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대책 빠진 발전방안...토종 OTT 지속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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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49]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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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시청자서비스부)] 국무총리실 산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이하 융발위)가 지난 13일,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이하 발전방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4월 융발위가 출범할 때 양지을 전 티빙 대표가 ‘미래 미디어 기술과 국내 OTT 성장전략’을 발표할 정도로 OTT는 중요한 이슈였고, 최종 발전방안에서도 OTT는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도 지난 9월 국무조정실 자문을 통해 의견을 보탰다. 방송 현업 종사자의 입장에서 이번 발전방안에서 OTT 관련 내용을 촘촘히 살펴보았다.

융발위가 밝힌 발전방안의 주된 내용은 1조 원대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의 신규 조성, 영상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최대 30%까지 세액공제 확대, 유료방송의 재허가·재승인제 폐지, 시장 점유율 규제의 폐지, 지상파 방송과 종편·보도채널의 유효기간을 5년에서 7년으로 확대, 방송광고 유형을 7개에서 3개로 단순화 등이다.

융발위가 밝혔듯이 “산업계, 학계 등 민간 전문가와 관계부처가 함께 만든 종합전략으로, 현장의 오랜 요구에도 불구하고, 개별 부처가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미디어‧콘텐츠의 핵심 정책 방안을 담아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미디어 산업 성장이 정체”하고 있어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생태계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점도 타당하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편이다.

이 중에서 OTT와 관련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발전방안은 현재 미디어에 대해 진단하고, OTT의 발전을 위한 비전과 추진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다.

OTT 생태계의 성장을 위해 수립한 발전방안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첫째, 제작비의 축소 노력이 빠져 있다. 편당 제작비가 2016년 <도깨비> 9억 원, 2018년 <미스터션샤인> 20억 원, 2023년 <경성 크리처> 40억 원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1조 원대의 블라인드 펀드(先펀드 결성, 後투자대상 선정)와 프로젝트 펀드(先투자대상 선정, 後펀드 결성)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높아진 제작비를 인정하는 한 국내 방송사와 토종 OTT의 지속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높아진 제작비는 대체로 주요 배우 출연료, 작가 극본료, 감독 연출료 등 기획과 준비 단계의 예산(Above the line)에 해당한다. 산업의 선순환이 되지 않는 비용이다. 이 비용을 낮추고 수익이 발생했을 때 추가 보상하는 구조로 변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둘째, OTT에 대한 재상영분배금(Residuals)에 대한 언급이 없다. OTT 오리지널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작가나 배우에게 추가적인 저작권료가 없다. 지난해 미국 작가노조(WGA)와 배우노조(SAG-AFTRA)는 파업을 통해 오리지널에 대한 재상영분배금을 대폭 상승시켰다. 국내의 경우에도 적자 OTT와 흑자 OTT를 구분하여 재상영분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배우나 작가는 글로벌 OTT에서 이를 감안하며 미리 받는 셈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배우 출연료, 작가료가 높아진다. 문제는 이 금액이 OTT 오리지널이 아닌 경우에도 기준이 되므로 출연료, 작가료가 오리지널과 동일하게 형성이 된다.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는 현재의 소요되는 제작비를 만회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갈수록 드라마 제작 편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셋째, 방송사는 제작비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는 점도 아쉽다.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영상콘텐츠의 실질적인 제작을 담당하는 자로서 4개 요건(①작가와 계약체결, ②주요 출연자와 계약, ③주요 스태프 중 2개 이상 분야의 책임자와 계약 체결, ④제작비의 집행·관리 의사결정) 중 3개 이상 충족해야 한다. 방송사의 경우 막대한 외주제작비를 지급하고 있으면서도 세액 공제 대상이 안 된다. 방송사의 재원구조가 안정이 되어야 OTT에 투자도 할 수 있고, 콘텐츠 대가의 조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금의 흐름이 계열 OTT로 흘러갈 수 있다.

올해에도 융발위의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여 토종 OTT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이번 회를 끝으로 '유건식의 OTT 세상' 칼럼을 마칩니다. 그동안 사랑해 주신 독자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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