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추가 폭로…김장겸 “PD가 만드는 프로그램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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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인력’, ‘잔여인력’ 등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노조원 배제 노골적…노조 고소 예정

[PD저널=이혜승 기자] 김장겸 MBC 사장, 권재홍 MBC플러스 사장 등 MBC 경영진의 왜곡된 언론의식이 점점 더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도를 넘은 발언과 행동들에 MBC 구성원들은 총파업 투표를 결의했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17일 오전 서울 상암MBC 집회에서 방송문화진흥회 녹취록을 추가 공개했다. 해당 내용에는 김장겸·권재홍 당시 사장 후보자가 PD·기자들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려 하고, 입맛에 맞는 경력 기자를 채용하려 했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17일 오전 서울 상암MBC 집회에서 방송문화진흥회 녹취록을 추가 공개하고 있다. ⓒPD저널

“어제 라디오를 듣다가 저녁에 <세계는 우리는>을 듣는데 뭐가 나오느냐면 시민 인터뷰가 나온다. ‘이재용을 구속 안 하는 것이 말이 되냐. 구속 당연히 해야 한다’ 이런 인터뷰가 나간다. 이거 문제다. 이게 왜냐면 PD가 만드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게 나갔으면, 기자 같으면 이런 게 나가면 그거에 반대되는 시민 인터뷰를 반드시 집어넣는다. 그런데 이미 (PD들이) 바이어스하니까 그것만 딱 내고 그 다음에 본편으로 바로 넘어간다. 이게 지금 우리의 현실인데 이걸 한꺼번에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 결국 시사제작국을 보도본부 산하로 끌고 온다든지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예전에 제가 보도국장할 때 외부 기업들이 불만을 갖는 게, ‘도대체 데스크가 기사 한 줄도 못 바꾸느냐...' 아무리 (위에서) 얘기해도, 합리적인 설명을 해도 ‘밑에 기자에게 가서 얘기해라’ 이런 조직문화가 심했다. 그걸 바꾸는 데 몇 년 걸렸다. 그건 쉽게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시간이 필요하다. 사내 단체(노조, 기자협회, PD협회 등)들이 수십 년 동안 교육시키고 세뇌시켜서 이렇게 된 거다“ (김장겸 현 사장. 방문진 MBC 사장 후보 면접 당시 발언)

“아마 보도 시사국을 다 통합한다는 것에 대해서 일부 PD들이 반발할 수 있다. <PD수첩>에 있는 PD들이 보도시사본부장 밑으로 가기 싫어한다 이런 반발을 예상할 수 있는데, 지금 <PD수첩> 이런 시사 프로그램이 시사제작국장 아래 있다. 시사제작국장을 보도 출신 박용찬 국장이 맡고 있다. PD출신이 아니다. 단지 시사제작국이 편제부(편성제작부) 안에 있어서 보도국과 소통이 안 되는 거다. 본부장이 회의해서 예를 들어 오늘 뉴스데스크에 고영태 녹취록이 나갔다면 다음에 <PD수첩>이 받아서 심층 보도하자 이런 식으로 논의가 될 수 있다. (중략)

공고내고 응모하면 거기서 서류 거르고 면접하고 뽑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각 부문에 있는 사람들을 정말 올바른 가치관이 있는지, 올바른 언론관이 있는지 체크해서 핀포인트 방식으로 선출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각 부야 우수한 경력을 뽑아야 한다“ (권재홍 현 MBC플러스 사장. 방문진 MBC 사장 후보 면접 당시 발언)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오후 혹은 18일즈음 녹취록을 추가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16일 “‘MBC 블랙리스트’ 고영주가 지시했다”며 MBC 사장 후보 면접 당시 고영주 이사장을 포함한 구여권 추천 방문진 이사들, 권재홍·김장겸 당시 사장후보자가 발언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일부 공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노보

고영주 이사장, 노조원은 ‘유휴인력·잔여인력’

앞서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16일 “‘MBC 블랙리스트’ 고영주가 지시했다”며 MBC 사장 후보 면접 당시 고영주 이사장을 포함한 구여권 추천 방문진 이사들, 권재홍·김장겸 당시 사장후보자가 발언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일부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은 노조 소속 기자, PD들을 업무에서 노골적으로 배제하고 지역 지사로 ‘부당전보’ 해왔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노조원들을) 앵커로도 안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기는 있습니까?”

