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정부 제작지원금 간접비 요구 논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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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포커스] "방송사는 정부지원금도 협찬금으로 생각, 온전한 제작비여야"

▲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RAPA)가 실시하는 ‘차세대방송용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공모 포스터 

박환성 독립PD(블루라이노픽처스 대표)가 'EBS가 정부지원금 일부를 간접비 명목으로 귀속을 요구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독립PD들은 EBS뿐만 아니라 '방송사의 부당한 간접비 요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PD는 지난 해 8월 EBS 편성기획팀 담당 PD와 <다큐프라임-야수의 방주> 2부작 제작을 계약했다. 총제작비는 1억 4천만 원이었다. 그는 지난 2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RAPA)가 실시하는 ‘차세대방송용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중소사업자 전용 부문에 지원했고, 4월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박 PD는 EBS 콘텐츠제작협력부 해당 프로그램 담당 CP(책임 프로듀서)에게 제작지원작 선정 사실을 알렸다. EBS는 박 PD와 한국전파진흥협회가 계약한 협약서에 ‘모든 지적재산권은 방송사업자에 양도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을 것을 요구했다. EBS는 "<다큐프라임-야수의 방주>는 EBS의 제작비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협약서에는 '모든 지적재산권은 제작사에 양도한다'는 문구가 있어서 이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PD에 따르면 한국전파진흥협회는 '해당 사업에서 저작권을 제작하는 제작사에 위임하기에, EBS가 요구하는 부분은 제작사와 방송사가 알아서 협의할 부분이다. 수정까지 할 이유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PD는 4월 마지막 주 EBS 콘텐츠협력제작팀 부장과 담당 PD와의 회의자리에서 협약서의 해당 문구를 수정할 수 없다는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의사를 전했다. 당시 회의에서 EBS 담당자들은 표준계약서의 조항을 들며 ‘EBS는 블루라이노픽처스가 계약위반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는 게 박 PD의 주장이다.

박 PD는 “(EBS가 책정한 제작비 1억 4천만 원은) 처음 EBS에 요구했던 제작비보다 적은 금액이었다”며 “프로그램 제작을 계약하던 초반에 편성기획팀 담당 PD가 '예산이 이것밖에 없으니 부족한 건 정부지원금에서 받아서 쓰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담당 부서가 편성기획팀에서 콘텐츠협력제작부(전 외주제작팀)로 이동했다"라면서 “EBS는 공모 이야기를 실제 담당자와 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삼는다. 하지만 부서와 담당자가 여러차례 바뀌는 상황에서, 외부인사인 내가 EBS 인사이동까지 어떻게 다 추적하나"라고 호소했다. 박 PD는 "최초에 계약할 때 편성기획팀 담당 PD와 공모 이야기를 했는데 (EBS에서) 제대로 전달됐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BS 홍보팀은 “초반에 계약을 하고나서 편성기획팀 PD가 박환성 PD에게 ‘이런 지원제도가 있다‘고 말한 것일 수도 있다"라고 전제한 후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지원해봐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걸 지원한다고 했을 때 이야기를 안 했으니 문제가 되는 거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담당자가 변경된 후) 실제 담당자와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이라며 “만약에 정말 사전에 협의를 했다면 (자격 요건에 맞는) 다른 공모전에 지원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BS는 해당 신청서에 'EBS 송출 10월경'으로만 표기돼 있고, EBS 제작 지원 프로그램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EBS 홍보팀은 “EBS (제작 지원금이) 1억 4천 정도가 들어있기에 ‘참여기관’에 EBS와 계약한 금액도 명시한 컨소시엄으로 들어갔어야 하는 것"이라면서 "(담당자가 신청서를 보고) ‘1인 단독제작지원 사업’으로 지원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피력했다. 관계자는 “이건 허위 지원"이라면서 "해당 지원 프로그램 자체가 제작사가 저작권 전부를 지니고 있어야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반박했다.

박 PD는 “(차세대방송용 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서) 지원한 분야는 중소사업자 그중에서도 '독립PD부문'이다. EBS 규모의 방송사업자는 참여대상이 아니어서 단독으로 지원했다”라고 EBS 외주제작계약 프로그램이라고 명시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컨소시움이란 어떤 작품을 단독으로 감당하기 힘든 제작사가 다른 제작사와 서로 역할 분담을 해서 같이 제작하려 할 때 지원하는 것으로 블루라이노픽처스는 처음부터 다른 제작사와 연대 없이 단독으로 제작해 왔기 때문에 단독부문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 박환성PD가 '차세대방송용 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지원할 당시 작성했던 신청서 ⓒ블루라이노픽처스

EBS가 계약위반 이유로 간접비 요구했나?

