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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혼’, 소소하지만 극적인

기사승인 2018.10.16  13: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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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자극적 소재 드라마 속 현실적인 이혼 커플 이야기 눈길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드라마를 우리는 흔히 ‘극’이라고 부르고, 드라마틱한 사건을 ‘극적’인 사건이라 부른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하면 무언가 엄청난 사건들이 벌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월화드라마만 봐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SBS <여우각시별>은 공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남자 주인공이 ‘무쇠팔’을 가진 인물이다.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여진 여자 주인공을 이 괴력의 소유자가 구해주곤 한다. MBC <배드파파>는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려 선수 생명이 끝난 전직 챔피언이 임상실험 아르바이트를 하다 먹게 된 약 때문에 괴력이 생겨 가족을 지켜낸다는 이야기다.

JTBC <뷰티 인사이드>는 한 달에 한 번씩 다른 인물로 변신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tvN <백일의 낭군님>은 기억 상실로 민초들의 삶을 살게 된 왕세자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

이렇게 극적인 사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드라마들 속에서 KBS <최고의 이혼>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어딘가 소소해 보인다. 이 드라마는 결혼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부부가 어느 날 이혼을 하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그 이혼의 사유가 특이하다. 흔히들 이혼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들이 불륜이나 어떤 끔찍한 사건들을 이유로 담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소소한 문제가 누적되어 생겨나는 균열들을 그 이유로 담는다.

▲ 16일 방송되는 KBS 2TV <최고의 이혼> 예고편 갈무리. ⓒKBS

석무(차태현)가 습관처럼 내쉬는 한숨이 휘루(배두나)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쌓이고, 휘루는 동화작가의 꿈을 좀체 들여다보지 않는 석무에게 큰 상처를 받는다. 이 부부의 결정적인 이혼 이유는 폭풍우가 치는 날 너무 무서워 휘루가 ‘일찍 들어오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에 석무가 ‘화분을 집안으로 들여놓으라’는 답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휘루는 석무가 자신과 너무도 맞지 않는다는 걸 그 순간 깨닫게 된다.

석무가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첫사랑 유영(이엘)에게서 느닷없이 듣게 된 충격적인 말도 일상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잘한 것들에 의해 상처받고, 삶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는 걸 잘 드러내준다.

“10년이 지나도 아무 것도 모르시네. 나 너와의 사이에 좋은 추억 같은 거 하나도 없어 헤어질 때 생각했어. 이런 남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유영의 이 말을 석무는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후에 그 사연을 듣게 된 석무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를 그제야 깨닫는다.

유영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아빠가 상어의 습격을 받아 죽음을 맞이했고, 그 상처로 음악을 하려 했던 유영에게 석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비수 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것이 유영이 만든 곡이라는 것도 모른 채 “싸구려 꽃무늬 변기 커버 같은 음악”이라고 말하고, 상어의 습격을 받아 죽은 사람의 뉴스를 보며 “사람은 맛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것.

너무나 자잘해서 그게 무슨 사건일까 싶은 그런 일들을 <최고의 이혼>은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 ‘이혼’이라는 결정은 불륜 같은 사건에 의해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엇나감과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들, 소통하지 못해 생긴 균열들이 점점 커져가면서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안방극장에는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월화 저녁에만 5편이 방영되고 수목에는 6편이 방영 중이다. 주말에는 크고 작은 드라마가 무려 9편이나 방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많은 드라마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과연 현실에서 있을 법할까 싶은 극적인 사건들이다. 귀신이 빙의되어 연쇄살인을 일으키고(OCN <손 the guest>), 두 환자 사이에서 누구를 살려야할까를 고민하는 의사들이 등장한다(SBS<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 또 사라진 ‘블랙 요원’이 아이를 돌보는 시터가 되어 워킹맘의 든든한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기도 한다(MBC <내 뒤에 테리우스>).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공적인 정의 대신 사적인 정의가 판타지로 제공되고(OCN <플레이어>), 영혼이 바뀌어 처지가 180도 달라진 두 인물이 자신을 그런 지경에 만든 이들을 향해 복수를 해나가기도 한다(tvN <나인룸>).

너무나 극적인 사건들이 연일 드라마를 통해 보여지고 있어서일까. 오히려 <최고의 이혼> 같은 소소한 드라마가 눈에 띈다. 누구나의 소소한 일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극적이라는 걸 말해주는 드라마 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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