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표의 반민특위 폄훼 발언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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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 성명]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폄훼 발언에 우리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반민특위 때문에 국민이 분열됐다”는 그의 발언은 대다수 국민의 상식에 어긋날 뿐 아니라, 그동안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온 PD들의 성과에 찬물을 끼얹는 망언이다. 유력 정치인이 왜곡된 역사관을 공공연히 설파해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은 이 땅의 비극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 대표가 대변하는 ‘국민’은 친일 기득권 세력인가? 그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돌출 발언이 아니라 평소 역사관과 가치관을 드러낸 것으로, 일본 자위대 창립기념식 참관 등 일반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웠던 그의 행보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한다. 나 대표는 “또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는데, 정작 자신의 발언이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반민특위가 무엇인가? KBS <인물현대사>,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숱한 지상파 프로그램이 밝힌 바에 따르면 반민특위는 1948년 제헌국회가 제정한 ‘반민족 행위 처벌법’에 따라 구성되어 △일제가 우리 주권을 빼앗는 데 적극 협력한 자 △일제로부터 귀족 칭호를 받거나 일본의 제국의회 의원이 된 자 △독립운동가 및 그 가족을 살상·박해한 자 △직간접으로 일제에 협력한 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기구였지만, 이승만 세력의 방해 공작과 1949년 6월 6일 친일 경찰의 습격으로 8개월 만에 해산되고 말았다.

국민 절대 다수가 지지한 반민특위가 좌절된 것은 우리 역사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비극으로, 친일 세력이 실권을 장악하고 지배층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어 오늘까지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을 낳고 있는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친일청산 문제는 현실정치의 논쟁거리가 아니라 역사청산의 준엄한 과제다. 2차대전 후 프랑스 등 유럽 나라들은 나치 협력자를 엄하게 단죄하고 인적 청산을 말끔히 마무리했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로 인한 불필요한 논쟁과 국력 낭비 없이 역사의 정의를 바로세울 수 있었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자, 반민특위 해체 70주년이다. ‘못다 한 반민특위’를 역사의 법정에서 계속 진행해야 하며, 이 과제를 위해 우리 PD들의 몫도 있음을 잊지 말자.  

2019년 3월 15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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