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구성원들은 왜 사장 지시를 거부하고 나섰나
상태바
KBS 구성원들은 왜 사장 지시를 거부하고 나섰나
KBS PD들 "자진사퇴, 고대영 사장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06.02 17:2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고대영 사장에게, 사퇴를 통해 KBS의 참담한 몰락과 위기에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달 22일부터 KBS 사내 게시판에는 노동조합, PD, 기자, 아나운서, 직능단체, 각 부서 등 성명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2일 현재 30개 가까운 성명이 게재돼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가 19일 성명에서 “KBS 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 의사 표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듯이 KBS 사장 퇴진 요구 목소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제작자율성을 침해하고, 프로그램을 불방시키고, 출연자 하차를 지시하는 등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오던 KBS PD들도 “현재 KBS의 처참한 몰골과 후배 방송인들의 힘겨운 분투를 직시하길 바란다. 더 이상 후배들에게 짐을 지우지 말고 용퇴하기 바란다”, “스스로 내려가는 것, 그것이 고대영 사장에게 남은 단 한 장의 마지막 카드”라며 KBS 고대영 사장이 스스로 내려올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4일 KBS PD협회의 성명에 이어 26일 TV 프로덕션4 PD 일동이 ‘지금부터 고대영 사장의 지시를 거부한다’는 성명을 냈고, 이후로도 TV 프로덕션1, 방송본부, 드라마 평 PD 일동이 성명을 냈다. 

KBS 제작본부 TV프로덕션1 PD들은 31일 성명에서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PD들은 소신껏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했다. 출연자, 아이템 선택에서 자기 검열을 했고 회사의 부당한 지시에 자괴감을 느끼며 여론을 수용하지 못한 ‘죽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고 토로했다. 

방송본부 PD 35명 일동도 1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관심사를 외면하다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며 ”KBS의 위기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응답하라!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비판하며 “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본다. 오늘, 내일 하며 사장이 나갈 날만 점치고 있다. 사장 거취가 궁금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렇게 아무 일 않고 있다가는 KBS가 망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과장된 표현 같지만 냉혹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스로 내려가는 것, 그것이 사장에게 남은 단 한 장의 마지막 카드다. 고대영 사장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KBS 드라마 평 PD 일동 또한 2일 오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반하는 조직개편과 의사결정구조의 도입, 영향력 및 신뢰도, 채널 선호도의 현기증 나는 추락, 제작 자율성 및 창의적 프로그램 기획력의 실종... 9년여에 걸친 KBS의 침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2015년 11월 24일, 고대영 사장의 임기가 시작된 후로 단 1년 6개월 만에 11명의 드라마PD들이 KBS를 떠났다. 미래와 비전을 상실한 KBS가 내부 구성원들에게조차도 차갑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고대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류지열 KBS PD협회장은 이에 대해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이 내부에서도 이만큼 호응이 있다는 건, 그만큼 내부구성원들이 절실하다는 거다. KBS PD들이 모두 다 들고 일어났다. KBS가 이대로 가면 몰락한다는 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나온 2016년 KBS 경영평가 보고서에서도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지적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류 협회장은 “공영방송 KBS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혀 그 진실을 전달하지 못 했다. 이 문제가 가장 크다. 국민들의 지향하는 가치와 KBS의 보도, 방송 내용은 매우 달랐다. 결국 국민들은 KBS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게 된 것이고, KBS가 스스로 KBS의 시청자를 쫓아내버린 거다. 이에 대해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KBS PD사회는 '이대로 고대영 체제로 간다면 프로그램에서 공신력을 회복할 수도, 경쟁력을 가질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방송사 신뢰도 자체도 무시 못 하는 상황에서 현재 고대영 체제는 엄청난 마이너스 요소다. 물론 고대영 사장이 나간다고 해서 KBS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KBS가 큰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는 걸 국민에게 알릴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며 “양대노조와 직능협회가 실시하는 여론조사가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투쟁 국면으로 들어갈 거다. 한 단계 강도가 높아지는 싸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KBS 양대 노조는 31일, 10개 직능협회(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그래픽협회, 방송기술인협회, 아나운서협회, 전국기자협회, 전국촬영기자협회, 촬영감독협회, 카메라감독협회, PD협회)와 함께 사장과 이사회 퇴진 여부를 포함한 KBS 개혁 과제에 대한 전 직원 5천여 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 조사에 돌입했다. 5일에 설문 조사가 끝나면, 12일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본부장 뉴스타파 ‘[언론개혁 1] 문재인 대통령과 두 공영방송’(5월 11일)에서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정부가 하던 식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경찰이나 검찰을 동원해서 감사원을 동원해 끌어내리는 건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 본다”며 “우리가 언론자유를 이야기하는 핵심은, 결과도 좋아야겠지만 절차도 민주적이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만큼, 외부의 압력에 의한 사장 퇴진보다 KBS 내부 구성원의 힘으로 청산하고자하는 흐름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KBS 사내 게시판에는 22일 전직 KBS기자협회장의 공동성명을 시작으로, 김시곤 전 보도국장, 김영근 기자(라디오제작부), 20년차 이상 기자 성명, KBS PD협회, 이진성 기자(경인방송센터), 김진수 기자(방송문화연구부), KBS 10년차-20년차 기자 215명, KBS본부 스포츠구역, KBS제작본부 TV프로덕션 4 PD36명, KBS본부 제주지부, 부산울산지부, 기술구역, 충북지부, 제작본부 프로덕션3 PD 49명, 김명섭 기자, 김은곤 PD(TV프로덕션5), 10년차 미만 기자 143명, KBS본부 라디오구역, TV프로덕션5 38명, 프로덕션1 일동, KBS본부 경남지부, KBS본부 아나운서 구역, 방송본부 PD 35명 일동, 드라마 평 PD 일동 등의 성명까지 이어지고 있다.