EBS 콘텐츠제작협력부 담당자들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외주상생협력방안에 적힌 규정을 설명하며 간접비를 요구했다”는 게 박 PD의 주장이다. EBS는 “담당자들이 규정에 대해서는 말했을 수도 있다"라고 전제한 후 "박환성 PD가 (문제가 되면) 제작비 지원받는 걸 포기하겠다고 말해서 포기했다고 생각하고 간접비 회수 등에 대해서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PD에 따르면 지난 5월 4일 편성기획팀의 또 다른 PD는 '상생협력방안에 따르면 20%는 제작사 인센티브 40% 제작비 투여, 40% EBS 간접비 귀속'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콘텐츠제작협력부장 또한 해당 규정을 박 PD에게 설명했다는 게 박 PD의 주장이다.

박 PD는 “제작지원을 받으면 어떻게 처리되는지 묻자 EBS에서 ‘외주제작사 상생협력방안’ 규정을 말하더라"라면서 "그래서 이게 무엇이냐, 왜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이 협찬이냐, 왜 EBS에 간접비를 입고시키라는 거냐 물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EBS가 지원한 사실을 문제삼길래 ‘이런 점들이 많이 걸리면 (제작지원금을) 포기할까요? EBS 제작비로만 제작할까요?’라고 말했다"라면서 "그러니 EBS에서 '선정이 됐는데 왜 포기하냐'고 하더라. 그래서 '알았다,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라고 강조했다.

EBS 홍보팀은 “6월 말 기사를 통해서야 블루라이노픽처스가 RAPA로부터 선금을 받은 걸 알게 됐다”며 "우리는 포기한 줄 알았기에 요구를 하지도 않았고, 결국 받지도 않은 돈을 내놓으라고 한 것이 됐다”라고 반박했다.

내부지침인 EBS의 ‘외주제작사 상생협력방안’에 따르면 외주제작사가 정부기관으로부터 제작지원금을 받을 경우 방송사에 20%의 간접비를 내고 인센티브를 포함한 나머지 80%는 제작사가 가져간다.

EBS의 편성기획팀 또는 콘텐츠협력제작부 담당자가 박 PD에게 설명한 것과는 달리 간접비가 40%가 아닌, 20%로 규정돼 있다. 해당 사실은 EBS 홍보팀과의 전화통화와 한국독립PD협회로부터 전달받은 EBS가 노웅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노웅래 의원실이 EBS로부터 받은 EBS '외주제작사 상생협력방안'
▲노웅래 의원실이 EBS로부터 받은 EBS '외주제작사 상생협력방안'

EBS 홍보팀은 “방송사에서는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손대지 않는다"라면서 "대신 자체제작비를 조정한다. 또한 모든 정부지원금을 협찬으로 쓰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발주처에 따라 가능한 범위가 있고, 방송법 시행령 등에 따라 정해진 협찬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며 “인센티브나 간접비 비용도 사전에 먼저 협의를 하면, 계약하기 전 협의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조항은 인센티브를 제작사에게 주고자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주제작사 상생협력방안’의 외주제작 프로그램 협찬 시 보상제도에 대한 설명에서는 '협찬 유치 시 제작권 부여를 명문화하고, 인센티브, 간접제작비, 제작비 등의 비율을 명확히 제시해 외주제작사가 협찬 유치에 따른 보상 정도 및 가용 제작비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그는 “원래 정해진 금액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했는데 파이가 너무 커지면 제작비를 조정한다. 정부 돈은 다 증빙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방송사는) 지원금을 조정하지 않는다”며 “방송법 상에 정부지원금의 경우 협찬금으로 쓸 수 있는 범위가 있기에, 그에 해당하는 경우는 협찬금처럼 썼다. 하지만 모든 정부지원금을 협찬으로 쓰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방송사의 '협찬 또는 정부 제작지원금'에 대한 간접비 요구 정당한가? 

방송사 PD들은 방송사의 간접비 요구는 잘못된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한 PD는 "간접비 요구가 관행이긴 해도 방송사에서 이제까지 독립제작사에 지나치게 많은 간접비를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동안 방송사는 제작사가 정부기관에서 공모를 통해 받아온 정부지원금이나 협찬금에 대해 간접제작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제작지원금을 받을 경우 방송사에서 기존의 제작비를 깎는 경우도 있다.

방송사는 '방송사의 카메라, 연출자, 스튜디오, 편집실 비용, 카메라 감독 인건비, 컴퓨터그래픽 제작 비용, 홍보 제반, 주조실 등 전반적인 비용'을 이유로 간접제작비를 요구한다.

지상파 외주제작 업무를 하는 한 PD는 "방송사가 제작비를 깎는 것은 기존 제작비가 1억 원이라면 정부기관으로부터 3천만 원을 지원받았으니 총 제작비가 1억 3천만 원이 된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도 EBS에서의 '외주제작사 상생협력방안'처럼 정부지원금과 협찬금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만 해당 문서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꺼려 했다.

