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세월호 5주기 ‘기레기’의 참회록

기사승인 2019.04.15  14:50:11

공유
default_news_ad1

- “가해자라는 사실 기억하겠다”...세월호 배지 달고, 자체 제작한 스팟 영상으로 추모

▲ 지난 13일 <뉴스데스크>에서 노란색 스카프를 매고 세월호 추모문화제 소식을 전하는 취재기자와 김수진 앵커의 모습.

[PD저널=박수선 기자] 세월호 참사 보도로 ‘기레기’ 낙인이 깊게 찍힌 기자들이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즈음해 참회록을 쓰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5년 전 ‘보도 참사’를 성찰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5년이 지났지만 당시 집단적으로 ‘전원 구조’ 오보를 낸 언론의 원죄는 그대로 남아있다. 세월호 보도는 폭력적인 취재 관행과 과열 경쟁, 정부 편향성을 모두 드러낸 최악의 보도 참사였다.

<한국일보>는 세월호 참사 현장에 있었던 취재기자 4명이 모여 당시 보도 참사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를 되짚었다. 팽목항에서 유족들에게 멱살을 잡히고, 목포 병원 영안실에서 유족 취재 등을 맡았던 기자들이 부끄러움과 상처로 남은 세월호 취재의 기억을 5년 만에 어렵게 꺼낸 것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국일보> 멀티플랫폼 스토리텔링 콘텐츠 ‘오리지너-우리는 왜 기레기가 됐을까’ 편은 “‘세월호’와 ‘기자’라는 단어가 조합되는 순간 반사적으로 ‘쓰레기’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 상황을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믿고 모른 체해도 될까. 우리는 그 해 4월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당시 목포 장례식장 취재를 맡았던 박소영 <한국일보> 기자는 “현장 분위기는 기자에게 너무나 험악해져 있는데, 위에서는 끊임없이 ‘희생자 사연 가지고 와라, 뭐 이런 얘기 더 없냐’고 요구하”는 상황이었다며 "(장례식장에서) 처음엔 다들 접근 못하고 눈치 보다가 어느 한 기자가 물었을 때 상대방이 화를 내지 않고 대답을 해 주면,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서 묻기 시작하는 광경을 너무 많이 봤다"고 전했다.  

▲ <한국일보> 멀티플랫폼 콘텐츠 ‘오리지너’는 지난 14일 ‘우리는 왜 기레기가 됐을까’을 주제로 다뤘다.

당시 경기도 담당이었다는 김기중 <한국일보> 기자는 “7월말까지, 안산에 워낙 오래 있다 보니 슬슬 제가 정상이 아닌 걸 느끼긴 했다”며 안산에서 철수하고도 한 달 동안 조곡이 귀에서 떠나지 않아 약물치료를 받아볼까 고민했지만 기록이 남게 될까봐 버텼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사진부 소속인 김주성 기자는 세월호의 그림자가 언제까지 갈 것 같냐는 질문을 받고 “처음에는 잊어버리고 살자, 그랬지만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멀어진 시민들과 조그만 접점이라도 찾으려는 노력 같다”며 “우리 방식대로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 듣고 싶고 들리는 방식대로 이해 해보자. 그런 걸 해 보려고 지금도 노력을 한다”라고 말했다.

‘오리지너’는 “그 해 목포와 진도, 안산에 함께 머물렀던 우리는, 아직 용서를 바라지는 않겠다”며 "다만 우리도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월초 참사 당시 십자포화를 맞았던 KBS도 <저널리즘 토크쇼J>를 통해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보도의 문제점과 지난 5년 동안 보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살폈다.

지난 14일 방송에서 <저널리즘 토크쇼J>는 2014년 사고 당시 KBS 취재진이 학생 수십명을 구조한 故 김홍경 씨로부터 해경이 구조에 소홀했다는 증언을 확보하고도 이를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방송에서 공개된 김홍경 씨 원본 인터뷰에는 “해양 경비대가 왔어도 구조나 배에 한 사람도 안 들어왔다” “구조대란 사람들이 갑판 위에 상부에 있어서 승객들이 올려주는 애들만 싣고 떠나는 그런 모습이 그 순간에도 안타까웠다”는 발언이 포함됐지만 실제 방송 뉴스에선 이 내용이 빠졌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미담의 주인공이 됐어야 하는 분인데, 자기가 짜놓은 틀에 안 맞는 것”이라며 “정부 발표나 자신들이 해왔던 것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실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패닉이 오는 게 두려웠던 거고, 나쁘게 말하면 (정부를) 보호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 지난 14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 화면 갈무리.

당시 정부의 책임을 돌리기 위해 종편 등이 유병언 일가 때리기에 집중한 행태도 지적했다. 채널A가 2014년 7월 17일 단독을 붙여 전한 ‘유대균, 소심한 목소리로 뼈 없는 치킨 주문’ 보도가 대표적이다.

채널A 기자 출신인 이명선 <셜록> 기자는 “단톡방에 ‘뼈 없는 치킨에 대한 것을 그냥 썼던 것뿐인데, 데스크에서는 ’재미있다’ 며 기사로 내보낸 것”이라며 “당시 종편에서는 시청률이 높아 분위기가 약간 들떠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저널리즘 토크쇼J> 출연자들은 세월호 보도 참사를 겪은 뒤에도 언론계의 재난보도 관행과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나루 KBS 기자는 “(이번 산불 보도도) 대형재난이었는데 적절히 대응을 못한 거고 저희가 파업을 비롯한 쇄신,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칭찬 받을 상황이 아니”라며 “매뉴얼 등 제도적인 뒷받침과 역량이 받쳐줘야 하는데, 대형참사에 대응하는 KBS 근육이 아직은 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한 ‘예은 아빠’ 유경근 전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당시 보도 참사의 책임자들의 책임을 따지면서 현재진행형인 진상규명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명선 기자가 “사과를 드리고 싶다”며 말문을 연 뒤 울먹거리자 유경근 위원장은 “진짜 나와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지금도 뻔뻔하게 자기는 잘못 없다고 하고 있다”며 “정작 용기를 내서 결단을 하신 분들은 저희한테 와서 사과를 하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인다”고 꼬집었다.

2014년 세월호 보도 참사의 책임이 있는 인물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을 지적한 것이다.

박상후 전 MBC전국부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방송에서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떠민 것은 아닌지“라며 잠수부의 사망의 책임을 유가족에게 돌리는듯한 발언을 했다. 박 전 부장은 MBC에서 해고당한 뒤에도 유튜브로 무대를 옮겨 ‘가로세로연구소’ 등의 방송에서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KBS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협의로 기소된 이정현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방송 편성에 대한 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조항을 처음으로 적용해 의미가 깊은 판결이었다. 이정현 의원이 “개인적 친분으로 부탁한 것”이라며 불복해 항소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 KBS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제작한 추모 영상..

2014년 지탄의 대상이 됐던 KBS와 MBC는 세월호 추모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인 김수진 앵커는 지난 13일과 14일 세월호 리본 배지를 달고 뉴스를 진행했다. 지난 13일 세월호 추모 문화제를 취재한 기자는 노란색 스카프를 매고 현장의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KBS는 5주기를 앞두고 자체 제작한 4·16 스팟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삶은 기적이다'는 문구로 시작하는 박노해 시인의 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인용해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새겼다.   

 

박수선 기자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