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보고서 받아쓴 '조선일보', '지상파 때리기'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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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보고서 받아쓴 '조선일보', '지상파 때리기' 몰두
"지상파 편향성 증가" 연구용역 보고서 공개한 서울대, 발주처는 '함구'... 학계 "편향성 내용분석 이례적"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2.12 13: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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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1일자 5면 기사.

[PD저널=이미나 기자]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상파 라디오‧TV의 편향성이 증가했다'는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지상파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지상파 편향성이 증가했다는 결론을 도출한 연구 방법론과 연구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지난 11일 공개한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상파 라디오와 TV 시사프로그램 공정성이 약화됐는지 따져본 것이다.   

보고서는 '논쟁적 사안'에 대한 출연자 주장의 강도와 의견을 토대로 편향성 지수를 측정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가 책임연구원을 맡은 이 보고서는 연구 결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정부 비판성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며, TV 프로그램들의 편향성도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선일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11일 12일 이틀간 '공정성 잃은 지상파'라는 문패를 달아 8건의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고 있는 김어준 씨를 포함한 '나는 꼼수다'의 멤버를 '공정성 잃은 지상파'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12일에는 1월 한달 동안 4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출연자를 자체 분석해 "6~7명의 특정 여권 인사가 돌아가면서 주요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 현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집중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

<조선일보>가 지상파 때리기의 근거로 삼은 이 보고서는 연구 방법의 타당성과 신뢰성 등을 놓고 의구심을 받고 있다. 

아직 방송 공정성 평가지수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향성을 측정한 시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언론학자는 "KI(방송프로그램 시청자평가 지수) 조사 등 미디어 공정성이나 편향성 등을 연구하는 사례가 있지만 서베이 연구가 대부분"이라며 "이 보고서와 같은 내용분석 연구는 학술적 연구 차원에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언론학자는 "연구진이 생각하는 '편향'은 무엇인지, '논쟁적 사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언론 입장에선 만약 정부가 맞는 이야기를 했다면 비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 것이고, 틀린 말을 했다면 비판하는 게 당연할 텐데 이 보고서에선 무조건 정부 비판을 했는지 아닌지만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고서에서 언급한 사례를 보면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폭넓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진행자가 119 대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국민 안전의 버팀목인 119 대원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 것도 편향성을 보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또 국정농단 사태나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등 실체가 드러난 사건에 대한 발언, '연예인의 사생활을 무리하게 캐지 말아야 한다'는 언론윤리 차원의 발언도 '편향성'으로 분류됐다.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편향성이 증가했다고 판단한 한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은 "지난 정부와 현 정부 출범 500일 간 일어난 사건이나 사회적 배경이 같지 않은데 이를 단순 비교하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섭외가 쉽지 않은데 어느 당에서 몇 명이 나왔는지만을 놓고 '편향성이 있다'고 보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의 연구 배경도 석연치 않다.

연구진은 지상파 프로그램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연구과제를 맡긴 곳이 어디인지는 함구하고 있다. 

윤석민 교수는 11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발주처는) 별로 밝히고 싶지 않다"면서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연구비를 받았다"고 했다.   

연구 용역을 받아 진행되는 과제는 위탁기관을 밝히는 게 일반적이다. 발주한 곳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언론학 박사는 "후원이 있었다면 연구의 구성과 의도, 혹은 해석의 방향에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이런 정보가 생략된 채 발표될 경우 독자에겐 무색무취한 것으로 오인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언론학과 교수는 "(연구과제를 발주한 곳을 밝히는 게)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는 건데,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걸 연구자 스스로 용인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연구 용역을 받아 편향적 보고서를 쓰면 이를 보수언론이 받아쓰고, 나아가 보수 정당에서 이 같은 언론보도를 근거로 '방송이 불공정하다'고 공격하는 수순이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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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5 19: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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