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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바라보는 시선 바꿔나가고 싶어"

기사승인 2019.03.15  13: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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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 성폭력 폭로한 뒤 해고된 강민주 CBS PD, 해고 2년 6개월만에 복직

▲ 지난해 3월 MBC < PD수첩 >에 출연한 강민주 PD ⓒ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이제는 좋은 PD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고 2년 6개월만에 복직하는 강민주 PD는 이렇게 말했다. 

2016년 전남CBS에 입사한 그는 입사 직후부터 사내에서 성폭력을 당한 뒤 문제를 제기했다 두 차례 해고됐다. 복직을 요구하며 싸워온 강민주 PD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월 '해고가 부당했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오는 4월 1일자로 강원CBS로 복귀한다. 

CBS는 처음 '전남CBS에 복직해야 하지만, 강민주 PD가 원치 않을 경우 광주CBS로의 복직을 추진해 보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강원CBS로 인사 발령을 내렸다. 

'사내 성폭력 피해자가 복직한다'는 간단한 문장으로 설명하기엔 강 PD가 지낸 2년 6개월은 길었다. 14일 만난 강민주 PD는 "숫자가 주는 중압감이 나를 짓누르고 지치게 할까봐 (해고된 지) 몇 개월째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하기엔 너무 잃은 것이 많아"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가해자는 그가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자 '시사 PD로서의 능력이 없다'는 해고 사유를 댔다. 강 PD의 인성을 폄하하기도 했다. 강민주 PD는 "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싸움은 나의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지금까지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의 조력자로도 활동해 왔다. 취재하듯 증거를 모으고 자료를 정리했던 경험을 살려 생존자들에게 싸움의 방법을 일러 주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언론과 생존자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도 한다. 비교적 언론에 대한 이해가 있는 자신이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방지하면서도 언론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현업을 떠나 언론인으로서의 경력 단절을 고민했던 강민주 PD에게 이들을 돕는 일은 의도치 않게 현직의 '감'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강 PD는 "그동안 회사에서 나 혼자 목소리를 내고 싸우는 일이 힘들기도 했다"며 "함께 싸운 생존자들이 사회에서 나와 한목소리를 낸다면 그땐 사회가 좀 더 좋아질 것이라고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누가 저에게 'PD님'이라고 부르면 오글거릴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사건들을 겪으면서 PD 업무를 하고, 기자 업무를 하고, 다른 언론인을 만나 회사 안에서만 있었다면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우기도 했죠. 또 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싸움을 이어가서 그런지, 이젠 PD라고 불려도 민망하지 않을 것 같아요."

염원하던 복직은 이뤄졌지만, 강민주 PD는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힘주어 말한다. "(성폭력 피해자가) 복귀한 사례도 많지 않지만, 그들이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까지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으로 한 몫 챙기려고 피해를 폭로했다'는 시선을 넘어, 좋은 PD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강민주 PD의 바람이다. 노동부가 검찰에 부당노동행위와 남녀고용평등법 등의 위반 혐의로 성폭력 가해자 등 5명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도 진행 중이다.

"회사에서도 제가 '선례'인 거예요. 만약 제가 제대로 싸우지 않았다면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다른 사람들이 제 사례를 보고 쉽게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을 것 아니에요. 그래서 '저렇게 싸웠는데도 잘 지내고 있어'라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조직은 보신 논리로만 사건을 해결해선 안 돼요. 피해를 입은 분들은 자신의 사건이 후배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고 계셨으면 해요. 그리고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는 것도요."

강 PD에게 '이제부터 진짜'인 것은 남은 싸움에 대한 이야기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시사PD로서의 길에도 커다란 숙제가 놓였다. 강민주 PD는 "언론이 관습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나가고 싶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성폭력 피해자라면 울거나, 움츠러드는 약한 모습만을 부각해 보여주려고 하잖아요. 그게 (대중에게) 잘 먹히는 '각'이라는 것을 아니까요.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 서 보니, 피해자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정형화된 약자의 모습이 아닌, 다각도로 피해자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보여줄 수 있는 PD가 되고 싶어요. 이제는 PD로 기록돼야죠. 잘 먹고 잘 살면서 잘 일하고 있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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