▲ 뉴스타파 화면 캡처

 

다음은 이번주 KBS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PD들의 성명 전문이다. 

1. KBS 제작본부 TV프로덕션3 PD 49명(5월 29일)

2. KBS 제작본부 TV프로덕션5 PD 38명(5월 31일)

3. KBS 프로덕션1 PD 33명 일동(5월 31일)

4. KBS 방송본부 PD 35명 일동(6월 1일)

5. KBS 드라마 평 PD 일동(6월 2일)

TV프로덕션3 PD들도 고대영 사장 지시를 거부한다.

 

구구절절,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해봤자

별 감흥도 충격도 없고 무덤덤하실 테니

본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그만 물러나시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장님이 사장님이 되시고 난 후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

‘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니,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조사하길래

매년 KBS가 영향력·신뢰도 1위라는 건지 의아했던 한 주간지의 조사마저

사장님이 사장님이 되시고 난 후로는 심상치 않은 하락세가 계속되더군요.

 

그나마 몇 가지 안 남은 정신승리의 수단들마저 빠르게 사라져갑니다.

 

사실 이런 류의 수치들로 정신승리를 해온(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아마 사장님을 비롯해서 이제 그만 함께 물러나셔야 될 몇몇 어르신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겠지만요.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은 이미

2014년 세월호 침몰과 함께 가라앉아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함께 농락당했고

2017년 탄핵·대선 국면에서 날마다 징글징글하게 때려대던

북한뉴스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는 사실을

아마 사장님을 비롯해서 함께 물러나셔야 될 몇몇 어르신들 말고는

모두가 알고 있을 테니까요.

 

사상 최악의 헌정 유린 사태에서 그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던,

이제는 욕먹는 일마저도 없이 그저 무관심의 대상으로 전락한

KBS.

이 이름 앞에 우리는 ‘공영방송’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심히,

매우 심히 민망하고 불편합니다.

 

 

그 불편함을 사장님께서 지난 절반의 임기 동안

충분히 가중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물러나시라는 이야기입니다.

