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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다 무서운 인간의 비정함

기사승인 2018.09.19  14: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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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탐정’‘손 the guest’이 귀신을 소환한 이유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드라마도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드라마에 담긴 공포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KBS <전설의 고향>이 1977년부터 1989년까지 총 578부를 방영하고, 마지막으로 2008년~2009년 여름 특별기획으로 18부작을 방영하며 종지부를 찍은 건 시대의 변화를 잘 말해준다.

우리는 더 이상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매일 신문 지면을 채우는 끔찍한 살인사건들을 접하고 있어서인지 사람이 더 무서워졌다.

2010년 <전설의 고향>의 단골 소재 구미호를 재해석한 <구미호:여우누이뎐>이 ‘구미호의 간을 빼먹으려하는 인간’을 등장시킨 건 달라진 대중들의 공포의식을 잘 말해준다. 최근까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범죄스릴러와 그 속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범들이 드라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OCN의 <보이스> 같은 범죄스릴러가 시즌을 거듭하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는 건 그래서다. 이런 변화 때문일까. 최근 KBS <오늘의 탐정>과 OCN <손 the guest> 같은 작품이 귀신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이들 작품들은 어떤 이유에서 귀신을 다시 소환한 걸까.

▲ KBS <오늘의 탐정> 화면 갈무리. ⓒKBS

<오늘의 탐정>은 2회 만에 주인공인 이다일(최다니엘)이 죽음을 맞이하는 파격적인 이야기로 시작했다. 영어 제목이 ‘The Ghost Detective’라는 사실은 이 독특한 탐정물(?)이 어떻게 귀신과 만나는가를 잘 보여준다. 유괴사건을 추적하다 죽음을 맞이한 이다일은 귀신을 보는 존재인 정여울(박은빈)과 함께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간다.

그런데 그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이면에는 선우혜(이지아)라는 귀신같은 존재가 개입되어 있다. 참지 못한 분노와 비뚤어진 욕망 속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서는, 뒤에서 그들의 분노와 욕망을 촉발시킨 선우혜의 악마 같은 속삭임이 있었다는 게 발견된다.

귀신이 부추긴 범죄라는 설정이 <오늘의 탐정>의 핵심이고, 그래서 이미 귀신이 된 탐정 이다일이란 존재가 필요해진다. 이런 설정은 다분히 작가가 세상의 끔찍한 범죄들을 보며 “저게 사람이 한 짓이 맞아”라고 질문하는 대목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귀신이나 저지를 법한 사건들을 통해 그려내는 건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회의 비정함이다.

<오늘의 탐정>의 귀신 이야기가 다시 부활할 수 있었던 건 범죄 스릴러와 교집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점은 OCN <손 the guest>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에는 ‘박일도 귀신’이라는 ‘큰 귀신’이 등장한다. 이 귀신은 인간에게 빙의해 타인을 해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자신도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인간들 사이를 오가며 벌이는 이 끔찍한 범죄들을 형사가 추적하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윤화평(김동욱) 같은 영매나 최윤(김재욱) 같은 구마사제다. 엑소시즘의 공포와 끔찍함을 다루고 있지만, 여기에도 어른거리는 건 범죄 스릴러와 귀신의 만남이다. 엑소시즘을 빼고 보면 인간이 저지를 수 없는 끔찍한 범죄가 있고, 그 범죄를 추적하는 형사들이 있다.

<전설의 고향>의 구미호를 보며 너무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쓰곤 했던 그 시절은 지나갔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건 우리가 실제로 언론을 통해 목도하는 갖가지 끔찍한 범죄들이다. <오늘의 탐정>이나 <손 the guest> 같은 작품이 귀신을 부활시킨 힘도 결국은 바로 이들 범죄들에 닿아있다.

이른바 ‘어금니 아빠’ 사건이나, 어린이집에서 종종 발생하는 학대사건 같은 걸 사회면에서 읽으며 우리는 차라리 이런 사건들이 인간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진다. 같은 인간의 짓이라고 인정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귀신을 소환한다. 인간이 아닌 귀신이 그 일들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오늘의 탐정>이나 <손 the guest> 같은 작품을 보다보면 그 숨겨져 있는 메시지와 안간힘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한바탕 살풀이굿이라도 해야 할 우리네 사회가 아닌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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