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교양PD 제작거부…“표창원·송강호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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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교양PD 제작거부…“표창원·송강호 블랙리스트?”
MBC 콘텐츠제작국 제작중단 동참…“노골적 아이템 검열”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7.08.1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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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혜승 기자] MBC PD, 기자들의 제작거부 투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PD수첩> PD, 시사제작국 기자·PD, 카메라 기자들의 '제작중단' 선언에 이어, 콘텐츠제작국 PD 30명이 9일부로 제작중단을 선언했다. 이들은 <PD수첩> 제작중단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제작 자율성을 쟁취할 때까지 제작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콘텐츠제작국은 다큐멘터리부, 콘텐츠제작1·2부 등이 속해있다. 다큐멘터리부에서는 <휴먼다큐 사랑>, <하하랜드>, <MBC스페셜>, 특집 다큐 등을 제작하고 있다. 콘텐츠제작1·2부는 여러 외주 관리 프로그램들을 맡고 있다.

한학수 PD는 이날 <PD저널>과의 통화에서 “<PD수첩> PD들의 제작중단 이후 콘텐츠제작국 PD 사이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어제(8일) 총회를 하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온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한 PD는 콘텐츠제작국이 담당하는 프로그램들의 불방 여부에 대해서는 “외주 프로그램들을 제외한 본사 제작 프로그램들은 방송 나가기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MBC PD, 시사제작국 기자·PD, 카메라 기자들의 '제작중단' 선언에 이어, 콘텐츠제작국 PD 30명이 9일부로 제작중단을 선언했다. ⓒMBC PD협회

세월호 다큐, '타방송과 차별화가 안돼서' 안 된다

콘텐츠제작국 PD들은 이날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MBC 경영진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세월호 다큐 제작이 임원회의까지 보고됐으나 당시 김현종 교양제작국장은 ‘타방송과 차별화가 안 된다’는 이유로 제작을 중단시켰다.

뿐만 아니라 김현종 당시 교양제작국장은 PD들이 저소득 취약 계층의 영양불균형 문제를 다루려 하자 “지금 계급투쟁 하자는 거냐”며 아이템을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에 들어서도, <MBC스페셜> 제작진이 촛불집회를 다루려 하자 당시 김현종 편성제작본부장은 '다큐멘터리부는 해당 아이템을 다룰 포맷이 없고, 시사제작국이 다루면 된다'는 이유로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PD들은 '다큐로도 다룰 수 있다'고 재차 요청했으나, 김 전 본부장은 “‘시사제작국은 노조원과 비노조원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제작 가능하지만, 전부 민주노총 소속인 다큐멘터리부 피디들은 안된다’”고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MBC 경영진은 '사전에 기획안이 보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작이 거의 완성됐던 탄핵 관련 다큐와 6월 항쟁 30주년 다큐를 중단시켰다. 당시 탄핵 다큐를 담당했던 PD는 구로에 위치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전보 발령됐다. 구성원들이 '유배지'로 평가하는 곳이다. 6월 항쟁 30주년 다큐를 3개월 이상 진행해오던 PD는 '제작중단 지시 이후에도 촬영을 이어갔다'는 사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고 외주관리부서로 전보 조치됐다.

▲ MBC PD, 시사제작국 기자·PD, 카메라 기자들의 '제작중단' 선언에 이어, 콘텐츠제작국 PD 30명이 9일부로 제작중단을 선언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콘텐츠제작국 PD들은 특정 인물들의 출연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있을 것이라고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5년 2월 <MBC스페셜> ‘조희팔을 찾아라’ 편을 제작할 당시, 김철진 전 편성제작본부장이 “프리젠터로 표창원을 쓸 거면 미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담당PD는 프리젠터 섭외에 대해 고려하지도 않았던 단계였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당시 김 전 본부장의 발언에 부담을 느낀 제작진이 표창원 교수를 섭외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11월 말, 영화 <변호인>의 배경인 부림사건을 실제로 담당했던 검사 출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출발 비디오 여행> 방송 후 방송 대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해당 방송은 ‘2017년이 기대되는 배우들’을 소개하며 배우 송강호와 영화 <변호인>의 일부를 다뤘다.

이들은 2016년 11월 <MBC스페셜> ‘공부중독’ 편 방송 이후에는 김현종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이 유시민 작가가 출연했다는 사실을 방송 후에서야 인지하고, “문제 인사를 걸러내지 못했다”며 제작진을 질책했다고 폭로했다.

