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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말고 마마무

기사승인 2019.03.21  10: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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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원 같은 라이브 실력에 문자게시판 '들썩'...색깔 뚜렷한 가수들 많아졌으면

▲ 마마무 '고고베베'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PD저널=김훈종 SBS PD(<최화정의 파워타임> 연출)] 그야말로 아이돌 전성시대다. 여기도 아이돌! 저기도 아이돌! 청소년도 아이돌! 아재도 아이돌! 얼마 전 ‘반백살’ 입사 동기가 러블리즈 음반을 사와 싸인을 받았다.

가장의 무게도 직장인의 비애도 우주로 뻥 날려버린 채,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목도했다. ‘아이고! 저 아재가 저리도 기뻐하는 모습은 20년 만에 처음이네’란 생각에 유쾌하면서 동시에 짠했다.

SBS <인기가요> 큐시트는 물론이고, 고백컨대 <최화정의 파워타임> 선곡표 역시 아이돌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대체 언제부터일까? 아이돌의 시작은?

1996년 ‘바우 와우’란 곡으로 데뷔한 문자 그대로 ‘아이돌’이란 팀이 있었지만, 보통 같은 해 데뷔한 H.O.T.를 대한민국 아이돌의 시조새로 본다. 그리고 그렇게 20년 세월이 지나 방탄소년단이 등장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대한민국 아이돌은 전 세계를 호령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본디 아이돌은 철학용어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우상론>에서 언급하는 네 개의 우상이 바로 그 아이돌이요, <우상의 황혼>에서 프리드리히 니체가 열변을 토하는 우상이 바로 이 아이돌이다. 가치의 전면적 전복을 유독 강조하던 철학자들은 일찍이 우상의 배격을 주장했지만,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아이돌 열풍에 휩싸였다.

1990년대 <가요톱텐>만 해도 댄스, 발라드, 포크에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가수가 무대에 올랐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었지만, 육각수도 존재했다. 솔리드, 015B가 있는가 하면 주현미와 동물원도 당당히 톱텐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 <인기가요>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방탄소년단, 엑소, 트와이스, 블랙핑크로 도배가 된 멜론 차트에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으니, 바로 마마무란 팀이다. 아이돌이라 하기엔 좀,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팀이 마마무다. 화사가 쏘아올린 작은 공 때문에 ‘곱창대란’이 일어나고 ‘김부각 사태’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마마무의 외연을 드라마틱하게 확장한 건 사실이지만, 그 전부터 마마무는 가요계에서 독특한 포지셔닝을 담당하고 있었다.

천편일률적으로 사랑 타령인 가요계에 '넌 IS 뭔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1CM의 자존심' 등 과감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댔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가사 하나 하나가 청중의 공감을 불러왔다. 김도훈 프로듀서의 탁월함이 마마무를 만나 물 만난 고기처럼 펄쩍 펄쩍 뛰었다

지난 19일 마마무가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나와 '고고베베'를 시원하게 열창했다. 문자게시판은 ‘왜 CD를 틀어놓고 라이브라고 거짓부렁 하냐?’고 난리가 났다. 화장기도 없는 그저 수수한 차림에 목도 덜 풀린 채, 낮 12시에 라이브를 고집하는 마마무였다. 기가 막힌 라이브 실력에 감탄하며, 나는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이게 마마무지! 자신감 뿜뿜하는 모습에 매력 폭발이로구나!’

마마무란 팀명은 어린아이 옹알이에서 따왔다고 한다. 헉! 앞서 우상의 황혼을 논하던 니체는 유독 동심을 최상의 가치로 여긴다. 편견이나 선입견도 없고, 순진무구하고, 삶을 놀이로 바라보고, 쉽게 망각하는 어린아이야말로 시시각각 변하는 삶을 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존재라고 보는 것이다.

니체를 인용해 ‘아이돌은 죽었다!’라고 말했다가는 아미, 엑소엘, 워너블에게 저항을 받을 것 같아, 차마 그리 말은 못 하겠다. 하지만, 아이돌 일색인 가요계에 마마무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가수들이 더 많이 활약했으면 좋겠단 바람은 간절하다.  

김훈종 SBS PD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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