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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된 김병만 없는 ‘정글의 법칙’

기사승인 2017.11.17  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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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SBS <정글의 법칙>이 다시 모험을 감행했다. 6년 동안 언제나 변함없이 살아 돌아온 정글 서바이벌 이야기에 말이다. 사실상 지금 시점에서 <정글의 법칙>을 보며 로망이나 모험을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새로 합류한 출연자들은 모두 ‘리얼’ 타령을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탁 트이는 광활한 자연 풍광을 보여주고, 그 한편에서 바나나 잎 등으로 집을 마련하고 불을 피운다. 사냥과 채집을 하다 위기가 발생하겠지만 김병만이 해결할 거고, 고단한 하루는 먹방으로 행복하게 마무리될 것이다. 여성 출연자들은 단 한명의 예외 없이 소탈한 인간미를 발산하면서 씩씩하게 제몫을 해낼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생존 조건은 나날이 소프트해지고 있다. 경험치는 올라간 반면, 일정 등의 캐스팅 문제로 인해 예전처럼 동일한 멤버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글에 함께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후발대란 미명 하에 1박 혹은 2박의 빡빡한 일정으로 멤버들이 수시로 손바꿈을 하고, 김병만은 부족장이라기보다는 이 모두를 아우르는 가이드 역할에 여념이 없다. 함께한다는 생존 주제는 체험으로 격하되면서 시청자들은 생존에 대한 긴장감을 느끼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지난여름 <정글의 법칙>의 ‘생존’에 처음으로 진짜 위기가 닥쳤다. <정글의 법칙>과 동의어이기도 한 김병만이 스카이다이빙 훈련 중 심각한 중상을 입으면서 당분간 촬영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김병만 자체가 콘텐츠이자 기획의도인 이웃 예능 <주먹 쥐고 뱃고동>은 즉각 방송을 종영했다. 허나 <정글의 법칙>은 병만 족장 없이 피지로 떠나는 사상 최대의 도전을 감행했고, 지난 추석 연휴 전후로 김병만이 없는 정글 생존 이야기가 진행 중이다.

김병만은 없지만 대신 반가운 얼굴들이 대거 돌아왔다. 노우진, 류담 등 <정글의 법칙> 올드보이들과 발군의 생존 능력을 발휘했던 추성훈, 이태곤, 오종혁, 정진운, 이문식 등 베테랑 멤버들이 뭉쳐서 김병만의 빈자리를 나눠 맡았다.

당연히 김병만의 누수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먹거리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건 물론이고 6년 만에 불을 못 피우고 밤을 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집 위치를 잘못 선정하면서 아침 알람 대신 파도가 잠을 깨웠다. 그런데 어떻게든 살아간다. 대체 불가할 것 같던 김병만의 부재는 그 어떤 파도와 비바람보다도 강력한 위기로 작동하면서 그동안 잊어버린 생존과 단합이란 <정글의 법칙>의 본능을 일깨웠다.

▲ 지난 10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in 신들의 정원>. ⓒSBS

‘정글의 법칙 in 피지’ 편에서는 전투력이 강한 추성훈과 오종혁, 노우진이 팀을 이끌고, 최근 방영 중인 '정글의 법칙 in 신들의 정원' 편에서는 생활력이 강한 이문식이 이태곤, 류담 등과 힘을 합쳐 리더십을 발휘한다. 일종의 정글 어벤저스다.

‘병만 족장’이 있을 때보다 수평적인 협력 체제로 바뀌면서 모든 출연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주체적으로 팀워크를 만들어간다. 스태프도 한 팀이 되어 이들을 도왔다. 장어를 잡는데 결정적인 한방을 보탠 스태프부터, 파이어스틱 사용법을 알려주는 VJ, 정다래가 유인한 물거리를 대신 낚아 올려준 수중 카메라 감독 등 제작진도 족장의 빈자리를 메우려 그간의 노하우를 적재적소에 발휘했다.

또한, 이태곤은 과거 리키 김이 그랬던 것처럼 불어난 바닷물로 순간 고립된 처지에 놓이자 혼자 건너가 생존 줄을 만들고 멤버들과 제작진의 도하를 진두지휘하며 인솔했다. 최다 출연자라 할 수 있는 류담과 노우진은 끊임없이 책임감을 되뇌며 먹거리 채집, 칼, 도끼 쓰는 법 등의 노하우를 정글 초보들에게 전수했다.

이번 여정은 김병만이란 이름 석 자가 빠졌다는 것만으로 <정글의 법칙>이 그간 내걸었던 생존 미션 중 가장 난이도가 높았다. 그런데 족장의 리드 없이 어떻게 집을 짓고 먹거리를 마련할지, 한치 앞도 쉽게 예측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김병만에게 의지하면서 퇴색됐던 생존 모험에 태초의 매력이 다시 불타올랐다.

<정글의 법칙>이 일상과 현대 문명과 결별하는 리셋 버튼이었던 것처럼 김병만 없이 떠난 정글 또한 리셋 버튼을 다시 한 번 누른 것과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김병만이 없는 <정글의 법칙>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여전히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동시간대 1위를 고수 중이다.

<정글의 법칙>이 그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유는 이색적인 볼거리가 가미된 익숙하고 편안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결말을 이미 아는 스토리지만 그 안의 스펙터클이 기대되는 블록버스터 영화와 같은 이치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토대에 균열이 생겼다. 전지전능한 주인공이 없는 슈퍼히어로물과 같은 꼴이다. 여기서 지난 6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이 피어난다.

<정글의 법칙> 자체의 존립을 고민케 하는 대위기가 오히려 점점 시시해져가던 모험에 전화위복을 가져다주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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