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이사진에 '부당인사 피해자'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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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립 부사장 ·조능희 기획조정본부장 내정... 기존 이사진 '위로금 요구'로 질타

▲ 최승호 MBC 사장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PD저널=이미나 기자] 최승호 MBC 새 사장의 개혁 드라이브가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MBC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가 '최승호 호'에 함께할 임원진을 내정했다.

방문진은 1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구자중(예능마케팅부), 김종규(라디오기술부), 박태경(팩트체크팀), 변창립(라디오심의부), 정형일(신사업개발센터), 조능희(TV편성부, 가나다순/괄호는 현 소속) 등 총 6명을 신임 이사로 내정했다. 방문진은 최승호 사장으로부터 복수의 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투표를 통해 내정자를 선임했다.

최승호 사장은 후보 추천에 앞서 "지난 금요일 출근한 뒤 상황을 파악해 보니 일을 하는 것이 거의 어려울 지경"이라며 "조직을 빨리 복원해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야겠다 싶어 빠른 속도로 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 사장은 "후보들은 공영방송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경륜을 갖췄는지, 그리고 조직 내부의 갈등을 수습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리더십을 갖췄는지를 고려해 추천했다"고 밝혔다.

내정된 이사진은 오후 7시 열릴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뒤 각각 부사장(변창립) 및 기획조정본부장(조능희), 경영본부장(구자중), 방송인프라본부장(김종규), 보도본부장(정형일), 디지털기술사업본부장(박태경)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이들의 임기는 2020년 2월 주주총회까지다.

10일 보도국 인사에 이어 신임 이사진 중에서도 과거 김재철 전 사장 재임 이래 현업에서 배제돼 이른바 '유배지'를 전전했거나, 업무와 관련 없는 교육 발령 등을 받았던 이들이 대거 포진했다.

<PD수첩> 책임PD로 잘 알려진 조능희 새 기획조정본부장은 '광우병 편' 방영 뒤 징계를 받고, 비제작부서에 배치돼 본 업무와 상관 없는 일을 맡거나, '외부와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 징계를 받는 등 질곡을 겪었다.

정형일 새 보도본부장은 2012년 파업에 참여했다 세 번 내리 교육 발령을 받은 뒤에도 보도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신사업개발센터에 머무르며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 등을 해야 했다. 변창립 새 부사장도 2012년 파업에 참여한 뒤 현업에서 배제돼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마이크를 잡지 못했다. 

MBC 임원진이 구성됨에 따라 지역사 및 계열사 사장에 대한 최승호 사장의 개혁안도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진이 확정되면, 빠르면 하루 안에 지역사 사장 중 네 명에서 다섯 명 정도는 해임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조직 개편도 대폭 이뤄졌다. 최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기존 8본부 31국 9센터 105부 체제를 9본부 20국 5센터 100부로 변경하는 조직개편안을 제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그동안 MBC 내부에서 '제작 자율성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았던 편성제작본부를 해체했다는 점이다. 기존에 편성제작본부에 속해 있던 시사제작국은 보도제작국으로 명칭을 변경해 보도국으로 되돌아갔고, 라디오국도 본부로 승격됐다. 과거 해체되어 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졌던 교양제작국은 시사교양본부로 부활했다. 시사교양본부와 라디오본부, 그리고 드라마본부와 예능본부는 모두 사장 직속 조직이 됐다.

이를 두고 최승호 사장은 "보도와 시사교양부문은 공영방송의 핵심 조직이라 할 수 있으므로 이를 (과거와 같이) 복원했다"며 "또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하는 본부들(드라마/예능/시사교양/라디오본부)을 사장 직속으로 해서 강력한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MBC 콘텐츠의 질을 복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 사장은 "방만했던 조직을 슬림화하고, 신설하는 디지털사업본부를 통해 새로운 매체환경에 따른 대응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존 임원진, '특별퇴직금 및 위로금 달라' 요구하며 '버티기'

이날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김장겸 전 사장 체제에서 자리를 지켰던 임원진의 사임 문제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이 '아직 기존 임원진이 사임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 임원진을 선임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 가운데, 여권추천 이사들은 'MBC 정상화를 위해서는 일단 새 임원진을 선임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맞선 것.

결국 이사들은 주식회사인 MBC 정관에 '이사회는 최소 3인 이상으로 구성된다'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 최대 인원에는 제한이 없다는 점을 들어 임원진을 내정했다.

이와 함께 몇몇 이사는 MBC 안팎의 비판 여론에 휩싸였던 기존 임원진이 잔여 임기에 따른 특별퇴직금 및 위로 차원의 공로금을 요구한 것을 두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진순 여권 추천 이사는 "기존 임원진의 상황 인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나 싶어 기가 막힌다"며 "위로금은 그들이 MBC 구성원과 시청자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최강욱 여권 추천 이사는 "기존의 임원진 중 과거에 저지른 불법이나 범법 행위로 수사를 받는 이들도 있다"며 "회사(MBC)에 손해를 끼쳤다는 부분이 밝혀지면 (이들에게) 배상의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행위의 정도나 악의성을 봐서 법적 처벌도 가능하므로 이 부분에 대한 규명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철 여권 추천 이사도 이사회 후 <PD저널>에 "양식에 기대 (기존 임원진이 자진 사임하기를) 기다렸는데, 파렴치한 행태"라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문제가 있다고 밝혀진 임원진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해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문진은 이날 표결을 통해 MBC 감사 최종 후보 3명을 확정했다.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7일까지 진행된 MBC 감사 후보자 공모에는 총 8명이 응모했으나, 이장석 전 MBC 보도국장의 사퇴로 투표는 총 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최종 후보에 오른 3명은 박영춘 전 MBC 인력자원국장과 성경환 전 tbs 교통방송 대표, 최중억 전 MBC 방송인프라국장이다. 방문진은 오는 14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3명에 대한 최종 인터뷰를 거쳐 내정자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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