용했다.

 

애초 <꽃놀이패>의 핵심은 시청자들이 촬영 과정에 실시간 투표로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촬영 현장 일부를 실시간 중계하며 시청자 투표 현황을 반영한다는 콘셉트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랐다. 급하게 진행되어야 할 제작 현실에서, 각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한자리에 모여야 하면서 맥이 끊어졌고, 결과는 매번 아이돌 인기투표로 마무리되면서 사실상 반전이나 재미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다.

▲ 중심을 잡아주는 메인 MC가 없는 구성도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다. 샌드백 역할을 하는 조세호가 ‘열일’을 했지만 <꽃놀이패>만의 캐릭터를 갖추고, 관계망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 SBS

그러자 정규편성에서는 가장 핵심이었던 이 부분을 아예 덜어내고 극과 극 체험의 여행 버라이어티로 재단장해서 돌아왔다. 하지만 꽃길과 흙길로 나뉘는 극과 극 체험은 <1박2일> 복불복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환승권을 통한 심리게임은 <런닝맨>의 배신과 정치외교가 난무하는 게임에서 이미 본 재미였다. 신규 프로그램으로 내세울 새로움은 아니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와중에 환승권 시스템은 내부에서 과대 평가됐다. 일부 매니악한 평가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승부를 보고 싶었던 것인지 각종 환승권을 남발하면서 어느덧 극과 극 ‘여행 체험’마저 사라졌다. ‘심리게임’이란 미명하에 이제 누가 환승권을 사용할지, 누가 어떤 고생을 할지 그 상황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다른 예능에선 게임을 통해 단판에 결정되고 넘어갈 일이 긴 상황으로 이어지다보니 몰입도는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리얼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면서 <꽃놀이패>만의 상품, 즉 캐릭터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박명수, 노홍철, 이광수, 데프콘, 정준영, 등등 성공한 리얼버라이어티쇼에는 자체 생산된 캐릭터가 존재하길 마련이다. 하지만 국가 대표 출신으로 하도 투덜거려서 서PD로 불린 서장훈이나 같이 투덜거리긴 하지만 귀찮음이 많은 안정환은 모두 기존 방송에서 접했던 캐릭터다. 조세호와 유병재도 다른 방송에서 보여준 까부는 모사꾼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왔다. 여기에 심리 게임을 내세웠지만 조세호, 유병재 등 흙길을 걷는 사람이 매번 똑같다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캐릭터쇼의 관계망 형성에도 실패했다. 기존에 갖고 있는 이미지 이상의 캐릭터를 아무도 형성하지 못한 것은 이 쇼가 정작 본인들은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이유다.

 

중심을 잡아주는 메인 MC가 없는 구성도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다. 샌드백 역할을 하는 조세호가 ‘열일’을 했지만 <꽃놀이패>만의 캐릭터를 갖추고, 관계망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정리하자면 <꽃놀이패>는 정작 새로워야 할 부분은 식상했고, 심지 굳게 유지해야 할 정체성 관련한 지점들은 하루하루 평가에 따라 너무 빠르게 뒤집어엎었다. 준비한 것에 비해 너무 길어져 버린 방송 분량은 이런 얕은 역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꽃놀이패>가 시즌2로 돌아오기 위해선 보다 간결하고, 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 이전에 신규 프로그램만의 색다른 정체성에 대한 고민부터 이뤄져야 운명 환승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에이 2017-03-26 17:35:04
이미 본 재미를 다시 나타내는게 방송이라는걸 다시끔 알게되는군요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