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 부는 여풍, 성평등 방송에 한 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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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 부는 여풍, 성평등 방송에 한 발짝
'밥블레스유' 여성 출연자 활약 두드러져...여성 출연자 바라보는 관점도 바뀔까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8.09.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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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방송가에 ‘여풍’이 불고 있다. 남성 출연자의 전유물이었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방송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간 방송가에서는 ‘유리 천장이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 방송인의 설 자리가 좁았다.

최근 들어 방송의 주도권이 남성 출연자에서 여성 출연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습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김숙, 송은이, 이영자 등 노련한 여성 예능인의 활약과 이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의 흥행을 엿본 방송사들이 여성 방송인 위주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여성 출연자의 활약을 짚어보면,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방송된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서부터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윤정수-김숙은 뻔한 가상부부의 모습을 비틀면서 시청자의 관심을 받았다. 무엇보다 김숙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김숙은 ‘가모장’ 캐릭터이자 걸크러쉬 면모를 발산하는 등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전복시켰다. 그 결과 시청률 5%대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이 앞 다퉈 여성 출연자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았다. KBS에서는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시즌2까지 내보낸 데 이어 시니어 여성 출연자를 앞세운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를 방영했다. 올리브채널에서는 여성의 관점으로 이슈를 검증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뜨거운 사이다>를 내보냈다.

▲ 2주간의 재정비를 거쳐 오는 10월초 방송을 재개하는 올리브 <밥블레스유> ⓒ올리브

최근 들어 여성 출연자의 등장이 점점 더 부각되는 모양새다. 올리브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밥블레스유>가 대표적이다. ‘먹방’과 수다를 결합한 ‘고민풀이쇼’를 표방하고 있다. 이영자를 비롯해 최화정, 송은이, 김숙 등이 시청자의 고민을 맞춤형 음식으로 위로해주며 고민을 풀어주는 콘셉트이다. 평소 절친한 사이인 네 사람은 찰떡같은 호흡과 노련한 진행 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방송분에서 이영자와 최화정이 수영복 입은 모습을 공개하자마자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에 대해 이영자는 “당당한 게 아니라 사회의 인식과 자존감 사이에 싸우는 거다. 버텨 보려고 벗은 것이다”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여행, 라이프, 먹방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출연자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라이프타임 <파자마 프렌즈>는 장윤주, 성소, 송지효, 조이가 1박 2일로 즉흥 도시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 지난 15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tvN에서는 오는 30일부터 주말 계획을 제안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주말 사용 설명서>를 선보인다. 김숙을 비롯해 배우 라미란, 모델 장윤주, 배우 이세영 등이 출연한다. KBS에서는 새 예능 프로그램 <외할머니 레스토랑>(가제)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5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 연령대의 외국 국적 할머니를 대상으로 모집에 나섰다. 집밥을 만들며 평생을 살아온 6개국의 할머니들이 한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문화와 음식을 소개한다.

여성 출연자들이 보조 패널로 활동하거나, 뷰티 부문에 치우쳐 활동하던 때와 비교하면, 여성 출연자의 활동 영역이 확장된 게 분명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묵은 숙제’도 남아있다.

지난 7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상파 3개사, 종합편성채널 4개사, 케이블 채널 2개사의 예능·오락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높은 33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 내용이 성평등적 내용보다 4.6배 많았다. 출연자의 성비를 살펴봤더니 여전히 남성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고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적했다. 앞으로 여성 출연자의 역할을 어떠한 시각으로,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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