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환성PD 뜻대로...독립PD협회, 방송사 불공정 청산 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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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독립PD협회-시민단체, 협의체 논의 예정

[PD저널=구보라 기자] 한국독립PD협회(회장 송규학)가 방송사의 불공정 관행을 청산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꾸려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이와 더불어 EBS도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독립PD협회,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해당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생전에 박환성 PD가 제기했던 'EBS의 제작지원금 간접비 환수'에 대해 제대로 된 사실관계 파악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위원회다.

앞서 박환성 PD와 김광일 PD는 지난 달 19일 EBS 다큐프라임 <야수의 방주> 촬영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났다가 현지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박 PD는 세상을 떠나기 전인 지난 6월 20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EBS가 정부기관의 제작지원금 일부를 간접비 명목으로 귀속을 요구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콘텐츠 제작비로 써야 할 정부지원금을 EBS가 간접비로 귀속시키는 근거를 알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BS는 "간접비 요구한 적 없다", "박환성 PD는 EBS와의 계약을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EBS와 박 PD는 이후 여러 차례 공문과 내용증명을 주고받았지만, 갈등의 폭을 줄이지 못했다. (△관련기사: 2017.07.10. 'EBS, 정부 제작지원금 간접비 요구 논란...왜?') 두 PD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방송사 불공정 계약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독립PD협회는 지난 3일 오후 5시 한국방송회관 10층 회의실에서 열린 ‘박환성PD의 유지를 이어갈 특별위원회 관련 회원 간담회’에서 방송사의 불공정 관행을 청산하기 위한 특별위원회인 방송사 불공정 계약 청산 특별위원회(가칭, 이하 ‘방불특위’)를 꾸렸다. 방불특위에는 최영기 전 독립PD협회장이 위원장으로 위촉됐으며, 복진오 PD가 부위원장을 맡는다.

최영기 위원장은 7일 오전 <PD저널>과의 통화에서 “특위 차원에서 EBS 간접비 환수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를 할 것"이라면서 "그동안 EBS와 박환성 PD의 이야기가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걸 정확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불특위는 8일 오후 첫 공식회의를 열고, 관련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영기 위원장은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나면, 이번 사안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아직은 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처벌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박환성 PD가 주장한) 갑질이 존재했다면 징계가 크든 작든 응당한 대가는 받아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불특위는 방송 외주 정책을 관할하는 유관 기관과의 접촉, 공정위 차원에서의 조사 촉구, 9월 예정인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안건으로 채택돼 심도있게 논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종합편성채널 MBN에서 발생한 독립PD 폭행사건 등 독립PD 인권 실태와 관련한 안건이 논의됐으며 독립PD들이 참고인으로 진술하기도 했다. 당시 독립PD들은 표준계약서 명확한 작성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MBN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기 위원장은 “방송사 불공정 계약 문제는 EBS뿐만 아니라 전 방송사가 지닌 문제다. 이번 일에 대해 심도 깊게 토론해서 발전적인 측면으로 결론을 맺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송사 불공정 거래 문제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당시 임명 예정이었던 이효성 방통위원장에게 ”독립PD의 참담한 죽음을 계기로 방송계 내부 불공정 거래가 다시 고발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잘 협의해서 이 문제를 살펴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시행해달라“고 당부했다.

EBS와 독립PD협회,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협의체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할 움직임도 있다. EBS는 시민사회단체와 관련 TF를 꾸려 앞으로 독립PD협회 방불특위에서 제안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추혜선 의원(정의당, 미방위 소속)한테 EBS 사장 면담 요청을 부탁했다. 31일 EBS 사장과 본부장, 시민사회 쪽을 맡은 책임자와 함께 면담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EBS가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만 고민하지 말고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특위에서 제안될 사안들에 대응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타협이 이뤄지고, 그 내용이 모범적이라면 그걸 전 방송사, 업계 전반에 모범적인 틀로 가져가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 대표는 “EBS-독립PD협회-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자는 제안은 EBS의 사장과 본부장뿐만 아니라 노조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지난주 금요일(4일) 발족된 독립PD협회 특위에게도 공유되고 합의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 4일 우종범 EBS 사장이 사퇴했다. 하지만 이후 EBS 정책본부장은 '사장 거취 문제와는 상관없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꾸릴 예정'이라고 했다. 빠르면 8월 중순 정도에는 양 테이블이 만나서 논의하고,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앞으로 독립PD협회 특위에서 EBS에 제안하는 사항에 대해 EBS가 합의한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첫 번째로는 방통위, 공정거래위원회, 방송 관련 학회, 한국PD연합회 등이 함께 들어오는 합의기구를 만드는 것이 있다. 두 번째로는 국무총리가 방송사의 외주제작 관행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만큼 이 문제를 풀어내는 특별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구성하는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 대표는 “지금까지는 독립PD와 (지상파 PD들이 주로 속한) 한국PD연합회가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가서는 안된다는 걸 모두가 공감하는만큼 이번 기회에 한국PD연합회에서도 이 문제를 ‘우리’ 문제로 보고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PD연합회는 방송 제작환경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독립PD협회, 추혜선 의원실 등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31일 ‘박환성·김광일 PD의 사망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방통위에는 노조,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노사정시민사회 합의대책기구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고, EBS에도 공정계약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 2016 방송산업 실태조사 중 외주제작비율 ⓒ방송통신위원회
▲ 노웅래 의원실이 EBS로부터 받은 EBS '외주제작사 상생협력방안'. 마지막 표에서 '제작 중 프로그램 유치시' 규정이 있다. 외주제작사에 인센티브 20%와 추가제작비 40%, EBS에 간접비 40%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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