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제작진 인터뷰 “MB, 국정원 문건 핵심…기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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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제작진 인터뷰 “MB, 국정원 문건 핵심…기소해야”
[인터뷰] 이우환 PD·정재홍 작가 “언론 말살하려 한 MB, 책임지고 벌 받아야”
  • 하수영 기자
  • 승인 2017.09.28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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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하수영 기자] 최근 이명박(MB) 정부 국정원에서 작성한 ‘MBC 정상화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과 관련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MBC <PD수첩> 제작진들이 사태의 배후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목하고 검찰에 이 전 대통령의 기소를 촉구했다.

이우환 MBC PD와 정재홍 작가는 27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KBS‧MBC 등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국정원 문건은 정권 핵심인 MB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제 4부’라고 불리는 언론을 무력화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 헌법적 범죄를 저질렀다. 검찰은 다시는 국정원이 방송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엄벌을 내려야 한다. 책임자(MB)를 끝까지 일벌백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MBC 'PD수첩' 전 제작진인 이우환 PD(사진 왼 쪽)와 정재홍 작가가 26일 국정원의 ‘방송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뉴시스

국정원은 최근 MB정부 국정원이 공영방송인 KBS‧MBC와 관련해 2010년 작성했다는 문건 2건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는 <PD수첩> 등의 MBC의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진 교체‧프로그램 포맷 변경 등 이른바 ‘방송 장악’과 관련한 지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최승호 <뉴스타파> PD(MBC 해직 PD), 이우환 PD, 정재홍 작가를 26일에, 김환균 PD(현 언론노조 위원장)를 27일에 각각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 참고인 조사는 문건이 내용대로 MBC 내에서 실제로 실행됐는지, 실행됐다면 그 과정에서 불법이나 탈법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PD저널>은 검찰 조사를 받은 <PD수첩> 제작진 가운데 이우환 PD, 정재홍 작가와 27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26일 오후 2시께 조사를 받은 이 PD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문건을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문건에 명시된 그대로 MBC가 망가진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김재철, 안광한 전 사장과 김장겸 현 사장, 윤길용 전 시사제작국장, 김철진 전 부장 등 경영진‧간부들은 그저 MB와 국정원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PD는 “문건을 보면 2010년 3월까지 1단계(시사 프로그램 포맷 변경‧제작진 대거 교체 등) 실행, 연말까지 2단계 실행(조직개편 통해 외곽 신설 조직 만들고 여기에 좌경 PD‧기자 유배 및 격리) 이런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내 추측에는 (MB가) 2010년 김재철 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이 문건을 주면서 ‘이대로 해라’ 이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PD는 문건에 구체적인 실행 시기까지 명시가 돼 있었지만 실제 시행 시기와 문건에 나타난 시기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재철 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그 때부터 (문건대로) 실행하려 했는데 2010년 4월에 ‘39일 파업’이 있었다. (마음대로) 통제가 안 됐다”며 “위기감을 느낀 김 전 사장이 당시 이주갑 시사교양국장과 김태현 부장을 (2010년 8월 <PD수첩>에서 방송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최승호 PD 연출)’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했다, 편향적인 프로그램들을 막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제거(경질)하고 (그들 입장에서) 믿을 수 있는 윤길용 국장과 김철진 부장을 임명했다. 그게 2011년 3월에 있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윤길용 전 국장과 김철진 전 부장은 부임하자마자 <PD수첩> 최승호 PD를 비롯한 6명 제작진을 교체했다. 이 PD는 “<PD수첩>팀이 당시 12명이었는데, 당시 절반인 6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며 “(한 팀에서) 절반 이상 교체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PD는 “당시 내부적으로 반발이 많았지만, 국정원 문건에 적힌 그대로 다 됐다”며 “아마 <PD수첩>이 쇠고기 수입 문제나 4대강 문제를 방송하니까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엄청나게 골치 아픈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윤길용 전 국장은 자신을 선임시켜준 대가로 <PD수첩> 약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MBC 'PD수첩' 전 제작진인 최승호 '뉴스타파' PD(사진 왼 쪽)와 이우환 PD(사진 가운데), 정재홍 작가가 26일 국정원의 ‘방송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뉴시스

이우환 PD는 사측에 의해 무려 3번이나 부당전보를 당했다. 2011년 윤길용 전 국장과 김철진 전 부장이 부임했을 당시 5‧24 남북경협으로 인한 남북 경제협력 중단 아이템을 다루다가 이들로부터 ‘친북 PD’라는 말을 듣고 용인드라미아로 발령났던 것이 첫 번째였다.

