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나흘 동안 78시간 '몰아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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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 정의당 의원 "근로시간 단축 시행 이후에도 하루 17시간 이상 촬영"

▲ KBS 2TV <오늘의 탐정>과 JTBC <뷰티 인사이드> 촬영일지 일부 ⓒ 추혜선 의원실

[PD저널=이미나 기자]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의 '초장시간 노동'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방영 중인 일부 드라마는 짧게는 하루 15시간 30분부터 길게는 21시간 30분까지 촬영하는 등 제작 현장의 노동 여건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의원(정의당)이 10일 공개한 촬영일지에 따르면 KBS 2TV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은 지난 9월 27일 총 20시간 30분간 촬영을 진행하는 등 1주일간의 총 촬영 시간이 73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JTBC 월화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의 경우 1주일 간 4일을 촬영했는데, 이 중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20시간이 넘는 촬영 시간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뷰티 인사이드>의 1주일 간 총 촬영시간은 총 78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 68시간'을 초과하는 것은 물론 '몰아 찍기' 편법으로 오히려 스태프들의 노동조건은 악화되는 셈이라고 추 의원은 지적했다.

지난달 김철주 직업환경전문의(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 역시 "하루 20시간 연속노동은 극단적 형태의 교대근무로 산재 사고와 각종 질환 발생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 금지해야 할 근무형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여론조사회사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방송스태프 2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된 지난 7월 1일 이후에도 스태프들의 일평균 노동시간은 17.7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 이전 일평균 노동시간 19.4시간에 비하면 줄어든 것이나, 드라마 현장에서 장기간 노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수치다.

스태프들의 주당 평균 노동일수는 7월 이전 5.4일에서 7월 이후 4.6일로 감소했다. 6월까지는 주당 평균 6일과 5일 일하는 경우가 각각 39.5%와 30.6%를 차지했지만 그 이후에는 주당 평균 4일인 경우가 30.9%, 5일인 경우가 30.6%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된 촬영 기간 속에서 최근 많은 드라마 현장이 '몰아 찍기' 식으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추혜선 의원은 방송제작사와 스태프들 간 '턴키' 계약 문제도 지적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태프의 89.7%가 "노동자이기 때문에 제작사와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용역도급 턴키 계약(39.9%), 계약서 없이 구두계약을 하는 경우(26.8%)가 과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10%에 지나지 않았다.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드라마 제작현장의 관행(70.6%), 제작사의 요구(21.0%)가 응답의 90% 이상을 차지, 개별 근로계약 체결을 가로막는 암묵적·직접적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혜선 의원은 "결국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부 부처의 개별적인 개선 정책으로는 변화가 생기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사전제작 환경 마련, 쪽대본 폐지 등 실질적인 개선 방안 논의를 위해 현장 스태프를 포함, 제작사와 방송사·정부 관계부처까지 함께하는 노사정 협의체가 빠른 시일 내에 구성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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