 

정권 바뀌었으니 나가라는 거냐?

너희들이 그렇게 외쳐대던 정권으로부터 언론독립이 고작 이런 거냐?

라고 굳이 물으신다면,

 

맞습니다.

정권 바뀌었으니 나가시라는 거 맞고요,

최악의 헌정 유린 정부가 낙점한 고대영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정치독립은 아닙니다. 오히려 공영방송의 독립에 대한 전면 부정입니다.

 

세계사적으로 유례없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을 바꿔낸

국민들의 열망이 언론 개혁을 염원하고 있으니

가장 큰 개혁대상인 KBS 현 사장이 물러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사장님!

용기를 내세요!

물러나세요!

지금! 당장!

2017년 5월 29일

제작본부 TV프로덕션3 PD 49 명 일동

 

세계는 지금 유희원 정택수 홍기호 조나은 김승용

추적60분 안주식 맹남주 정범수 유경현 상은지 조현웅 강민채 이은규 장민구

KBS스페셜 이완희 이재오 홍진표 이내규 박융식 조정훈 이승현 안상미

김승욱 지우진

자연다큐/숨터 구중회 신동만 정현덕 신호균 이정수 정승우 박정훈 김효진

역사저널/역사기행 강희중 황대준 최지원 이승하 이은형 김민정

순례/국제공동제작 박정용 김한석 유재우

기획팀 배용화 김한솔 박상욱

다큐 3일 윤한용 황범하 정병권 남진현 이지희 

 

고대영 사장님, 이제 명예롭게 퇴진하십시오.

 

참으로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야 합니다.

이는 KBS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후배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고대영 사장님!

헛된 미몽에서 깨어나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사장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그 경쟁 속에서 KBS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 거대한 추락의 근원에는 사장님이 계십니다.

 

KBS는 시대와 함께 호흡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탄핵당한 박근혜 정권과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사와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무능한, 부정한 정권에 대한 비판은커녕 정권의 신호에 민첩히 발 맞췄습니다.

 

그래서 외면당했습니다.

젊은 세대부터 등을 돌렸고 이제는 국민놀림감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어찌 사장님만의 문제겠습니까 마는

지금 우리는 현 상황의 핵심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박근혜 정권과 일심동체였던 고대영 체제의 KBS는 아무리 화장을 새로 한들,

적폐 세력이란 꼬리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사장님의 지난 임기 동안 했던 과거를 지울 수 없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무시하고, 촛불의 열망을 외면하고 시청자의 바램을 저버리고

철저하게 정권 눈치를 살피던 행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장님이 애를 써 본들 진정성은 의심받고, 조롱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그렇다고

사장님께서 과연 과거의 행적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실 수 있습니까?

자신의 수족들을 다 처내고 환골탈태 하실 수 있습니까?

사장님께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의 적폐와 현실적 한계, 미래에 대한 아무런 비젼도 없는 분이

어떤 개혁을 하겠으며 무슨 조직 문화를 개선하겠습니까?

미디어의 무한 경쟁 속에서 이런 핸디캡을 안고 어찌 KBS를 살릴 것입니까?

 

지금 이대로 가면 KBS는 설 자리조차 없습니다.

제작 일선에 있는 PD들은 누구보다도 KBS의 몰락을 빨리 느끼고 있습니다.

문제제기 못하고 맞서 싸우지 못한 저희 PD들의 잘못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사장님이 떠나주셔야 해결될 잘못입니다.

KBS는 완전히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지난 정권의 공범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야 합니다.

치열한 경쟁 시장 속에서 콘텐츠 경쟁력 하나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제작진이 힘들게 만든 콘텐츠가 ‘KBS라는 이유’로 외면 받지 않아야 합니다.

후배들의 생존 문제임을 직시하십시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사장님 물러나십시오.

그것이 지금 KBS가 직면한 위기에서 사장님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것이 고대영 사장님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KBS 개혁입니다.