당시 이 PD는 바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부당전보취소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에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PD는 곧바로 일산 제작센터사무실로 향해야 했다. ‘장소가 협소하다’,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는 게 전보 사유였다.

2011년 11월 노사간 협의가 있었을 때, 이 PD는 <PD수첩>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였다. 이 PD는 “2012년 ‘170일 파업’이 있고 나서 회사가 ‘대청소’를 시작했다”며 “그 과정에서 나는 자택대기발령 3개월을 받았다가, 신천교육대에 가서 1년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이 PD의 두 번째 부당전보였다.

이 때도 이 PD는 곧바로 부당전보취소가처분신청을 했고, 또 이겼다. 덕분에 2013년 이 PD는 현업으로 돌아가 <불만제로>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14년, 그는 세 번째 부당전보를 경험했다.

이 PD는 “2014년 3월에 회사에서 <MBC스페셜>을 하라고 해서 갔다. 그해 4월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는데, 회사가 (세월호) 다큐를 긴급하게 만들라고 하기에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촬영 하루 만에 회사가 하지 말라고 했다”며 “당시 이 문제로 회사하고 ‘옥신각신’했는데, 내 생각엔 (세월호 참사가) 단순 사고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 부담이 되겠다 싶어서 (회사가) 그런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 PD는 이 추론을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와 일종의 ‘실랑이’가 있은 후, 이 PD는 2주간 저성과자 교육을 받은 뒤, 신사업개발센터로 전보됐다. 이 PD에 따르면, ‘언론노조 출신이라 정파적이다’, ‘평소 나한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당시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이 주장한 전보 이유였다. 이것이 2014년 11월의 일이다. 이 PD는 이때 MBC 스케이트장 관리를 해야 했다.

현재 이 PD는 매주 목‧금 오후에 방송되는 어린이 프로그램 <어린이 똑? 똑! 키즈스쿨>의 CP를 맡고 있다.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이 PD를 비롯한 MBC PD 6인과 기자 3인에 대한 MBC의 부당전보를 무효로 판결했기 때문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 PD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PD는 “이건 국정원이란 국가기관이 우리나라 공영방송 시스템을 편향되게 만들기 위해서 국가권력을 동원해 경영진으로 하여금 작업하도록 강제한 ‘방송농단’ 사건”이라며 “입안자인 이 전 대통령은 물론, 그걸 이어서 실행한 박 전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도 강한 수사의지를 보였다. 끝까지 책임자를 일벌백계해서 더 이상 국정원이 방송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MBC 'PD수첩' 전 제작진인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26일 국정원의 ‘방송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뉴시스

“원세훈이 혼자 했다? 검사들도 웃어…모든 문건 ‘VIP’에 보고됐다는 정황도 있어”

