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는 쓰레기? KBS 블랙리스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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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는 쓰레기? KBS 블랙리스트 논란
노조 “고대영 사장 발탁 간부들, 블랙리스트 전횡”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07.11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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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0일 오후 2시 여의도 KBS연구동에 위치한 KBS새노조 대회의실에서 'KBS에는 아직도 '블랙리스트'가 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완상 전 부총리가 "문재인 옹호자"라는 이유로 라디오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명박 정부 이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됐던 'KBS 블랙리스트'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새노조’)는 10일 오후 2시 여의도 KBS연구동에 위치한 KBS새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한완상 전 부총리에 대해서 KBS 간부가 부적격 출연자로 분류해 논란이 일며 공영방송 KBS는 지금까지도 블랙리스트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사태의 중심에는 고대영 KBS 사장이 있다.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KBS 라디오 간부, “한완상 전 부총리는 문재인 옹호자... 출연시킬 수 없어”

‘출연자 사전 리스트’ 요구... 제작진 반발하자 ‘프로그램 폐지’ 지시하기도

KBS새노조에 따르면 한 전 부총리는 지난 5일 KBS 1라디오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에서 자신의 회고록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다>(후마니타스, 2017)에 대해 녹음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녹음 당일이었던 5일 오전 담당 작가로부터 출연 취소 연락을 받았다.

KBS 1라디오를 책임지는 이제원 라디오프로덕션1담당 국장이 “한 전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어 출연을 시킬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제원 국장은 한 전 부총리의 자서전에 대해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이 다룰 인문학 서적이 아니다”라고 규정하며 촛불혁명을 언급한 자서전의 에필로그 부분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한완상 전 부총리가) 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회고록을 써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 “(한완상 전 부총리의 책은) 인간 본질에 대한 인문학이 아니다”, “양대 정치세력 중 한 쪽의 입장에서 정리한 회고록으로 인문학의 범주가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김영삼 정부 시절 통일원 장관,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 등을 역임한 학자로서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에서 교수로서 탄압받았던 경험과 민주화 이후 여러 공직에서 느꼈던 소회’ 등을 서술한 자서전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다>를 최근 출판했다.

KBS새노조가 지난 8일 한완상 전 부총리와 진행한 인터뷰(▷​관련 링크)에 따르면 이제원 국장은 지난 7일 출연 취소 문제가 불거지자 한 전 부총리에게 전화해 “경솔했다”고 사과했다. 이에 한 전 부총리는 “이번 사안은 국장 개인의 돌출적인 행동으로 보기보단 KBS 문화와 구조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적폐의 일환이며, KBS 구조적 문화적 한계라고 본다. 사과를 하려면 국장 차원이 아니라 사장이 문서로 나한테 해야 한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 한완상 전 부총리 ⓒ뉴시스

KBS새노조에 따르면 이제원 국장은 지난달 10일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에 이정렬 전 판사(법무법인 동안 사무장,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출연해 헌법 개정 논의를 인문학 관점에서 진단하고 분석하자 제작진에게 이 전 판사를 출연은 방송사고라며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이정렬 전 판사는 ‘쓰레기’다”, “(이 전 판사 출연은) 심각한 방송사고”, “법은 인문학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국장은 지난 2일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에 출연한 환경전문 KBS PD가 자신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파괴된 생태계가 하루 빨리 건강해지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제작진에게 ‘4대강 사업 비판은 일부의 의견’ ‘방송에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공정성을 해쳐’ 등의 취지로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KBS새노조는 “그러나 해당 방송은 KBS 사내 심의기구인 심의실의 심의를 문제없이 통과했고, 사후 심의평도 방송 내용이 충실했다는 게 뼈대였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이제원 국장은 KBS 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제작진이 ‘세계의 탄핵 사례’를 다루자고 발제하자, ‘반대 의견도 정확하게 똑같이 다룰 자신이 없으면 제작하지 마라’ 라는 취지로 강압적 지시해 제작 무산시켰다. 또한 KBS 1라디오 <19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에서 대선 당일 개표 상황을 분석하던 패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것’이라는 취지로 평가하자, ‘탄핵이 어떻게 국민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냐’며 생방송 진행 중인 PD 등을 압박하기도 했다.

▲ KBS1라디오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 PD와 작가가 지난 4일 오후 주고받은 SNS 대화 내용 캡처 화면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새노조는 “이제원 담당의 비상식적인 제작 지시에 제작진이 반발하자 이제원 담당은 한술 더 떠 출연 섭외 전에 출연자 리스트를 작성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며 “그는 ‘출연자 사전 리스트’를 직접 검토한 뒤 부적격 출연자를 선정해 제작진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에도 이제원 담당은 출연자 리스트에 한완상 전 부총리의 이름을 확인하고 출연 취소 지시를 내렸다는 게 KBS새노조의 설명이다.

오태훈 언론노조 KBS본부 부위원장은 “이제원 담당은 프로가 마찰이 있으니 없애겠다고 통보했다. 프로그램이 폐지논란에 휩싸여있어서 담당 PD가 이제원 담당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 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현재 KBS 제작투자에서는 프로그램 폐지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KBS새노조는 “이 담당은 특정 인물들을 꼽아 ‘좌파(속칭 좌빨)이 아닌 이유를 제시하지 않으면 출연을 허가할 수 없다’고 지시하기도 했다”며 “이는 부적격 출연자를 정리한 블랙리스트가 단순히 무형의 명단 형태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형태의 명단으로 작성되고 활용됐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정황”이라며 “여기에는 이제원 담당 뿐만 아니라 이경우 라디오센터장과 고대영 사장까지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BS새노조는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KBS는 감사는커녕 최소한의 사실관계 조사도 지시하지 않았다”며 거듭된 문제제기를 묵살한 채 블랙리스트를 용인해 온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을 비판했다.

KBS새노조는 “노조는 이전에도 이제원 담당의 거듭된 전횡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고대영 사장은 이를 묵살하고 계속 기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선 전 논란이 됐던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블랙리스트 논란 또한 여전히 미해결 상태라고 설명했다. 강윤기 정책실장은 “논란 이후 열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제작가이드라인에 대해서 검토하자고 합의했으나, 사측은 3월 말 회의에서 “아직까지 좀 더 가다듬고 있다”라고 할 뿐 4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 어떤 답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후속조치를 하지 않고 문제를 덮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관련링크: KBS새노조, ‘KBS 블랙리스트 관련 황교익 선생 인터뷰’)

마지막으로 “강도 높은 감사나 수사를 통해서 하루 빨리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KBS는 오후 기자회견 이후 이제원 라디오프로덕션1담당을 직위해제하고, KBS 방송문화연구소로 전보 조처했다.

KBS는 10일 오후 "KBS 1라디오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 한완상 전 부총리 출연 취소 관련 KBS 입장"을 내고 “KBS에는 블랙리스트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KBS 1라디오 <이주향의 인문학산책>의 한완상 전 부총리 출연 취소는 프로그램 PD와 담당 국장간의 협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제작진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어 “KBS 라디오센터는 담당 국장이 출연자 결정과정에서 주관적인 잣대를 적용했다고 판단해, 한완상 전 부총리에게 정중하게 사과드리고 양해를 구했으며 향후 KBS 라디오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도 전달받았다”며 “KBS는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라디오프로덕션1담당 이제원 국장을 오늘자로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새노조는 “사실관계도 조사하지 않고 보직만 박탈한 것에 대해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고 규정한다”며 “고대영 사장 등의 개입 여부를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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