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아지는 음악? 서로 존중하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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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48

[PD저널=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MBC 전 PD, 클래식 해설가)]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질까? ‘모차르트 효과(Mozart Effect)'란 말이 전세계에 유행한 적이 있다. 1993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신경생물학자 고든 쇼와 심리학자 프랜시스 로저는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10분정도 들려주자 대학생 36명의 공간추론능력이 30%나 높아졌다는 실험결과를 과학잡지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모차르트 음악을 그냥 듣기만 해도 머리가 좋아진다는 얘기였다.

 

미국의 돈 캠벨이란 사람은 이 실험결과에 편승하여 1997년 <모차르트 효과>란 책을 내고 자신이 선곡한 모차르트 음반 시리즈를 발매해 1998년 ‘빌보드 올해의 클래식 아티스트’ 6위에 올랐다. 그는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IQ가 높아진다고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모차르트 음악을 듣고 기도를 하니 머릿속의 종양이 사라졌고 천사가 자기를 도왔다”고 횡설수설했다. 돈 캠벨은 미국 전역은 물론 일본, 한국까지 여행하며 ‘모차르트 효과’에 대해 강연하고 책을 팔았다. 모차르트를 팔아서 잇속을 챙긴 사기나 다름없었다.

 

돈 캠벨의 주장이 허황되며 1993년 <네이처>에 실린 실험결과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게 세계의 연구소에서 수십 차례 증명됐다. 하지만, 조금 너그럽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모차르트 음악이 머리를 맑게 하고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고, 그 결과 정서 안정과 균형 있는 품성의 발달에 이롭다면 ‘모차르트 효과’를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아가, “머리가 좋다”는 말을 좀 더 넓게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머리 좋다”는 게 단순히 IQ가 높다는 뜻은 아니라는 전제에서 말이다.

 

요즘 “공감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IQ만 높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르는 것을 ‘헛똑똑’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IQ 높다고 다른 사람들을 ‘개돼지‘ 취급하며 무시한다면 그 사람인들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내 스승(萬人皆吾師)”이란 말이 있다.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새로운 것을 잘 배울 수 없고, 결국 바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화할 때 자기 얘기 하느라 상대의 얘기를 잘 안 듣는 사람들은 예의가 없다. 나이 들수록 이렇게 무례해지는 사람이 많은 건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상대를 존중하며 경청하는 것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고, “머리 좋은 사람”이 되는 첫걸음에 다름 아니다.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두 명의 피아노 연주자가 함께 연주한다.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호흡을 맞추며 열심히 연주한다.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자기 소리만 크게 내면 시끄럽게 들리기 십상이지만, 상대의 소리를 잘 들으며 서로 맞춰주면 단정하게 들린다. 이 곡은 씩씩하고 찬란한 악상으로 가득하다. 두 연주자가 상대를 어떻게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는지 눈여겨보아야 재미있게 들을 수 있고 ‘머리 좋아지는 비결’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48 1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 바로 보기

* 피아노 : 그레그 앤더슨, 엘리자베트 조이 로우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두 피아니스트가 상대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존중해야 훌륭하게 연주할 수 있다.

 

지난 여름, 전쟁 위기가 우리나라를 뒤덮었다. 서로 존중하며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향해 모두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 증오의 반대말은 사랑, 무시의 반대말은 존중이다. 너무 거창한 것 같지만, “서로 존중하라”는 말은 부처, 공자, 예수 등 성인들의 한결같은 가르침이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마태복음 7장 12절)”는 성서 구절, “네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공자 말씀은 결국 같은 뜻이다. 모든 사람은 이해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 그렇다면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머레이 페라이아와 라두 루푸의 연주. 두 사람의 트릴(떤꾸밈음)까지 일치할 정도로 완벽한 호흡을 들려준다.

 

모든 인간사와 도덕률의 기본인 ‘존중’을 음악에서 발견할 수 있다니 흥미롭다. 아름다운 2악장, 두 연주자가 서로 존중하며 마음을 일치시키니 하늘을 나는 것처럼 가뿐하다. 1784년, 모차르트가 제자 아우어른하머(Auernhammer)와 함께 연주하려고 작곡했다. “머리 좋아지는 음악”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곡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리 각자에게 달려 있다.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48 2악장 안단테 바로 보기

* 피아노 : 라두 루푸, 머레이 페라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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