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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찬란한 삶의 모든 순간

기사승인 2019.03.19  1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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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 선입견 깬 JTBC ‘눈이 부시게’, 알츠하이머 환자 관점에서 '시간의 의미' 조명

▲ 19일 종영을 앞둔 JTBC <눈이 부시게> 현장 포토. ⓒJTBC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지금껏 드라마들 속에서 우리가 봐온 노년 캐릭터들을 떠올려보자. 어떤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도 막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잔소리 깨나 하는 보수적인 모습이거나, 이제 뒷방으로 밀려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한 모습 같은 것일 게다.

이런 모습이 떠오르는 건 그나마 노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장르가 가족드라마가 많고, 가족드라마가 그리는 노년 캐릭터가 클리셰처럼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 좀 이상한 일이다. 왜냐하면 여전히 드라마의 주시청층이 중장년층을 포함한 고령층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미 어르신이거나, 아니면 곧 어르신의 위치가 될 연령층이 드라마를 많이 보고 있는데, 정작 그 나이대의 캐릭터를 제대로 다루는 드라마는 많지 않다.

이것은 어르신들이라도 그 연령대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보다는 더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보고픈 욕망과 무관하지 않다. 몸은 나이 들었어도 마음만은 젊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테니.

그런 점에서 보면 JTBC <눈이 부시게>가 다루는 노년은 확실히 다르고 어떤 면에서는 충격적이다. 타임 리프 설정으로 20대의 혜자(한지민)가 하루아침에 70대의 혜자(김혜자)가 되면서 벌어진다는 설정이 보여주는 건 세대 간의 소통이다.

나이 들어버린 혜자가 아직도 20대인 친구들 현주(김가은), 상은(송상은)과 큰 이물감 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판타지 설정이라고 해도 가슴 따뜻해지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흔히 드라마에서 봐왔던 노년 하면 떠오르는 그런 선입견들이 자연스럽게 깨져버린다. 물론 이들이 함께 술을 마시고 거리에서 수다를 떠는 모습에 지나는 행인들이 “어디서 어르신에게 싸가지 없이...”라고 혀를 차는 장면에서 다시금 현실을 떠올리게 하지만.

▲ 알츠하이머 환자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주목을 받은 JTBC <눈이 부시게> 현장 포토. ⓒJTBC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발적으로 요양원에 들어와 남은 시간을 소진시키지만 그들은 여전히 살아있는 아름다운 존재들이다. 감금된 준하(남주혁)를 구하기 위해 혜자와 어르신들이 팀을 이뤄 조폭들과 대적하는 이야기는 마치 <어벤져스>를 보는 듯 과장된 코미디로 그려지지만 그건 또한 노년들의 판타지라는 점에서 먹먹한 울림을 준다.

그리고 이 타임 리프 판타지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혜자의 굴절된 기억이라는 사실은 이 유쾌하면서 먹먹한 희비극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한 메시지를 드러낸다. 혜자의 기억 속에서 노년과 청춘은 마치 한순간에 지나치는 파노라마처럼 겹쳐지기도 하고 어우러지기도 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인생이 그처럼 한순간의 꿈 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 속에서 타임 리프는 판타지가 아니라 실제다. 우리의 기억은 순식간에 청춘에서 노년으로 노년에서 청춘으로 건너뛰어 그 때의 추억들을 금세 일어났던 일들로 이어 붙인다. 인간의 시간이란 그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훅 지나고 마는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 혜자의 시선으로 보면 노년이나 청춘이니 하며 우리가 갖는 막연한 선입견들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드라마가 노년을 병풍이나 클리셰로 다루는 방식은 선입견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이렇게 쌓인 선입견이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노년도 청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의 단면이다. 우리의 삶도 뒤돌아보면 타임 리프처럼 순식간에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순간들의 연속이기에 더더욱 ‘눈이 부신 것'이니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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