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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김제동의 새로운 도전

기사승인 2019.05.13  15: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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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솔 앞에 앉기 시작한 '동디', 실수 연발에도 청취자들 응원 문자

▲ ⓒ픽사베이

[PD저널=하정민 MBC PD(<굿모닝FM 김제동입니다>연출)] MBC FM4U의 ‘위대한 진행자’이자 ‘보물’, ‘대들보’, ‘정신적 지주’, ‘센터’, 원픽!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철수 선배님이 방송을 진행할 때 얼마나 멋있는지 얘기하고 싶다.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일단 마이크를 콘솔 쪽으로 당겨야 한다. 선배님은 방송 콘솔 앞에 앉는 몇 안 되는 라디오 진행자다. 선배님의 손이 닿으면 까맣게 꺼져있던 디지털 콘솔의 버튼마다 ‘빨주노초파남보’ 화려한 불빛이 들어온다. 두 시간 방송에 원고는 A4 두 장 쯤. 그것도 한글이나 워드로 작성된 원고가 아닌, 작가가 팩스로 보내 온 손글씨 원고다. 특유의 필체 탓에 읽기 어려울 때도 있는데 배 선배님은 찰떡같이 다 알아보고 술술 읽어나간다.

방송 내용 대부분은 사연과 신청곡인데, ‘어지간한 사연’이라도 ‘어지간한 코멘트’를 하는 법이 없다. 늘 밉지 않은 싱거운 농담, 예상 밖의 솔깃한 이야기를 던져 준다. 속 깊고 맘 편한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다. 유명한 얘기지만 선배님은 방송 시간보다 늘 먼저 와있다. 그냥 와있기만 한 게 아니라, 엄청 돌아다닌다.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며 대화하는 걸 즐긴다. 특히 젊은 친구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자주 봤다. 거기서 나오는 공력일거라 짐작한다.

요샌 방송에서 거의 디지털 음원을 활용하지만 <음악캠프>는 가능한 CD를 튼다. CD 케이스를 열고 알맹이를 꺼낸 뒤 90도로 펼쳐 CD 플레이어 앞에 세워 놓는다. 현재 재생 중인 CD, 다음에 걸 CD를 순서대로 세워놓았다가 툭툭 넣고 빼고 치운다. 방송 전에 골라 놓은 CD를 미리 다 들어보고 스튜디오에 들어오기 때문에 모든 동작이 여유롭고 경쾌하다.

몇 년 전 운 좋게 담당 PD 대타로 이틀쯤 방송 현장에 참여했다가 넋이 나간 적이 있다. 방송 준비와 제작, 모든 과정이 너무너무 멋있어서! 어디부터가 방송이고 생활인지 모를 여유 와 편안한 분위기에 압도됐다.

<굿모닝FM 김제동입니다>의 진행자 김제동 씨도 이런 모습이 멋있어 보였던 모양이다. 배철수 진행자의 생방송을 지켜본 이후로, 또 방송 1주년이 지난 시점부터 슬슬 ‘콘솔 조작 그거 많이 어려운가요?’, ‘음악은 어디서 검색해서 트는 건가요?’ 같은 질문을 자주 던지기 시작하더니, 몇 주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콘솔 앞에 앉기 시작했다.

부족하나마 진행자를 가르쳐야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처음 콘솔 앉았을 적 생각이 간만에 떠올랐다.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땀에 젖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페더를 올리고 내리니 소리는 자꾸 커졌다 작아졌다 불안정하고, 음악 타이밍에 광고를 틀고 교통 정보가 나가야 하는데 음악이 나가고. 1번 마이크를 올려야 하는데 자꾸 목소리 큰 2번 마이크를 올려서 급기야 볼륨이 찢어지기도 했다. 이 정도로 못하면 안 시킬 법도 한데 정말 막무가내, 스파르타식으로 투입되는 바람에 울면서 했던 생각이 난다.

그래도 여태 콘솔을 잡으며 먹고 살고, 병아리(라기엔 나이가 많지만 귀여운 면이 있는) 진행자를 가르칠 입장까지 된 건 그때의 특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적으로 김제동 씨는 너무 안 떤다. 방송 경험이 많은 덕인지 이해도 빠르고 감각도 좋다. 생방송 중 실수가 나와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금방 수습한다. 침착한 모습에 과거 우왕좌왕 엉망이었던 내 모습이 겹치면서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했다.

며칠 실수가 쌓이자 평정심이 좀 무너졌는지, “계속 제가 잡아도 될까요, 괜찮은 거 맞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매끄러운 방송을 듣고 싶다’는 문자를 몇 개 받고, 농담처럼 “괜찮아요, 양복 미리 다려놓지 뭐~” 했던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언제나 가장 현명한 답을 주시는, 청취자의 문자 하나가 눈에 들어와서 전달했다. 이런 내용이었다.

“베테랑 배철수님도 가끔 실수하시는데, 초보인 동디(김제동 진행자 애칭)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내면 전국의 ‘신입’들이 서운하죠. 콘솔도, 음악도, 내용도 다 제작진들이 준비해준 대로만 하는 요즘 라디오 시스템이 아쉬울 때도 있었어요. 두 손 꼭 쥐고 동디를 응원합니다.”

기발한 기획, 화려한 CG, 매일 새로운 플랫폼과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다. DJ와 마이크, 음악뿐인 라디오란 무엇인가, 사실 요즘 정말 고민이 많다. 그 와중에 직접 콘솔 앞에 앉겠다고 다짐해준 ‘동디’의 도전이 고맙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온 마음으로 응원할 생각이다. '동디'는 콘솔 잡아야 하니까, 두 손은 꼭 못 쥐어 주겠지만. 

하정민 MBC PD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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