<PD수첩> 제작진, 국정원 문건 사건 배후로 이명박 전 대통령 지목

정재홍 전 <PD저널> 작가 역시 27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26일 검찰 조사 당시 국정원 MBC 문건을 처음 접했으며, 문건에 명시된 대로 그대로 실행된 것이 너무 놀랍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는 “문건을 보면 <PD수첩>,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을 적시해서 ‘좌파 프로그램은 담당 PD는 물론 프리랜서 작가 및 출연진까지 전면 교체하라’고 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 작가는 2010년 4대강 등 정권 비판적인 아이템을 <PD수첩>에서 다뤘다가 경영진과 갈등을 빚고 2011년 계약해지 통보를 받는 등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작가에 따르면, 문건에는 구체적인 실행 시기까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정 작가는 “<PD수첩>은 2010년 광우병 논란, 검사 스폰서 논란, 해군장교 양심선언, 총리실 민간인 사찰 논란, 기무사 민간인 사찰 논란, 4대강 비판 등 정권 비판적인 아이템을 많이 다뤘는데 아마 이게 (<PD수첩> 개입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도 “이런 것들이 결심을 확고히 하는 계기는 됐겠지만, 분명한 건 (정해진) 스케줄에 의해 <PD수첩>에 개입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이러한 국정원의 방송 개입이 ‘비판 세력을 말살해 정권을 재창출하고자 하는 MB 정권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그래서 이 문제를 단순히 연예인이나 문화‧예술인에 대한 ‘블랙리스트’ 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 그건 문제를 너무 축소하는 것”이라며 “MB 정권은 토대가 허약했다. 4대강 사업이니 뭐니 터무니없는 짓 했으니 (당연하다)…그게 아니란 걸(옳지 않다는 걸) 자기들도 아니까, 언론이나 비판세력을 완전히 말살해서 정권을 재창출하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정 작가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와 법적 책임 부과가 반드시 이뤄져야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검찰은 블랙리스트, 댓글 공작, 공영방송 장악 등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고 일부 언론에서도 원 전 원장을 국정원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하는 것에 비해, 이 전 대통령은 수사 대상으로도 사태의 핵심으로도 지목하지 않고 있다.

정 작가는 “검사들에게 ‘이게 원세훈 원장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느냐’고 하니 검사들도 웃더라”면서 “이미 원 전 원장의 국정원 문건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단서가 나오고 있다. 검사들에게도 ‘권력 핵심(MB)에 의해 문건이 만들어진 거니까 거기까지 법적 책임을 물어달라.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최승호 PD 역시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인 26일 저녁 개인 SNS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최 PD를 <PD수첩>에서 전출시키라는 내용이 명시된 2010년 문서와 실제로 최 PD가 2011년 <PD수첩>에서 나가게 된 뒤 이를 ‘핵심성과’로 규정한 2012년 문서를 발견했고, 이들 문서가 VIP(이명박 전 대통령 지칭)에게 보고됐다는 것이다.

그는 “2010년 11월 국정원은 ‘VIP(대통령) 일일보고’라는 제목 하에 ‘<PD수첩> 최승호 PD전출, 김미화 교체, KBS <추적 60분> 담당 PD 인사조치’라고 적은 문서를 만들었다”며 “몇 달 뒤인 2011년 3월 나는 실제로 <PD수첩>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2012년 1월 15일 국정원 국익정보국이 만든 ‘부서핵심성과사항’이라는 문서에 핵심 성과로 ‘<PD수첩> 최승호 PD 전보’라고 적혀 있는 걸 확인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어 “나를 <PD수첩>에서 쫓아낸 뒤 국정원은 마치 간첩이라도 잡은 듯 ‘핵심성과’라고 자축하고, 국민 세금으로 포상을 즐긴 것이냐”며 “국정원은 잘못을 고백해야 한다. 방송장악의 하수인 노릇을 한 직원들은 진솔하게 증언해야 한다. 모든 관련 문서도 검찰에 넘기라”고 요구했다.

정재홍 작가도 <PD저널>에 “지금 국정원이 움켜쥐고 안 내놓은 문건들이 많다”며 “현재 공개된 문건들은 박근혜 정권 국정원 적폐청산 과정에서 (우연히) 눈에 띈 거지 작심하고 공개한 게 아니다. 이건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사건이라는 별도의 사건으로 취급해서, 별도의 기구를 만들고, 전면적으로 자료를 검토‧공개해야 한다. 우연히 나온 문건 몇 개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작가는 나아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책임 규명을 언론과 시민들도 함께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MB 정권이 ‘제4부’로 일컬어지는 언론을 시나리오에 의해서, 무력(武力)으로, 무력화(無力化)시키고 비판적 세력들은 다 쫓아내는 짓을 자행했다. 이건 반 헌법적 범죄”라며 “언론과 시민들이 분명히 거기까지 요구해줘야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고 그들이 영구집권하려는 음모,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PD수첩> 제작진들은 28일 오후 2시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에서 열리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검찰 조사 과정의 상세한 내막을 밝힐 예정이다. 최승호 PD,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이우환 PD, 정재홍 작가 등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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