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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공포심 키우는 미디어

기사승인 2018.11.12  11: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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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병 환자 폭력적 모습만 부각한 '드라마'...편견 주입하는 '시사프로그램'

[PD저널=김혜인 기자] 최근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조현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조현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미디어가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드라마에선 극적인 설정을 위해 조현병 환자의 증세가 과장되게 묘사되고, 시사 보도프로그램에선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주입하는 내용이 여과없이 방송되고 있다. 

지난달 1일 방송된 SBS<여우각시별>은 약을 제때 복용하지 못한 조현병 환자가 공항직원들을 폭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방송 후 시청자게시판에는 “조현병은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절대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항의 글이 올라왔고 결국 제작진은 “실제 공항에서 벌어진 사건을 토대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제작 의도와 달리 조현병 환우·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OCN <보이스2> 제작진도 조현병 환자가 지하철 폭파 인질극을 벌이는 내용(8월 11일 방송분)이 나간 뒤 항의를 받고 “자칫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사과글을 올렸다. <보이스2>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조현병 환자에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주의’를 받았다.  

▲ 지난 8월 11일 OCN <보이스2>는 조현병 환자가 환청·환시로 인해 지하철 폭파 인질극을 벌이는 내용을 방송했다. ⓒOCN

시사토론 프로그램도 다르지 않다. 지난 8월 21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토론 주제와 상관 없이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발언이 나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를 받았다. 

당시 패널로 출연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거 유세 때 자신을 향해 욕을 한 시민을 언급하며 “나중에 생각해보니 조현병 환자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적 조치를 해줘야 시민들의 안정이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윤정주 방심위 위원은 “조현병 환자를 격리·관리해야 한다고 시청자들이 인식하게 만드는 게 방송이 가지는 무서운 힘”이라고 말했다.

최근 조현병 환자의 범죄 사건이 잇따라 보도됐지만, 전체 범죄에서 조현병 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는 미미한 수준이다. 

유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형사정책연구’ 가을호에서 발표한 ‘법정에 선 정신장애: 형사책임 능력에 대한 의료지식과 법적 결정’ 논문에 따르면 2016년 검거된 184만여 명 중 정신감정 결과 조현병 진단을 받은 경우는 82건(0.04%) 정도였다. 

2011년 이전에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린 조현병은 망각, 환각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장애를 일컫는다. 완치가 쉽지 않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2011년 조현병으로 병명을 바꿔 부르기로 한 것도 사회적인 편견에서 벗어나긴 위한 측면이 컸다.

정신장애인이 만드는 매체 <마인드포스트> 박종언 편집국장은 "피해망상이 있는 조현병 환자는 무시받는다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불특정인에게) 싸움을 걸기도 한다”면서도 "드라마처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폭탄을 제조하거나, 몇시간 동안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폭력성을 발휘하는 건 과장된 표현"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1일 방송된 SBS<여우각시별>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약을 먹지 못해서 공항직원들을 폭행하는 등 조현병 당사자를 미숙한 존재로 표현한 장면이 나왔다. ⓒSBS

미디어를 통해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굳어지면 조현병 환자들이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병원의사협회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전체 0.04%에 불과한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를 무분별하게 기사화해 사회의 불안을 조장하는 보도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유발하고 지역사회에서 내몰리게 만들어 사회에 적응할 기회를 잃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방송된 KBS<추적60분>'조현병 범죄의 진실' 편은 정신장애인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과 환자 대응 메뉴얼을 갖춘 미국 애리조나의 사례를 통해 조현병 환자와 함께하는 공동체를 제시했다.

배용화 <추적 60분> PD는 “(취재하면서 만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며 "무조건 병원에 격리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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