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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록 목사 성폭력, 막을 수 있었던 피해였다"

기사승인 2019.01.30  14: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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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20년 만에 만민중앙교회 의혹 조명...장호기 PD "피해자들 아직도 보복·2가 가해 두려워해"

▲ 29일 방송된 MBC <PD수첩>의 한 장면 ⓒ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20년 전 MBC <PD수첩> 방송 도중 초원을 뛰어다니는 얼룩말이 나오는 다큐멘터리가 나간 장면은 아직도 역대급 방송사고로 꼽힌다.    

1999년 5월 11일 만민중앙교회와 이재록 목사 관련 의혹을 다룬 <PD수첩> '목자님, 우리 목자님!' 편이 방송된 지 8분 만에 신도들이 주조정실을 점거하면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이재록 목사 측의 소송으로 1999년 <PD수첩> 방송에 담지 못한 장면도 있었다. 당시 법원이 교회 측이 낸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이재록 목사의 성폭력 의혹이 담긴 15분가량은 방송해선 안 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지난해 말, <PD수첩> 과거 방송을 정리하던 장호기 PD는 바로 이 가처분 결정에 주목했다. 지난 29일 20년 만에 다시 만민중앙교회와 이재록 목사를 둘러싼 의혹을 <PD수첩>에 담은 장 PD는 <PD저널>에 "여전히 (그때와 같이) 문제가 심각하다 싶어 제대로 다시 다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만민중앙교회 측은 이날 <PD수첩> 방송에서 "만민중앙교회와 성도들은 이재록 목사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재록 목사의 항소심 과정을 통해 성폭행 혐의가 없다는 것이 밝혀질 것으로 믿고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장호기 PD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방송 직후 많은 화제가 됐다. 시청률도 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넘겼는데.

(시청률에) 큰 욕심이 없었지만 한편으론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해자 분들의 피해가 워낙 크고 심해서, 이 분들이 처한 상황이 알려지지 않으면 개인적 차원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이 봐 주신 것 같아 다행이다.

20년 만에 만민교회 문제를 다시 조명하면서 어떤 점에 주목했나.

20년 전 법원의 가처분 인용 판결로 막을 수 있었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로도 세를 확장해 갔던 교회의 폐쇄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재 이재록 목사가 구속돼 있음에도 폐쇄적인 구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사람들이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행복하게 지낸다는 것이 충격적이기도 했다.

방송 이후 '이재록 목사도 이재록 목사지만, 교인들도 어리석다'는 반응을 나타낸 분들도 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그런 분위기에 둘러싸여 성장해 온 만큼,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 29일 방송된 MBC <PD수첩>의 한 장면 ⓒ MBC

방송에서 20년 전 법원의 결정에 아쉬움을 전하는 장면도 나왔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다. 1999년 <PD수첩>이 방송된 이후 몇 개월 뒤 처음으로 만민중앙교회에 나가기 시작해 성인이 된 뒤 성폭력 피해를 입은 분을 만났는데… 복잡한 심정이었다.

만민중앙교회를 취재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지난 29일 나간 방송에선 취재한 내용의 절반도 담지 못했다. 무안만민교회 같은 경우에도 목사님을 꼭 만나 뵙고 싶었는데, 경찰을 불러서까지 만남을 거절했다. 만민중앙교회가 운영하는 방송사의 방송을 거의 다 보고 꼼꼼하게 체크하는 일도 필요했다. 취재작가들을 비롯한 제작진이 고생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만민중앙교회 내부를 경험했던 여러 제보자들을 만난 것이 눈에 띄었다.

교회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거나 진실을 알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 때문에 제보자의 입을 여는 게 쉽지 않았다. 제보자 중에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분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성폭력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교회로부터 2차 가해가 너무 심각해서 인터뷰 요청을 몇 차례 거절하기도 했다. 

아직도 진실을 모르고 교회에 남아있는 분들을 위해 (제보자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 분들 입장에선 목숨을 걸고 제보한 것이라서 모자이크 등 신변보호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여전히 보복이나 2차 피해 등을 두려워하고 있다. 추가적인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지금까지 너무 큰 고통을 받은 분들이다.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

방송 당일 만민중앙교회와 이재록 목사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이번엔 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이 목사의 혐의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은 것과, 문제 제기가 오래전부터 이어진 점을 들어 <PD수첩>의 방송이 공공의 이해에 부합한다는 판단이었다. 20년 전과 다른 판결을 예상했나.

월요일(28일)까지 별다른 일이 없었고 (제작 과정에서 만민교회로부터) 공식 메일을 받거나 영상으로 답변을 받아 어쩌면 가처분신청이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당일날 들어온 건 조금 놀라웠다. 하지만 나름 꼼꼼히 취재했고 확보한 근거도 많았기 때문에 걱정하거나 불안하진 않았다. 가처분신청이 기각된다면 20년 전과 비교해 사회도 많이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이재록 목사의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만민중앙교회 안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방송에도 담았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나.

교회는 누군가가 권력을 가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교인 모두의 공간이고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해야 하는 공간이다. (만민중앙교회가) 드러난 진실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고 공개적으로 교인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 

▲ 29일 방송된 MBC <PD수첩>의 한 장면 ⓒ MBC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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