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비어천가' 피했지만…KBS 구조적 문제 드러낸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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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토크쇼 J‘, "협업시스템 제대로 작동 안해" "대담 전문 인터뷰어 부재" 지적

▲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44회 화면 갈무리

[PD저널=이은주 기자]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에 단독으로 진행된 KBS <대통령에게 묻는다>를 둘러싼 논란을 정면에서 다뤘다. 

지난 19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대통령에게 묻는다, 무엇이 불편했나?’을 주제로 지난 9일 진행된 대통령과의 대담 이후 불거진 논란을 차례로 짚었다.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기자의 말끊기와 질문의 적절성에 대해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문 대통령은 정치적 수사가 화려하지도 않고, 답변도 짧아 진행자의 지속적인 개입과 말끊기가 효과적이었는지 의문"라며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결국 '전반적으로 뭔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고 느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가장 논란이 됐던 '독재자' 질문에 대해 "가능한 다양한 시선을 담은 질문을 하겠다는 송 기자의 말처럼, 대중들은 대담에서 보수, 진보, 소수자나 소상공인 등 다양한 집단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다양한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송 기자 질문들은 대부분이 보수, 한국당 쪽에서 나오는 프레임이 짜여 있었다"고 했다.

정준희 교수는 "KBS의 성과는 '문비어천가'를 외치지 않았다는 확실한 좋은 낙인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공영방송은 기본적으로 어느 진영에서든 공격과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차라리 질문의 방식이나 내용을 다양하게 구성했다면 어땠을까"라고 반문했다. 

대통령 대담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KBS의 구조적인 문제가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욱 씨는 2006년 손석희 앵커와 노무현 대통령이 함께한 MBC<100분 토론> 특집 대담이 다시 재조명 받을 것을 두고 "SNS가 활성화된 지금 다시 대중들이 평가한다고 해도 논란이 있지는 않을 것 같다"며 "대중들이 두 사람에 대한 캐릭터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데다, 손석희 앵커의 질문 내용은 대통령을 불편하게 하고 있을지 몰라고,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한 정세진 아나운서는 “대통령과의 대담은 구성원들간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데 이번 대담은 협업 시스템이 완벽하게 발동되지 않은 채 90분 가까이 기자 한 명에게 부담을 다 쥐여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정준희 교수는 “결국 KBS의 협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궁극적으로 지난 10년간 KBS가 잘 훈련된 대담 전문 인터뷰어 등을 키워내지 못한 구조적 문제를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대통령 대담' 논란에 대해 지난 15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좀 더 충분히 준비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며 "(대담) 내용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진행자인) 송현정 기자에게 (비판이) 과도하게 포커스가 된 데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고 말했다.

양승동 사장은 "최근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에서 국민의 60%는 여전히 한국 언론을 불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그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 공영방송이 비판을 받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며 이번 논란을 "KBS가 국민 신뢰를 회복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으로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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