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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4 18:22
  • 수정 2018.05.15 18:42

"드라마 스태프 제보 받아보니...시급 3800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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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한빛미디어 노동인권센터 이사, "스태프 근로자성 인정해야 제작 환경 바뀔 것"

[PD저널=김혜인 기자] “드라마 스태프로부터 제보를 받아보니, 하루에 21시간 일하느냐, 꼬박 24시간 일하느냐의 차이였다. 도제식 계약에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으니 평균 시급 3800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드라마 제작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정책까지 내놓았지만, 드라마 현장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한빛미디어 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가 제보를 받은 드라마 제작 실태는 여전히 열악했다. 

 SBS <시크릿마더> 스태프는 찜질방에서 1, 2시간 눈을 붙이며 촬영하고 있다고, MBN<리치맨>의 한 스태프는 2월 19일 이후 4시간 미만의 수면을 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한빛센터는 제보가 접수된 방송사를 직접 찾아 1인 시위 등으로 압박한 결과, 방송사로부터 제작진 충원, 휴식 시간 보장 등의 답변을 얻어냈다.

14일 만난 이한솔 한빛센터 이사는 "제보를 한 스태프로부터 '힘써주신 덕분에 조금씩 변화가 보이는 듯하다'는 감사 문자를 받았다"며 "지난 3월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와 방송종사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1인 시위는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14일 서울 마포구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실에서 만난 이한솔 '한빛센터'이사 ⓒPD저널

한빛 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제보를 받은 내용이 일부 개선되기도 했다. 

지난 8일 1인 시위를 시작한 뒤 SBS <시크릿 마더>는 제작 스태프 30인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tvN <나의 아저씨>는 13회, 14회를 결방하면서 노동자들에게 휴식시간을 마련했다. 

SBS는 1인 시위 이후 곧바로 <시크릿 마더> 제작 인력을 30명을 충원했는데, 노동 환경 개선에 어떤 도움이 되나.  

평가하기엔 이르다. 방영 날짜를 미뤄 제작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게 가장 좋지만, 방송사가 그런 선택을 할 수는 없으니 제작진 추가 투입을 결정한 것 같다. 일하는 스태프의 노동 시간이 실제 단축되는 결과를 나와야 제작 인력 추가 투입이 효과가 있다고 본다. 

실제 제보를 보내온 스태프의 노동 환경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평균 주 6일에 120시간 일한다. SBS <시크릿마더> 제작진은 찜질방에서 1, 2시간 눈을 붙이며 촬영하고, MBN<리치맨> 한 스태프는 2월 19일 이후 4시간 미만의 수면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이를 근거로 시급을 환산해보면 월급 150만 원에, 시급 3800원을 받고 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미디어신문고 화면 갈무리

1인 시위를 방송사 앞에서 하고 있는데. 

‘갑’의 위치에 있는 쪽이 구조를 재편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현재 드라마 제작 방식은 제작사가 방송사와 먼저 합의한 뒤, 각 분야 감독과 계약을 맺는다. 금액도 팀에게 돈을 주면 감독이 할당량을 나눠 아래 사람들에게 돈을 나누는 식이다. 하청과 비슷한 방식이기 때문에 맨 위에 방송사들이 스태프와 직접 계약을 맺어 진행하는 방식으로 가야만 변화할 수 있다.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을 바꾸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으로 보나.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게 최우선이고, 제작 형태는 사전제작으로 가야 한다. 드라마 스태프는 프리랜서로 분류돼 팀 감독이 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아래 사람들은 따로 계약을 맺지 않는다.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니 쉬는 날을 보장받을 수도 없고 특별근로감독이 나와도 근로감독의 대상이 안되는 것이다. 

드라마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방송사와 제작사가 개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방송업계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특별근로감독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방송사는 이윤을 낮추더라도 드라마 편성 시간을 줄이고 사전 제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편성 시간은 방송사들이 합의하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

1인 시위는 언제까지 하는 건가.

고용노동부가 4월에 드라마 제작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의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는데 아직도 안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표만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방송 스태프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태프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으면 제작사들은 계약의 의무가 생기고, 근로기준법의 적용도 받게 된다. 

▲ 지난 8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방송스태프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돌입했다 ⓒPD저널

한빛 센터가 출범한 지 4개월이 넘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작년 9월부터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1월 24일 출범했다. 개소 절차를 마친 뒤 드라마제작환경개선TF(전국언론노동조합,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다산인권센터, 청년유니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함께 현장 제보를 받고,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5월 중에는 방송 노동자들의 쉼터 공간이 포함된 쉼터를 상암동에 개소할 예정이다. 

앞으로 계획은.

서울시에서 제공한 센터공간에 방송 스태프들을 위한 상담 공간을 만들고, 여성 스태프를 위한 ‘여성 쉼터방'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로부터 제보를 받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방송종사자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방송 종사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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