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시즌2가 놓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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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만 보이는 스페인편...기존 관찰 예능 공식 따르면서 장점 퇴색

[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시즌2는 성공적인 복귀를 한 것일까. 두 달여의 휴식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한국 여행이 또다시 시작됐다. 마치 올스타전처럼 시즌1에 출연했던 외국 친구들을 다시 불러 모아 떠났던 제주도 여행까지 포함하면 대략 3~4개월의 휴식 후 재개된 여행이다.

이번에 함께한 스페인 친구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어린 시절부터 다져온 의리와 우정을 바탕으로 순수한 데다 흥이 넘치면서 예의 또한 바른 까닭이다.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한국을 찾은 친구들 중에서 이번 스페인 편이 가장 웃긴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반응과 지표가 엇갈린다. 점차 회복하고 있긴 하지만 한때 5%를 넘나들던 시청률은 스페인 친구들의 마지막 여정을 남겨둔 지금 3%대를 겨우 회복했다(닐슨코리아 기준). 시즌2를 알리는 마케팅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포복절도했다는 칭찬 일색의 시청 후기가 번지지 않고 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너무나 재미있다고 반색하지만 정작 방송을 본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온도 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재미의 노선이 여행이나 문화라는 관점보다 <미운우리새끼>처럼 캐릭터가 두드러지는 관찰형 예능으로 변화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새 친구들의 캐릭터와 이들 간의 ‘케미스트리’에 방점을 둔 것은, 오늘날 일반적인 예능 작법에 따른 결과다.

타인의 시선으로 우리의 일상 공간을 바라보는 여행 예능에서 매력적인 인물이 펼치는 캐릭터 예능으로 프로그램을 정비하면서 나타난 변화로 보인다. 그래서 여행 스타일이나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내용보다는 ‘스페인 친구들이 너무 웃긴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 오는 31일 방송 예정인 MBC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예고편 화면 갈무리.

실제로 모델 장민의 친구들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낸 죽마고우들이라 호흡도 좋고 무엇을 하든 흥이 넘친다. 이런 호감을 바탕으로 방송은 이들이 겪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크게 웃겼다는 반응을 얻은 장면들은 대부분 버스에서 시민과의 만남이나, 낯선 음식도 입맛 돋게 먹고, 롤러코스터에서는 예능 선수들을 방불케 하는 웃음 가득한 리액션, 짜릿한 수상 레포츠를 즐기는 환호 등에서 비롯됐다.

웃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와 고민을 꺼내는 진지한 모습으로 정서적인 접근도 한다. 호스트인 모델 장민의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나 여행 중에 아내가 보고 싶어 흘리는 친구의 눈물처럼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유쾌한 장면들 사이에 불쑥 끼어든다. 

그런데 이런 리액션이나 감성들을 굳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봐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연진의 국적만 달라졌을 뿐 관찰 예능에서 만나는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어서와>시리즈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국 관광객의 시각에서 우리네 일상을 바라보는 재미는 뒤로 밀려난 느낌이다. 우리네 문화를 접하는 장면들은 도식처럼 풀어낸다. 공항에서 숙소를 찾아오는 난관이나 막걸리에 대한 예찬, 번데기나 산낙지 시식 도전 등은 이제 공항 보안 검색대처럼 필수적인 코스가 됐다.

캐릭터를 보다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예능 작법의 강화는 시청자 입장에서 유쾌한 친구들의 여행을 동행하는 듯한 즐거움을 누리게 할 수 있지만 기존 여행 예능의 공식을 뒤집으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어서와> 시리즈의 다음 발걸음으로는 아쉽다.

<어서와>는 <윤식당>과 함께 2017년 예능의 흐름과 판도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여러 아류들을 양산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여행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었고, <비정상회담>의 폐회 이후 다시 한 번 길을 잃을 뻔한 외국 출신 예능인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이나 매체 브랜드보다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MBC 에브리원이 10년간 벌어들인 수익보다 <어서와>로 6개월동안 얻은 수익이 더 컸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마이너채널의 반란으로 큰 주목을 받은 예능이다.

지난해 최고의 발견이라 할 수 있는 예능이 재정비 기간을 갖고 돌아왔건만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기대보단 익숙함이 더 앞선다. 스튜디오도 달라졌고, 새로운 친구들이 찾아왔고 자막과 음악 사용에서도 세련된 감각이 두드러지지만 풀어내는 재미는 눈에 익은 것들이다.

애초에 이 예능은 기존 여행 프로그램들이 걷던 길을 거꾸로 뒤집으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이제 기존 예능의 길을 함께 걸으려 한다. 안정적일 순 있겠지만 왠지 지난 시즌만큼 다음주가 기다려지진 않는다. 화제성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렸던 시즌1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까닭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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