 

KBS 고대영 사장님, 33년차 기자 고대영 선배님,

이제 명예롭게 물러날 때입니다.

 

2017년 5월 31일

KBS TV프로덕션5 PD 38명 일동

KBS스페셜 양승동 심광흠 김형석 김영철 신주호

김명숙 전 진 최진영 이승문 임효주

명견만리 공용철 류지열 손현철 황진성 김현기

강윤기 김은곤 이현정 이인건

천상의 컬렉션 최기록 조영중 유희진 길다영 김민희 이다솔

소비자 리포트 최지훈 이지웅

시청자 칼럼 김영환 권혁만 이승민

명작 오딧세이 심상구 유성문 배선정

특집/대기획 김무관 김정희 황응구 최필곤 박병길

 

TV프로덕션1 PD들은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한다!

 

우리는 고대영 사장의 즉각 퇴진을 촉구한다.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KBS는 정권의 눈치를 보며

국민의 여론을 외면했고

그 결과 오랫동안 쌓아온 ‘영향력-신뢰도 1위’라는

우리의 자부심은 철저히 무너져 내렸다.

 

고대영 사장은 이 모든 논란의 중심이 본인임을 깨닫고

책임져야 할 것이다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PD들은 소신껏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했다.

출연자, 아이템 선택에서 자기 검열을 했고

회사의 부당한 지시에 자괴감을 느끼며

여론을 수용하지 못한 ‘죽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시청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KBS가 공영 방송 역할을 못 한다”는 말을 들은 지 오래다.

 

이제 고대영 사장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적폐의 중심에는 고대영 사장이 있었다.

KBS사장은 수천 명의 조직원을 이끌고

5천만 국민의 여론을 선도할 KBS의 수장이기에

우리는 능력 없고 편향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KBS가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다

TV프로덕션1 PD들은 고대영 사장의 즉각 퇴진을 촉구한다

 

2017년 5월 31일

제작본부 TV 프로덕션1 PD일동

 

아침마당 방성용 손병규 황혜지

TV쇼 진풍명품 신동인 백항규 김기표 홍성협

걸어서 세계속으로 이낙선 성수일 윤성도 백승철 김가람

특집 조규진 김자현 이기연 구상모

서가식당 이은미 하동현 최윤영

속보이는 TV 인사이드 장민석 최윤화

아시아는 17세 김민희

6시 내고향 안병락 윤동률 류송희 김형주 김형호 이명희

끝까지 간다 오은일 김근해

환생 프로젝트 전인태

교육혁신 프로젝트 임혜선 김기용

 

고대영 사장의 결단을 촉구한다

 

JTBC 뉴스룸이 급부상하며 KBS 몰락의 서막이 올랐다.

# 2016. 10. 25 이후 퇴근 무렵, KBS의 흔한 사무실 풍경이다.

A: 왜 이렇게 서둘러?

B: 얼른 가서 JTBC 뉴스룸 보려고요. 뉴스 시작하기 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죠.

 

2016년 ‘JTBC 뉴스룸’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강타했고 KBS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순실, 박근혜의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KBS 직원들은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KBS뉴스9’ 대신 ‘JTBC 뉴스 룸’을 지켜봐야 했다. 피디, 기자들은 말할 수 없는 씁쓸함에 감정을 억누르며 무기력을 한탄했다.

 

JTBC의 태블릿 특종은 시작일 뿐이었다.

JTBC의 정치 예능 ‘썰전’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18%까지 시청률을 끌어 올리며 시사프로그램의 아이콘이 되었다. 심지어 채널A, MBN까지 시사 토크를 신설해 국민적 관심사를 소화했지만 KBS는 과거에서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국민의 관심사를 외면하다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다.

 

수십만의 국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혔다.

하지만 KBS는 국민의 생각을 읽는 대신

몰락해가는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했고 북풍몰이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KBS는 박근혜 정권과 함께 서서히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이 구속되고,

박근혜가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결국 KBS의 존재감은 ‘0’을 향해 수렴해 갔다.

