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YTN 노조 반대에도 이사 선출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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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주총서 유진그룹 지명 이사 6인 선출...곧바로 김백 사장 임명
노조, 언론장악 반대 투쟁 예고...YTN '폭풍전야'

29일 YTN뉴스퀘어에서 열린 제31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YTN 우리사주조합원이 '정권 나팔수 거부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YTN 최대주주로 올라선 유진그룹이 새 이사회를 구성하고 YTN 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진그룹은 29일 열린 YTN 주주총회에서 기존 7명의 이사 중 6명을 교체하고, 곧바로 열린 이사회는 김백 전 YTN 상무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를 언론장악으로 규정한 YTN 구성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향후 유진그룹의 뜻대로 YTN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9일 오전 10시 열린 YTN 제3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분 30.95%를 보유한 유진그룹이  제안한 이사 6인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김백 YTN 전 상무와 김원배 국장대우가 사내이사로 선출됐고, 김진구 유진기업 부사장(유진이엔티 대표)은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차지했다. 마동훈 고려대 교수와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이연주 창의공학연구원 부원장은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유진그룹이 YTN 이사회 7석 중 6석을 가져가면서 YTN 경영권을 장악하게 됐다. 새 이사들은 곧바로 서울 모처에서 이사회를 열고 김백 사내이사를 사장으로, 김원배 이사를 전무로 선임했다. 우장균 YTN 사장과 김용섭 상무는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사장추천위원회 등 기존 제도를 무시한 기습 사장 임명이었다.

◇ 예고된 '언론장악' 수순...YTN 구성원 눈물로 호소
YTN은 원래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1·3대 주주로 공적 소유 구조로 유지됐지만, 윤석열 정권 집권 이후 두 공기업이 주식을 유진그룹에 매각하면서 '언론장악' 논란에 불이 붙었다. YTN을 민간기업에 매각해 우회적으로 YTN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러한 우려는 '2008년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해직 사태'의 핵심 부역자로 거론되는 김백 전 상무가 사장으로 복귀하면서 현실이 됐다. 그는 YTN 퇴사 이후 보수 성향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를 만들고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을 '언론 스토킹'이라고 주장하며 정권을 비호해왔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언론노조 YTN지부와 우리사주조합원들은 김백 사장 복귀에 강하게 반발했다. 과거 '언론장악 부역자'들이 다시 돌아와 내부 구성원들과 마찰을 빚으며 장기간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동오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YTN은 10년 전 해직사태라는 아픔을 겪었다. 많은 YTN 구성원들이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했고 6명이 해고당했으며 3000일이 흘러서야 그 아픔이 해소됐다"며 "그런데 이 주주총회 자리에서 유진그룹이 새로운 아픔을 시작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주조합원 A씨는 "김백이라는 흙탕물을 퍼내고 다시 새 술을 담으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나연수 우리사주조합장은 "지금까지 YTN을 가장 사랑한 직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고, 전체 75%인 언론노조 조합원이 일할 의욕을 잃었다"며 "직원들이 다시 긴 싸움을 하면서 YTN의 기업가치인 맨파워를 잃게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29일 YTN뉴스퀘어에서 열린 제31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YTN 우리사주조합원들이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PD저널

◇ 구성원 상당수 반발 분위기...'언론장악' 뜻대로 될까
YTN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이날 주주총회에 모인 50여명의 YTN노조와 우리사주조합원들은 이사 선임안 가결 직후 "정권 나팔수 물러가라" "권력비호 사내이사 기업가치 훼손"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한 조합원이 유진그룹 측 인사를 향해 "YTN은 그렇게 만만한 조직 아니다. 각오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2015년에 입사했다고 밝힌 YTN 기자는 "2016년 촛불집회 때 '박근혜 퇴진하라' 구호를 영상에 넣었더니 국장이 불러 수정을 요구했다. 그때 이 수정을 지시한 윗선이 다시 오게됐다"며 "그때는 저연차라 지시를 따랐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처구니없는 보도 개입을 막을 것이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90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나팔수 반대 투쟁'을 예고했다. 고한석 YTN노조 지부장은 "유진그룹 뒤에는 용산이 있고, 유진그룹은 언론장악 하청업체를 자처했다"며 "길고 긴 싸움이 될 거 같다. 버티고 버텨서 권력을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자"고 말했다. YTN지부는 4월 1일 김백 사장 출근 저지를 시작으로 본격 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YTN은 28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의 박지훈 진행자에 하차를 통보하고 극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배승희 변호사를 내정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성명을 내고 "'박지훈 하차는 김백 사장이 지시한 공정방송을 위한 첫 조치'라는 말이 돌았는데, 특정 정치 집단에 몸담은 극도로 편향적인 사람이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공정인가"라며 "우리의 일터가 무너지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 없다. 김백과 유진그룹에 회사를 넘긴 '매사 행위자'를 반드시 몰아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9일 YTN스퀘어홀 앞에서 '권력의 나팔수 김백은 YTN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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