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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향해 달려간 80년대, 그대로 담고 싶었다"

기사승인 2018.09.17  1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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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올림픽 30주년 특집 다큐 '88/18' 연출한 이태웅 KBS PD "영상자료만 15 테라바이트, 사흘간 다운받아"

[PD저널=이미나 기자] 15테라바이트(TB). 16일 KBS 1TV에서 방송된 서울올림픽 3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88/18>를 만들기 위해 이태웅 KBS 스포츠국 PD가 넘겨받은 영상자료의 용량이다. 15테라바이트를 다운받는 데에만 꼬박 사흘이, 이 속에서 '쓸 만한' 영상을 골라내는 데엔 한 달 가량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추려진 40시간 분량의 영상은 제작진의 손길을 거쳐 약 57분짜리 다큐멘터리 <88/18>로 탄생했다. 방송 이후 SNS를 중심으로 당대 "마법의 주문"과도 같았던 서울올림픽의 개최 과정을 조명하면서, 동시에 서울올림픽이 바꿔놓은 한국의 사회상을 들여다본 훌륭한 기록물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KBS 스포츠국 소속인 이태웅 PD는 17일 "1980년대 한국 사회에서 올림픽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부분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올림픽'이라는 꼭짓점을 향해 한국 사회가 달려가는 모습 자체를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태웅 PD는 2010년부터 한국 씨름의 현대사를 다룬 <천하장사 만만세>,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과정을 담은 <숫자의 게임> 등 스포츠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다음은 이태웅 PD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KBS 서울올림픽 3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88/18>의 한 장면 ⓒ KBS

1980년대를 기록한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지난해 봄 혼자서 KBS 아카이브에 있는 영상자료를 다 받아봤는데 용량만 15테라바이트였다. 15테라바이트면 2시간짜리 테이프 800개 분량인데, 다운로드를 받는 데만 사흘이 걸렸고 그 중에서 (쓸 영상을) 선별하는 데 또 한 달 정도가 들었다. 선별한 뒤에 그걸 보는 데 또 시간이 걸렸고…. 그걸 어떻게 다 보고 40시간 정도로 축약한 다음 스태프와 공유했다. 제작기간 중 자료를 찾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궁금했던 건 현재의 한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게 됐는지였다. 그 과정에서 올림픽이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자료화면들을 보니 1980년대 한국사회에서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모든 면에서 올림픽이 관련되지 않은 부분이 없더라. '올림픽'이라는 꼭짓점을 향해 사회가 달려간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88/18>을 제작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도 있었나.

"막연하게 '(올림픽이) 이 정도의 영향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면서 시작했는데 훨씬 많은 영향을 끼쳤더라. 올림픽 때 시범적으로 사용할 시스템을 개발하다가 인터넷이 발전하게 됐다는 것도 제작하면서 알게 됐다. 생각보다 올림픽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큰 영향을 남긴 거다."

제5공화국 당시 청와대 보좌관을 지냈던 허화평씨를 섭외해 출연시킨 점도 인상적이었다.

"제5공화국이 어떻게 권력을 잡았건, 당시 그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는 입장에 있던 사람들이다. 그때의 생각이 궁금해서 찾아뵙고 나니 당시 정권이 서울올림픽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잘 말해주실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 후기 중엔 그 분을 곤란하게 하려는 프로그램이라는 반응도 있던데,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저 정권은 그 당시 사회 상황에서 올림픽이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야기해줄 분이라고 생각했다."

허화평 전 비서관이 "KBS랑은 (이야기) 안 하려고 했다"고 말하는 장면도 그대로 나왔다.

"처음엔 그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는데, 결국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 섭외에 응하셨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게 사회 전반과 연관된 행사이다 보니 결국은 편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신 것 같다."

실제 시청 후기 중엔 당시의 사회상을 풍자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언급도 많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KBS의 '땡전뉴스' 영상을 쓰는 등 당시의 국가주의적 모습을 비판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때 상황 자체가 그렇다 보니 지금 보기에 위화감이 많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려고 했다. 이 영상을 통해 KBS의 과거를 반성한다거나, 당시 사회를 냉소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황 자체가 블랙코미디 같은 시대가 아니었나. (제작하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임에도 내레이션도 없고, 복고풍의 타이포 자막을 위주로 내용을 전개한 점도 흥미로웠다.

"원래 내레이션을 안 넣는 스타일이긴 한데 <88/18>은 파편화된 영상이 많아 내레이션을 넣는 것도 고민했다. 하지만 영상 자체에 다 오디오가 있다 보니 아무리 고민해도 (내레이션을 넣을) 공간이 안 나오더라. 또 그 오디오가 다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그걸 가리면서 내레이션을 넣을 수도 없었다."

그러면서 시청자 나름대로 행간의 의미를 찾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내레이션이 있으면 아무래도 시청자에겐 (해석의) 가이드라인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내레이션이 없다 보니 해석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준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내레이션도 없는 데다 이야기 자체가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시청자에게) 어렵거나 피곤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부 시사에서도 그런 걱정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반응을 보니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밌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

KBS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면서도, 기존의 KBS 다큐 스타일과 다른 참신한 기획이라는 평가도 있다. 

"스포츠국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많이 하지 않는 곳이다. 덕분에 데스크가 관여하는 일이 별로 없다. 다큐부서는 (경험이 많은 데스크가) 제작 중간에 의견이나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스포츠국이라서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더 보장받은 것 같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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