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판기사 싣지 마” 고대영, 모교 한국외대 교지에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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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학생들, KBS·MBC 총파업 적극지지 의사 밝혀…“고 사장, 학교 명예훼손 멈추라”

[PD저널=하수영 기자] 고대영 KBS 사장이 모교인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총동문회를 통해 자신의 비판 기사가 실린 학내 교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 학생들은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캠퍼스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사장은 스스로의 껍데기뿐인 명예를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교지에도 개입하는 등 학내 언론 자유를 탄압한 사람”이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외대 학생으로서, 고대영‧김장겸 등 언론 적폐 세력들을 강력히 규탄하며 언론노조와 KBS‧MBC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앞에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출신 언론인들과 함께 하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파업 지지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PD저널

한국외대 51대 총학생회 비대위, 32대 영어대 학생회를 비롯한 각 단과대 학생회,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외대지부, 외대교지, 외대학보, 노동자연대 한국외대모임 등에 속한 한국외대 재학생들은 한국외대 영어과 79학번인 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KBS‧MBC 구성원들의 총파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고 사장이 지난해 외대교지에 개입했다가 학생들의 반발을 산 일화를 폭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외대 재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2016년 한국외대로부터 ‘자랑스러운 외대인상’을 수상한 고 사장에 대해 외대교지가 비판 기사를 싣자 고 사장이 총동문회를 통해 학교 본부에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당시 외대교지는 △고 사장 징계성 인사발언 논란 △후배기자 폭행 시비 △기자도청 스캔들 △불공정 보도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그의 수상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는데, 총동문회를 통해 압력을 받은 학교측이 수 천부에 달하는 외대 교지를 강제로 수거했다는 것이 한국외대 학생들의 전언이다.

정병수 영어대 학생회장은 “이는 고 사장이 공영방송의 자유와 독립, 민주주의를 침해한 것도 모자라 모교 언론의 자유와 학내 민주주의까지 훼손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국민이자 외대 후배로서 고 사장이 즉각 퇴진할 것을 주장한다. 고 사장은 정치권력에 빌붙어 모교 명예에 먹칠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가 무너진 공영언론을 그저 바라만 보고 침묵한다면 우리 사회의 진실은 언론에 의해 왜곡될 것이다. 침해된 권리를 우리 노력으로 회복해 나가야 한다”며 “우리는 언론이 권력을 견제‧감시하는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유진 총학생회 비대위원장은 “고 사장은 스스로의 껍데기뿐인 명예를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학내언론 자유를 탄압한 사람”이라며 “이런 고 사장이 사장으로 있는 KBS에서 언론인에 대한 탄압과 왜곡 보도, 정권에 대한 무조건적 비호가 자행된 사실이 놀랍지 않다. 고 사장이 외대 동문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탄식했다.

▲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앞에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출신 언론인들과 함께 하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파업 지지 기자회견'이 열렸다. 강윤기 KBS PD(사진 위 가운데)와 한상헌 KBS 아나운서(사진 아래 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기자회견에는 강윤기‧남상원 PD, 김성일 기자, 한상헌 아나운서 등 한국외대를 졸업한 KBS의 현업 언론인들도 자리를 함께 해 후배들을 위해 목소리를 보탰다.

강윤기 PD(영어96, <명견만리> 등 연출)는 “외대 후배들과 수신료를 내는 국민들에게 너무 죄송한 마음을 갖고 방송을 살리고자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언론노조 KBS본부를 비롯해 MBC 구성원들까지, 모두 하루 빨리 사장, 이사진, 적폐인사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공영방송을 만들어 국민들께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상원 스포츠PD(영어98)는 “우리가 공영방송을 사수하겠다고 싸우는 건 KBS가 모두를 위한 방송이고 수신료를 받는 국민 모두의 방송이기 때문”이라며 “고 사장이 내려오는 것이 공영방송 정상화의 첫 걸음이다. 이 싸움은 분명히 이길 싸움이니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상헌 아나운서(신문방송99)는 “가장 가슴 아픈 것이 무관심”이라며 “언론이 제대로 서야 한다. 당장은 여러분에게 큰 변화가 없을지 모르지만 미래의 여러분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총파업에)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덧붙였다.

선배 언론인들의 응원과 당부에 후배들도 화답했다. 한국외대 노동자연대 소속의 이지원 학생은 “부당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언론인이 되겠다며 파업에 나선 언론인 선배들이 진정으로 자랑스럽다”며 “선배들의 투쟁이 공정 언론을 지키고 우리들 미래와 일자리를 지키는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모진 탄압 속에서도 공영방송을 위한 투쟁에 나선 선배님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26일 기준으로 총파업 23일째를 맞은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새노조)는 추석 연휴를 맞는 9월 25일부터 29일까지를 ‘고대영 퇴진 예약 주간’으로 선포했다. KBS새노조는 “연휴 전까지 고 사장과 이사회를 강하게 압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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