콘텐츠제작국 PD 30인은 이날 제작거부 성명을 통해 “신입 PD 채용은 중단되었고, (경영진이) PD들을 스케이트장을 관리하는 신사업개발센터나 지방축제 행사 유치를 담당하는 경인지사 등으로 유배시켰다. 이 같은 파괴 행위는 공영방송의 포기 선언과 다름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PD수첩>은 3주째 방송이 중단되었다. 경영진은 PD들의 상식적이고 당연한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왜곡하고 있다. 보도영상부문에서 드러난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또 어떠한가? 출처불명의 괴문서라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 무엇이 괴문서인가? 지난 9년간 파괴되고 유린당한 MBC 시사교양부문과 PD들이 바로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윤길용 전 시사교양국장. 김철진, 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 김도인 현 편성제작본부장. 백종문 현 부사장. MBC 시사교양을 파괴하고 공영성을 유린하는데 최선봉에 섰던 자들”이라고 거론한 후 “지금 이 순간 MBC를 가장 망가뜨리고 있는 김장겸 사장은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MBC 콘텐츠제작국 PD 30인이 고발한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 전문이다.

▲ 3일부로 제작중단에 돌입한 MBC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경제매거진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 등이 속한 시사제작국 PD·기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상암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PD저널

콘텐츠제작국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

1. 교양제작국의 해체

2014년 10월 27일 사측은 ‘핵심 역량의 집중과 확대, 조직 혁신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이라는 명목 하에 교양제작국 폐지를 확정했고, 10월 31일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5명의 PD들을 국외로 인사조치했다. 이들이 발령받은 부서는 스케이트장을 관리하는 신사업개발센터, 지방축제 행사를 유치하는 경인지사 등 제작과 무관한 곳이었으며, 8명의 시사교양PD는 예능국으로 발령받았다.

2.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룬 아이템 배제

- 2014년 4월 “투쟁성향 PD, 세월호 다큐 제작 못해”

참사 직후부터 피디들은 프로그램 제작을 논의했으나, 당시 김현종 교양제작국장은 3일이 지나고 나서야 세월호 다큐 제작을 허락했다. 담당PD가 정해지고 임원회의까지 보고 후 긴급하게 제작에 착수했으나 김 국장은 돌연 타방송과 차별화가 안 된다며 제작을 중단시켰다. 재차 수정한 기획안으로 보고했으나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민감한 아이템이라고 규정하고, ‘해당 PD는 언론노조에 파견된 이력이 있어 투쟁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역시 불허했다. 결국 다른 피디로 교체 후에야 겨우 방송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 2014년 저소득층 후생문제 “지금 계급투쟁 하자는 거냐”

저소득 취약 계층의 영양불균형 문제를 다루고자 했던 <빈자의 밥상, 부자의 밥상>이라는 기획안을 두고, 담당CP가 참신한 주제라며 정부의 제작비 지원사업에 응모할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당시 김현종 교양제작국장은 “지금 계급투쟁 하자는 거냐”며 일축했다.

- 2016년 8월 <MBC스페셜> 박준영 변호사 아이템 불허, “노무현을 연상시켜 안돼”

고졸 출신, 독학으로 사시 패스 후 재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파산위기에 처해 주목을 받았던 변호사 박준영 씨. 여러 매체에서 경쟁이 치열했던 박 변호사를 어렵게 섭외, 기획안을 올렸으나 당시 김학영 콘텐츠제작국장은 ‘이력이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어차피 위(본부장)로 올려도 안 될 것이 뻔하다’며 아이템을 불허했다.

- 2017년 <MBC스페셜> 촛불집회 아이템 불허

<MBC스페셜> 제작진은 3회에 걸쳐 촛불집회를 담겠다는 기획안을 제출했으나 당시 김현종 편성제작본부장은 다큐멘터리부에서는 다룰 수 있는 포맷이 없고 시사제작국이 다루면 된다며 불허했다. 피디들이 다큐 형태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다고 재차 요청했으나 ‘시사제작국은 노조원과 비노조원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제작 가능하지만, 전부 민주노총 소속인 다큐멘터리부 피디들은 안된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 2017년 3월 탄핵다큐 불방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방송 예정이었던 탄핵관련 다큐가 편집된 상태에서 시사도 없이 방송 1주일 앞둔 채 불방되었다. CP와 국장이 각각 사전에 보고하고 진행했던 아이템임에도 당시 김현종 편성제작본부장은 ‘보고는 받았지만 승인한 적은 없다’, ‘구두로 보고받은 것은 컨펌이 아니다. 나는 문서로만 받는다’며 제작승인 사실을 부인했다.

후임으로 온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역시 취임 이튿날 ‘김현종 본부장도 컨펌한 적 없다 하고, 나 역시 그럴 생각이 없다’며 끝내 불방 통보하였다. 그리고 담당PD는 바로 구로에 위치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전보 조치되었다.

