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PD 따라 100명이 외쳤다...“김장겸은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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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PD 따라 100명이 외쳤다...“김장겸은 물러나라”
MBC노조, 투쟁의 새로운 방법 ‘페이스북 라이브’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7.06.09 15: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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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PD, 기자, 엔지니어 등 전 분야 구성원들은 ‘페이스북 라이브’를 시작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큰 소리로 외쳤다. ⓒ언론노조 MBC본부 페이스북 페이지

2012년 MBC 파업에 '서울역 MBC프리덤'이 있었다면, 2017년 MBC 구성원들에게는 '페이스북 라이브'가 있다.

9일 점심시간 MBC 로비에는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셀카봉을 들고 나타났다. MBC PD, 기자, 엔지니어 등 전 분야 구성원들은 ‘페이스북 라이브’를 시작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큰 소리로 외쳤다.

1층 로비뿐 아니라 2층, 3층에서도 목소리를 보탰다. 퍼포먼스를 시작하기 전 약간의 긴장감이 흘렀지만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다함께 외치기 시작하며 밝은 분위기 속에서 감동이 느껴졌다.

이번 퍼포먼스는 김민식 PD가 최근 회사 복도와 로비에서 홀로 거닐며 페이스북 라이브를 켜고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는 모습을 본 이들이 뜻을 모아 시작됐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김민식 PD를 본 조합원들의 요구가 많이 있었다. 그런데 혼자 나서기 약간 민망하지 않나. 그럼 좋다, 같이 한번 모여서 해보자(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 MBC PD, 기자, 엔지니어 등 전 분야 구성원들은 ‘페이스북 라이브’를 시작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큰 소리로 외쳤다. ⓒPD저널

이날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선창했던 김 위원장은 퍼포먼스가 끝난 후 “처음엔 약간 민망하고 쑥스러웠는데 나중엔 재밌었고 그 다음엔 좀 뭉클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김민식 PD가 사실은 되게 용기 있게 나서지 않았나. 그런데 방송국 사람들이 그런 똘끼들이 다 있다”며 “한 사람의 외침으로 그냥 놔두면 똘끼가 되겠지만, 외롭게 놔두지 않고 우리 모두가 나선다면 구성원들의 일치된 큰 목소리로 퍼져 나갈 것이다. 우린 앞으로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MBC 경영진은 인사위원회 회부 전 단계로 김민식 PD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김 위원장은 “김민식 PD를 징계하려 한다면 오늘 여기 모여서 외친 사람들 전체를 다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조합원들이 개인적으로 찍은 라이브 영상들을 모아 하나의 퍼포먼스 영상으로 편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MBC PD, 기자, 엔지니어 등 전 분야 구성원들은 ‘페이스북 라이브’를 시작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큰 소리로 외쳤다. ⓒPD저널

보도국 성명 이어져…사측 ‘게시글 삭제’

MBC 구성원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최근 노조 차원의 경영진 퇴진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개별적으로도 사내 게시판을 통해 경영진 규탄 성명을 내고 있다. 특히 보도국 기자들은 기수별로 릴레이 성명을 게재했다.

지난 8일에는 1987년에 입사한 김장겸 MBC 사장의 동기, 그리고 선배기수까지 성명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중략) 방송민주화 대장정은 길고도 험난했습니다. 제작거부와 파업이 이어졌고, 해직의 아픔이 있었고, 경찰병력이 사옥에 난입하는 전무후무한 사태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공정방송을 향한 투쟁은 멈춘 적이 없었고,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MBC는 그 어떤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공정방송의 첨병이 되었습니다. MBC는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방송이 되었고,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정직하지 못한 권력이 요리조리 말을 바꿔가며 사대강 사업을 강행할 때, 자원외교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국고를 탕진할 때, 세월호 참사로 국가의 무능이 도마 위에 올랐을 때, 비선의 국정농단으로 국민이 탄식을 토해낼 때, 감시의 눈은 애써 권력을 피해갔고 비판의 칼날은 주저 없이 권력의 반대편을 향했습니다. MBC는 권력의 충견이 되어 다시 30년 전의 암흑 속으로 추락하였습니다.

(중략) 우리 MBC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선배들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선배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불쑥 그런 질문이 날아들 것 같아 차마 후배들의 눈을 바로 볼 수가 없습니다. 방송민주화의 과실은 알뜰하게 누리면서, 공정방송의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기틀을 견고히 구축하고 다지는 일에 소홀했습니다. 그 책임이 선배인 우리에게 있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중략) 우리는 한 목소리로 요구합니다. 김장겸은 당장 MBC를 떠나라. 우리는 권력을 등에 업은 칼춤을 추며 MBC를 만신창이로 만든 패악질의 장본인과 단 하루도 같이 있을 수 없다. 더 이상 MBC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당장 떠나라. MBC는 그대 따위가 알박기나 하는 더러운 땅이 아니다”

하지만 MBC 경영진은 이들의 진심을 도리어 ‘노조 저널리즘’이라는 프레임으로 왜곡하기 시작했다.

MBC 경영진은 회사 성명을 통해 “보도국 기수별, 기자회, 영상기자회, PD 일동, 사번별 등 다양한 껍데기로 성명을 내고 있지만 거의 전부가 언론노조 조합원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며 “언론노조원이 아닌 것처럼 비치도록 안간힘을 쓰는 전형적 술수다. 이제는 식상하지도 않은가?”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 MBC 경영진이 삭제한 사내 게시판 글 목록 ⓒ언론노조 MBC본부

이어 MBC 경영진은 전자게시판 운영지침을 어겼다며 사내 게시판에 올려 진 보도국 기자들의 성명 13건을 모두 삭제하고 게시글을 올린 당사자들에 대해 1개월 간 게시판 사용을 제한했다. 현재는 심의 기간 이후에 올라간 성명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회사의 행태에 대해 “전 사원이 공유하는 게시판 운영을 몇몇 사측 간부들이 독점하겠다는 횡포이고, 검열을 제도화하겠다는 반민주적 처사”라고 지적하며 “사내 여론을 강제 검열해 공영 언론사로서의 자기 정체성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MBC, 홀로 ‘방송장악’ 주장

MBC 경영진은 급기야 PD, 기자들의 움직임이 ‘청와대 지침’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PD·기자들의 외침이 ‘청와대 지침’이라는 MBC’)

최근에는 MBC 홀로 청와대가 ‘방송장악’을 하려 한다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지난 7일 청와대가 김용수 전 방송통신위원을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방송사 중 유일하게 ‘방송장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해당 보도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황교안 전 대행의 기형적인 ‘알박기’ 과정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 밖의 사람을 1명 더 임명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 MBC <뉴스데스크> 7일 보도 '野 반발, "전례 없는 '꼼수'…文 정부 방송장악 의도"' ⓒ화면캡처

MBC는 지난 8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위원장이 정책조정회의에서 “(2012년 MBC 파업) 당시 부당해고 받았던 이들이 1심과 2심에서 복직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MBC는 대법 판결을 이유로 이 분들의 복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MBC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은 본인들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고, MBC 구성원들과 후배기자들을 생각해서 자신들의 거취를 결정해 주시기 바란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방송장악’이라고 주장했다.

MBC는 해당 보도에서 해직 언론인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한 부분은 삭제한 채 홍 부위원장의 일부 발언만을 전달하며 “합법적 인사권을 가진 공영방송 사장의 인사도 좌천이라는 자의적 잣대로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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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기 2017-06-10 11:12:04
고영진 아니라 고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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