“잔여인력을 아까는 어디어디에 보내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를테면 그렇게 이념이나 성향과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잔여인력을 그런 데서 활용할 수 있는지...”

“유휴인력을 어디 쓸 데가 있으면 부사장님 말씀대로 참신한 경력기자들을 많이 뽑아서 일을 시키면 되는데 그 유휴인력을 해고할 수도 없고 원로원처럼 모셔놓을 수도 없고...”

△유의선 방문진 이사

“많은 인력이 노조 가입 등등해서 편향된 제작물을 가져온다거나...”

△권재홍 MBC플러스 사장 (당시 MBC 사장 후보)

“기존의 인력은 미래방송연구소도 있고, 방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도 있고,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을 나가는 그런 조직에는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뽑아서 앵커를 시켰으면 당연히 노조 탈퇴하고 앵커가 정말 중립적인 보도를 해야 하는데 (노조) 탈퇴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나는 앵커 안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뉴스데스크> 하는 기자들은 거의 90%가 다 비노조원, 경력기자들입니다”

“검찰팀이 9명인데 검찰팀에 1노조(언론노조 MBC본부)는 하나도 없다. 전부다 경력기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검찰에서 이상한 기사가 안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지 못한 조직에서는 꼭 일이 터지게 돼 있습니다”

“제가 부사장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그 부분입니다. 도저히 보도 쪽에는 쓸 수 없는데 그렇다면 어디로 보낼 것인가? 그래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보내고...”

“지금까지 그런 유휴 인력들을 경인지사라고 있는데 거기에 많이 보내놓았고 다른 부분에도 많이 보냈습니다. 언론노조 조합원 중에서도 정말 보도 쪽에 일을 하기 힘든 그런 강성 조합원들은 다른 일을 하도록 해 놓은 상태인데 (중략) 계속해서 더 뽑아서 안 될 사람들은 다른 데로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는 충분히 더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김장겸 사장 (당시 MBC 사장 후보)

“저는 (사람을 쓸 때) 과거의 히스토리를 주로 봅니다. 이 양반이 회사를 여태까지 쭉 다니면서 어떻게 했는지...”

▲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16일 “‘MBC 블랙리스트’ 고영주가 지시했다”며 MBC 사장 후보 면접 당시 고영주 이사장을 포함한 구여권 추천 방문진 이사들, 권재홍·김장겸 당시 사장후보자가 발언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일부 공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노보

김장겸 현 사장은 면접 당시 PD저널리즘을 폄하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기도 하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사장은 “PD의 시사 문제 다루는 것을 PD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이것을 한꺼번에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 시사제작국을 보도본부 산하로 끌고 온다든지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발언했다. PD들의 시사 프로그램을 의도적으로 해체하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지적이다.

MBC 경영진은 그동안 PD, 기자들을 경인지사,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전보보내는 데에 대해 ‘부당전보가 아니’라며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보내는 것, 그곳도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이번 녹취록을 통해 사실상 해당 부서가 ‘유배지’라는 것을 실토한 모양새가 됐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월 사장 후보자 면접은 사실상 중대 범죄행위의 지시, 실행을 함께 모의한 자리였다. 이에 관여한 자들은 모두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으로서 부적격임은 물론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녹취록을 통해 부당노동행위가 드러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김장겸 사장, 권재홍 MBC플러스 사장 등을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17일 오전 서울 상암MBC 집회에서 방송문화진흥회 녹취록을 추가 공개하고 있다. ⓒPD저널

“제가 유휴인력입니다”

그동안 제작 일선에서 배제된 채 경인지사, 구로동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으로 전보됐던 PD, 기자, 아나운서들은 해당 녹취록이 공개된 뒤 자신들이 겪어온 수모를 성토하고 있다.