KBS의 한 관계자는 "KBS에도 외주제작사가 정부지원금을 받았을 경우에 해당하는 자체 규정은 있다"라면서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간접비 항목 등에 대해서 알려줄 순 없다"고 말했다. SBS 관계자 또한 “외주제작사에서 정부기관 공모를 통해 지원금을 받을 경우 적용하는 규정이 있긴 하다"며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는 2014년 △표준계약서 적용 △순수외주제작 편성비율의 상향 조정, 저작권·수익 배분, 외주인정기준 등에 관한 논의 협의체 참여 등을 골자로 하는 ‘외주제작사 협력상생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 관계자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의 계약 규정에 대해 파악한 것이 있냐는 질문에 “해당 부분은 사적영역이기도 하며, 방통위에서 요구하더라도 계약 성격상 방송사에서 알려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 2016 방송산업 실태조사 중 외주제작비율 ⓒ방송통신위원회 

독립PD “방송사는 정부지원금도 사기업 협찬금으로 생각...온전히 제작비로 쓸 수 있어야"

독립PD들은 “그동안 지상파를 포함한 방송사에서 독립PD와 독립제작사들에게 (전파)송출료 명목으로 간접비(간접제작비)를 요구하고 가져갔다”고 답답해 했다.

독립PD들은 박 PD의 SNS에 “이 기회에 “방송사와 제작사 간에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말이 안 되는 방송국 논리다. 제작지원금은 협찬이 아니다. 협찬은 매출로 인식 가능하지만 정부 지원금은 매출로 인식도 안 된다”, “해도해도 너무하다”라며 응원을 보냈다.

한국독립PD협회 송규학 회장은 “방송사 PD들도 이런 점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회사가 시키니 어쩔 수 없이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사에서 정부 지원금을 일반 기업 협찬금과 똑같이 생각하고 수익으로 본다"라면서 "그래서 외주제작사에게 ‘혼자 수익 내지말고 송출료(간접 제작비)로 나눠갖자’는 거다. 그런데 제작지원금은 공적자금이다. 그렇기에 그 부분만큼은 온전히 제작비로만 사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독립PD협회는 ‘EBS는 독립PD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제작지원금을 사기업의 협찬금과 같은 범주로 해석하는 EBS의 입장을 공개할 것, 블루라이노픽처스에 대한 모든 부당한 요구를 철회하고 공개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송 회장은 “그런데 EBS는 노웅래 의원실에서 상생협력방안에 대한 문건을 요청했을 때도, 그 문서를 보여주지 않았고 간접비 요구 근거도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PD는 “결국 EBS에는 간접비가 40%든 20%든 외주제작사에 간접비 회수를 무리없이 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 것”이라며 “이건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PD들도 모두 겪어온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독립PD나 외주제작사는 자신의 사비나 회사 자금으로 지급을 했다고들 한다. 그동안은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면 앞으로는 그 방송사와는 일 못 한다고 봐야하기에 문제를 지적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박 PD는 “EBS는 그동안 왜 간접비를 요구했는지, 어떤 근거와 법적인 바탕으로 입고 요구했는지 말하면 인정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EBS는 지금 이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논의의 프레임 자체를 계약 관계의 절차의 문제로만 얘기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잠깐 비 피하고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아마 이번에도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면, 99.9%의 확률로 내게 (원래 제작비를 줄이는) ‘변경 합의서’를 제시하거나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이 계좌번호로 돈을 입급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엇갈리는 주장, 방송사와 독립PD 상생 가능할까

EBS와 박 PD는 그동안 여러차례 공문과 내용증명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갈등의 폭을 줄이지 못했다. EBS는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일이 10~11월로 정해져있기에 방송 제작을 그대로 끌고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박 PD는 EBS와의 갈등 해결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박 PD는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에 해당 사안을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담당자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가 들어오면, 분쟁조정에 먼저 들어간다. 박 PD도 분쟁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라고 확인했다. 

그는 "그러나 신청서를 보면 분쟁 조정을 통해 얼마간 배상하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라면서 "그보다는 EBS에 '앞으로 이런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일이었기에 공정위에서는 분쟁조정이 아니라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사건이 신고되면 이에 대해 조사와 심판이라는 절차를 거쳐서 결정을 내린다. 공정위 담당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무혐의 또는 경고로 끝날 수 있으며, 해당 행위가 위법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심사보고서를 써서 위원회에 올린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후 위원회의 전원합의를 통해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전원회의나 소회의에서는 과징금, 시정명령 등의 결정을 내리는데, 이는 법원의 1심에 준하는 구속력이 있다.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하면 고등법원에서 2심부터 진행된다.

한국독립PD협회는 아직 논의 중이지만 이번 갈등을 계기로 방송사의 부당한 간접비 요구 개선을 피력하는 피켓 시위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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