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 떠나 공영방송 살리는 게 개혁 과제 중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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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시대 공영방송 새로 만들기 토론회

▲ 공영방송은 누가 정권을 잡든지 정권의 종속성, 정치적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공영방송은 운영에 있어서 정치, 경제적 집단으로부터 거리 두기가 있어야 한다. 독립성, 자율성, 공정성, 균형성이 요구된다. ⓒ PD저널

“공영방송이 이대로 무너지면 제2, 제3의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할 수 있다.”(KBS 강윤기 PD)

 

정치 권력에 종속돼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론장이 되지 못하는 공영방송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민주권시대의 공영방송 새로만들기 토론회가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김경진 국민의당,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NCCK언론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이영주 성균관대 사회과학대 연구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김춘효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강사,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한웅 법무법인 일리 대표 변호사, 강윤기 언론노조 KBS 본부 정책실장, 최승호 MBC 해직 PD가 토론자로 나섰다.

 

강윤기 언론노조 KBS 본부 정책실장이자 PD는 “종사자 입장에서 KBS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라면서 보수 정권에 장악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KBS에 대해 꼬집었다.

 

강 PD는 “KBS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KBS가 아닌 김비서라고 불렸다”라면서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이 실종됐다. 지금까지 사장이 5명이었는데 공영방송의 책임을 다하기보다는 자신의 영달과 정권 유지에 신경을 썼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 비판 프로그램은 폐지가 되거나 영향력이 줄었고 수많은 PD와 기자들이 시사 프로그램 기획안을 제출했지만 신설되지 못했다”라면서 “그 사이 종편에서 <썰전> <외부자들>이 제작됐다. KBS는 정책 홍보 프로그램들이 대신했고 공영방송으로서의 견제와 비판은 실종됐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또한 KBS가 국정 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박 전 대통령의 개헌을 지지하기 위해 개헌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 프로그램 제작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강 PD는 “다행히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제작되지 않았다”라면서 “<KBS 스페셜-광장의 기억>은 편집까지 끝내놓고 4월 방송이 되지 못했다. 불공적인 편향 보도와 안보 불안 정서를 자극하는 보도는 계속되고 있다”라고 여전히 불공정한 보도를 견지하는 KBS 경영진을 비판했다.

강 PD는 “MBC나 YTN에 비해 덜하지만 경영진에게 맞서는 구성원에 대한 징계나 비민주적인 탄압이 일상화 돼 있다”라면서 “잡포스팅이라는 멋진 용어로 포장돼 있지만 부장급 관리직의 인사를 강화해서 말을 잘 듣는 조직원들만 자신의 조직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 구조를 하겠다는 거다. 조합 출신이나 경영진에게 할 말 하는 직원들을 지역으로 보내는 등 합법적으로 탄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최근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잡포스팅이 공정 방송을 사수하고자 하는 구성원을 탄압하기 위한 인사 통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누군가는 공영방송이 왜 필요하냐고 말한다”라면서 “공영방송이 무너지면 제2의, 제3의 최순실 게이트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공영방송을 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언론장악방지법이 통과돼야 하고 이명박 정부 이후 부역한 언론인에 대한 응징과 경영진과 맞서다 해고되거나 징계를 받은 언론인들을 복권하고 사면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PD는 마지막으로 "현업자로서 언론장악방지법은 공영방송이 더 이상 무너지기 전에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라면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언론장악방지법이 먼저 통과되고 난 후에 다시 좋은 방안을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MBC 해직 PD이자 현재 독립 언론 뉴스타파 PD인 최승호는 “김장겸 씨가 새로운 사장이 되기 전에 방문진 회의가 열렸는데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KBS가 공영방송이 아니라고 욕을 하더라”라면서 “그런데 그 분들이 MBC는 요즘 보도를 잘한다면서 칭찬을 하더라”라고 씁쓸했던 일화를 꺼냈다. 최 PD는 “그리고 그 분들이 김장겸 씨가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하길래 태극기 집회자들의 지지를 받는구나 싶었다”라면서 “MBC는 이제 ‘애국채널’이 됐고, 그 애국채널이 어마어마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라고 극우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을 정도로 편향 왜곡 방송을 일삼는 MBC의 추락한 현실을 짚었다.

 

그는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정치 권력이 개입하지 않게 시청자들이 감시할 수 있는 체제가 됐으면 좋겠다”라면서 “새로운 시대가 되면 내부 구성원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지 여러 가지 전략을 가지고 싸워나갈 것이다. 싸울 때 밖에서 시민 사회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최 PD는 “각 정당들이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파적인 한계를 뛰어넘어서 공영방송을 살려야 다른 개혁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 어떤 개혁 과제보다 언론 개혁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각계 전문가들의 공영방송이 왜 올바른 기능을 해야하는지, 언론 적폐 청산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피력도 있었다. 이영주 성균관대 사회과학대 연구교수는 미디어의 공공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적 문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특정한 의견과 사상, 입장을 배제하지 않고 서로 경쟁해서 사회적 합리성의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민주주의적 원리에 기초한다”라고 정의를 밝혔다.

 

이 교수는 “공영방송은 누가 정권을 잡든지 정권의 종속성, 정치적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공영방송은 운영에 있어서 정치, 경제적 집단으로부터 거리 두기가 있어야 한다. 독립성, 자율성, 공정성, 균형성이 요구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공영방송을 바로 세울 방안으로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 대통령 추천이 아닌 총선 득표 비율에 따라 정당이 추천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법무법인 일리 대표 변호사 한웅은 “언론 적폐 척산을 위해서 소급해서라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라면서 “반드시 처벌해서 두 번 다시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하고, 언론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투쟁을 하다가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보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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