“아나운서들이 파업 전에는 조합원 비조합원을 떠나서 총 인원이 40명 조금 넘었다. 그런데 파업 이후 현재까지 그만두거나 타 부서로 배치된 사람이 20명이 넘는다. 이 사람들 모두 조합원이다. 그리고 다들 방송을 잘하던 사람들이다. MBC의 큰 자원들이고 힘이다. MBC의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이들은 철저히 방송에서 배제됐다. 사실 아나운서는 다른 부서 어디에 가있는 게 중요하지 않다. 방송을 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로 그 아나운서의 생명을 빼앗는 거다. 그래서 어떤 아나운서들은 계속 버티고, 어떤 아나운서들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MBC 떠난 거다” (박경추 아나운서. 16일 기자회견)

“김장겸 사장 취임 후 올 2월 말, 3월에 첫 인사를 냈는데 그때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전보됐다. 구로동에 있다. 사무실만 있고 책상하고 복합기 한 대 이렇게 있는 게 전부인 사무실이다. 방송사 사무실, 이런 걸 상상하면 안 된다. 그곳에서 다큐 제작을 하라고 업무 지시를 하긴 했는데, 실제 지시만 있었을 뿐 업무가 주어지지 않았다. 제작 예산이 있어야 하고 카메라와 협업해서 취재를 나가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고 업무를 주지 않는다. 단 하나 하는 일은 ‘근퇴’만 체크한다. 우리끼리는 수용소 수감자라고 얘기하고 있다. 사무실 들어가면 센터장이 사무실을 훑어본다. 출근시간을 적는 거다. 그런 모멸감을 계속 준다.

드리고 싶은 얘기는 딱 하나다. 이 블랙리스트, 녹취록에 나오지 않나. 내가 업무능력이 부족해서 인사발령이 난 게 아니다. 노조 활동을 했기 때문에 인사발령이 났다.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노동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한두 해도 아니고 5년 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부당한 인사를 낸 거다. 그건 무슨 공정방송이니, 사측에서 최근 얘기하는 ‘정부의 공여방송 길들이기’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나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100명이다. 100명 넘는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법해위다. 이 문제를 ‘공영방송 길들이기’ 그런 시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수진 기자. 16일 기자회견)

“3관왕이다. 경인지사 성남용인총국에 다녔고, 구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다니고, 현재 여의도 신사옥개발센터 소속이다. (중략) 여러 공통점이 있지만 세군데 공통점 중 하나가 사업 예산이 0원이라는 점이다. ‘너게 일하지 말고 거기서 시간이나 죽이고 있어라’라는 거다. 무력감과 절망감을 학습하고, 거기 젖어서 지내라는 거다. 그리고 적절한 시간이 돼서, 못 견디면 회사를 나가라는 얘기다” (이재훈 기자. 17일 집회)

“블랙리스트라는 게 리스트만으로 존재하면 기능을 못한다. 블랙리스트대로 지시를 내리고 실행시키고 협박하는 그런 시스템이 없으면 블랙리스트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 고영주가 아무리 얘기한들, 우리가 일상에서 저항하고 방관하지 않고 도와주고 그랬다면 과연 지난 2월에 이렇게 버젓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저런 말들을 할 수 있었겠나. 박근혜 탄핵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인데 얼마나 우리가 하찮게 보였으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었겠나. 고영주, 김장겸, 경영진 다 감옥에 보내야 한다. 하지만 단지 그들을 내쫓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략) 우리가 정말 예전의 MBC, 새로운 MBC를 만들려면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고 실행되고, 우리 영혼을 갉아먹는데도 방관했었던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뒤엎어야 한다” (김재영 PD. 17일 집회)

▲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08.17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지배구조 개선 입법, 정부도 힘 모을 것”

일련의 사테에 국회, 청와대에서도 문제를 지적하고 MBC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7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MBC는 현대판 군함도”라며 “도대체 왜 기자들에게 ‘절대 격리 필요’, ‘보도국 외로 방출 필요’와 같은 인격 살인에 가까운 표현까지 써가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야만 했는지 그 전모가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홍근 원내수석은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공정보도를 요구하는 수많은 언론인을 해고하고 본업에서 내쫓은 당사자들의 책임을 요구한 것을 무자비한 재개발 과정으로 비유했다. 도대체 누가 조폭이고 원주민인가? 빼앗긴 들로 돌아가야 할 사람은 저널리즘을 위해 유배까지 감수한 언론인들”이라고 꼬집었다.

박홍근 원내수석은 또한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장본인들이 거취를 스스로 결단하지 않는다면 법적, 도의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약속드린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서, 정권이 언론 장악 못하도록 확실한 방안을 입법을 통해 강구했다. 이미 국회에 그런 법안들이 계류되고 있는데 통과를 위해 정부도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한편 언론노조 MBC본부는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결과에 따라 내달초즈음 MBC 구성원들이 총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작중단'에 결의한 PD, 기자, 아나운서는 300여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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