- 2017년 6월 항쟁 특집다큐 제작 중단

6.10 민주화 항쟁 30주년 특집다큐가 김장겸 사장 취임 직후 중단됐다. 3개월에 걸쳐 이미 상당부분 촬영이 진행된 기획을 갑자기 중단시킨 사유는 ‘상황이 바뀌었다’였고, 당시 달라진 상황은 임원진의 교체뿐이었다. 사안이 외부에 알려지자 경영진은 ‘담당PD가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제작을 진행했다’며 중단 사유를 밝혔으나, 해당 기획은 CP,국장에게 이미 보고, 라인업에 올라있던 상태였다. 이후 담당 PD는 제작중단 지시 이후 촬영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 감봉1개월의 징계를 받고 외주관리부서로 인사조치 되었다.

- 2017년 6월 광복절 특집 다큐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의 실체> 기획 무산

<MBC스페셜>에서는 광복절 특집을 위해 5월부터 국내 전문가와 일본 코디네이터를 접촉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실체를 밝히려는 다큐를 기획했다. 이에 홍상운 콘텐츠제작국장은 프로듀서와 담당PD에게 ‘내가 국을 운영하는 동안 계기성 특집은 안 한다. 작년에 광복절 특집 다큐 했으니까 올해는 안 해도 된다’는 이유로 기획안을 불허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한일 양국의 주요현안이기 때문에 다뤘으면 한다는 담당 PD의 의견에 대해 ‘아침방송에서 한 꼭지 다루면 되겠다’며 일축했다.

3.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

- 박근혜 대통령 해외순방 특집다큐 편성

2016년 2월 김현종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앞두고 이란 관련 다큐 제작을 갑작스레 지시했다. 취재비자 발급이 까다롭고, 촬영이 엄격히 통제되는 이란의 제작 시스템과 국내 이란어 번역자가 희박한 여건 상 빨리 만들기 어렵다는 제작진의 현실적 제언을 무시하고 박 전 대통령의 방문 일정에 방송일을 맞출 것을 종용하였다.

이외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 시기에는 이탈리아 특집다큐가, 프랑스 방문시기에는 프랑스 특집다큐가 각각 ‘수교130주년 특집’이라는 이례적인 타이틀로 방송되었다.

▲ 박근혜 대통령 해외순방 특집다큐 편성 ⓒMBC 콘텐츠시사제작국 PD 30인

- 낯 뜨거운 정권 홍보 방송

지난 수년 간 격렬했던 각종 사회적인 현안들에 눈감았던 경영진은 반대로 ‘오더’ 방송을 수시로 강요했다. 주로 박정희 정권 시절 이룩한 고도경제성장과 박근혜 정권의 성공적인 정책 등에 포커스를 맞춘 프로그램들이었다. 특히 방문진의 예산으로 제작된 2015년 신년특집 <대한민국> 3부작 (1부 ‘아버지가 세운 나라’ / 2부 ‘어머니가 지은 나라’/ 3부 ‘자식들이 만들어 갈 나라’)의 경우, 방송 후 ‘성장 이면에 감춰진 독재, 양극화 등 현실의 고통은 외면한 반쪽짜리 다큐’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4. 표창원, 송강호, 유시민은 블랙리스트 대상자?

- 2015년 2월 김철진 본부장 “표창원 미리 보고해라”

3월에 방송된 <MBC스페셜–조희팔을 찾아라> 편 제작 당시, 김철진 전 편성제작본부장은 “프리젠터로 표창원을 쓸 거면 미리 보고해라”고 부장을 통해 지시했다. 담당PD는 프리젠터 섭외에 대해 아직 고려하지 않았던 상황이었으며, <MBC스페셜> 프리젠터 섭외에 본부장이 이렇게까지 사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결국 부담을 느낀 제작진은 이후 표 교수를 섭외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 <출발 비디오 여행> 송강호 출연 회차 대본 요구

2016년 11월 말,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은 이례적으로 <출발 비디오 여행> 방송 후 콘텐츠제작국장을 통해 그 대본을 요구했다. 해당 방송에는 ‘2017년이 기대되는 배우들’ 가운데 한 명으로 배우 송강호와 영화<변호인>의 일부가 다뤄졌고, 고영진 방문진 이사장은 영화 <변호인>의 배경인 부림사건을 담당했던 3인의 검사 가운데 한 명이다.

- 2016년 11월 <MBC스페셜-공부중독> 유시민 인터뷰 관련

<MBC스페셜–공부중독>편은 뒤늦게 공부에 빠진 어른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공부의 의의 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인터뷰에 큰 호응이 있었다. 그러나 김현종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은 뒤늦게 유시민 작가가 출연한 것을 인지하고 “문제 인사를 걸러내지 못했다”며 호되게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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