 

KBS의 위기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국민들이 KBS를 공영방송이라 부르지 않은지 오래다.

기레기, 언론부역자, 정권의 하수인, 언론 적폐 ... 온갖 험담이 KBS에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주민의원은 수신료 분리 고지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KBS 대신 JTBC에 수신료를 내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KBS가 뭘 했다고 수신료래? XXX 주제에 ...’

듣기 민망한 비난이지만, 반박할 수 없으니 더 비참하다.

국민들은 KBS가 공적 책무를 게을리 한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있다.

 

응답하라! 누가 책임질 것인가?

 

새 정부 출범 후 시간이 멈추듯 KBS가 멈춰 버렸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KBS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본다.

오늘, 내일하며 사장이 나갈 날만 점치고 있다.

사장 거취가 궁금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렇게 아무 일 않고 있다가는 KBS가 망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과장된 표현 같지만 냉혹한 현실이다.

 

더 이상 사장의 영이 서지도 않는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도 없지만, 시킨다 해도 명령을 따를 이도 남지 않았다.

 

스스로 내려가는 것, 그것이 사장에게 남은 단 한 장의 마지막 카드다.

고대영 사장의 결단을 촉구한다.

 

2017년 6월 1일

방송본부 소속 평피디 35명 일동

편성마케팅국 김연미, 박소율, 송현주, 윤영식, 이성범, 이승은

이현정, 정미영

1TV사업국 강남경, 김영두, 김영숙, 김태균, 김학순, 남유진, 박흥영

송대원, 연규완, 이금보, 이순주, 이지운, 정경아, 황용호

2TV사업국 류호석, 박창, 이도경, 이선희, 이태경

라디오사업국 김정하, 김형주, 정유라, 지성찬, 현인철

유네스코세계유산-특별방송기획단 지형욱

한류기획단 장현석, 박현진

 

고대영 사장은 퇴진하라!

 

엄혹했던 9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 겨울,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며 세계사에 길이 남을 시민혁명을 이뤄냈다.

그리고 마침내 애타게 기다렸던 봄이 도래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빼앗긴 공영방송에도 봄이 왔는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반하는 조직개편과 의사결정구조의 도입,

영향력 및 신뢰도, 채널 선호도의 현기증 나는 추락,

제작 자율성 및 창의적 프로그램 기획력의 실종...

9년여에 걸친 KBS의 침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5월 한 달에만 자필 탄원서를 두 번이나 쓸 정도로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빼앗긴 공영방송의 들판에는

아직도 한겨울의 삭풍만이 몰아치고 있다.

 

2015년 11월 24일,

고대영 사장의 임기가 시작된 후로

단 1년 6개월 만에 11명의 드라마PD들이 KBS를 떠났다.

미래와 비전을 상실한 KBS는

내부 구성원들에게조차 차갑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고 조롱당하는

방송사의 일원으로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너무나 부끄럽다.

고대영 사장은 공영방송 KBS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5천 사우들을 더 이상 욕보이지 말라.

하나의 시대가 저물었으니,

구시대의 인물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마땅하다.

 

이에, 우리는 분명하게 요구한다.

지난 9년의 연장선상에 있는 고대영 사장은

KBS의 선장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라.

 

새 시대의 공영방송을 위해

고대영 사장이 용퇴하는 것만이

KBS에 대한 애정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고대영 사장은 지금 당장 퇴진하라!

- 2017년 6월 2일, KBS 드라마 평PD 일동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영방송은 어디로? 2017-06-03 18:14:24
고 사장 청문회 때 보니까 제정신처럼 안 보이더라~ 33년 근무했다던데 원래 사장 되기 전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들었다. 앞으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낙하산 방식이 아니라 대통령 뽑는 것처럼 직원 직선제 했으면 좋겠다. 다시는 이런 전무후무한 파렴치한이 등장하지 않도록 말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