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퇴근길, 드라마‧예능도 더 빨리
상태바
빨라진 퇴근길, 드라마‧예능도 더 빨리
'주 52시간제' 영향에 지상파 드라마 시간대 이동..."9시대 시청층 증가 현상 뚜렷"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5.14 12:1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 Pixabay

[PD저널=이미나 기자] 안방극장의 오랜 편성 공식이 깨지고 있다.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이 변화하면서 케이블채널에 이어 지상파까지 '평일 오후 10시 드라마-오후 11시 예능' 편성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MBC는 오는 22일 첫 방송되는 수목드라마 <봄밤>을 시작으로 월화/수목드라마 시작 시간을 기존의 10시에서 9시로 변경한다. 지난 3월부터 <뉴스데스크>의 방송 시간을 30분 앞당겨 '7시대 메인 뉴스' 시대를 연 데 이어, 드라마도 전진 배치한 것이다.

SBS도 올 여름 한정으로 월화드라마가 방영되던 오후 10시대에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월요일 <동상이몽2-너는 내운명>, 화요일 <불타는 청춘> 등 오후 11시대에 주력한 SBS가 한시적으로 '10시대 예능' 실험에 나선 셈이다.

40여년 동안 이어진 편성 공식의 변화는 시청자의 생활 패턴이 바뀐 영향이 크다. 사회적으로 '워라밸'의 가치가 강조되고,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면서 직장인들의 퇴근길은 한층 빨라졌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발표한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서 오후 5~7시대 서울 지하철 탑승객 비율이 2017년 46.9%에서 2018년 49.7%로 증가한 반면, 오후 7시 이후 비중은 같은 기간 53.1%에서 50.3%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싱글 직장인을 비롯해 신혼, 영유아·청소년 자녀가 있는 가구의 초저녁(오후 6시~9시) 배달 어플리케이션 매출도 지난 1년간 70~80% 증가했다.

KT는 주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지난해 8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일 평균 근무시간(체류시간)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평균 55분 줄었다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편성의 틀을 깨는 시도는 tvN, JTBC가 먼저 선보였다.

2013년 <빠스켓볼>을 오후 9시 40분에 편성하는 실험을 감행한 tvN은 시행착오를 거쳐 2017년부터 주중 드라마를 10시대에 안착했다. 

당초 지상파와의 정면승부를 피해 11시대에 드라마를 배치했던 tvN은 2017년 하반기부터 <이번 생은 처음이라>, <부암동 복수자들>을 시작으로 오후 9시 30분에 드라마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JTBC도 2018년 10월 <뷰티 인사이드>부터 tvN과 같은 시간대에 드라마를 방영했다. 당시 JTBC은 "월화드라마의 이동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평일 저녁-밤 시간대의 가족 시청층이 증가했다는 점, 그리고 평일 밤 11시가 드라마를 시청하기에 다소 늦은 시간대라는 시청자 의견을 반영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지상파까지 가세하면서 이같은 편성의 흐름은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보편화되는 추세에 맞춰 편성을 변경해야 한다는 논의를 내부적으로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상파 관계자도 "그동안 프라임 타임 중에서도 오후 10시대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 왔는데, 이 시간도 조금씩 앞당겨지는 분위기"라며 "9시대 편성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나 시청자 반응을 보면 시청층이 두터워지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종편과 케이블뿐만 아니라 플랫폼 자체가 많아지면서 고정적인 편성 전략은 쓸모가 없어진 상황이 됐다"며 "앞으로 더 파격적인 편성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 MBC <봄밤> 포스터 ⓒ MBC

치열해진 경쟁 구도에 방송사의 편성 전략과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 국민여가활동조사'에서 우리 국민이 첫 손에 꼽는 여가활동은 여전히 'TV 시청'이다. 하지만 안방극장에서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는 동시에 TV 밖으로 이탈한 시청자를 찾아나서는 게 녹록지는 않다.  

배진아 공주대 영상학과 교수는 "다채널 시대에서 이제 '편성'은 좋은 콘텐츠를 잘 기획하고 제작해 실시간 시청을 비롯한 여러 경로로 다양하게 유통해 도달률과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까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 됐다"며 "대중에 회자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이를 잘 포장해 마케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띠로리 2019-05-15 14:46:52
그러니까 나는 모르는 어딘가에선 퇴근이 빨라져서 저녁있는 삶을 살고있다는 소리네요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